물 위에서 시작되는
협력의 흐름

남북 공유하천 현장
군남홍수조절지·한탄강홍수조절댐 방문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오늘날, 한반도에도 재해·재난 공동대응을 위한 남북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이를 반영해 웹진 7월호부터 '한반도 재해·재난 대응·협력'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5월, 해외의 재해·재난 동향 파악을 위해 태국, 라오스로 출장을 다녀온 장예원 대리가 한반도 재해·재난 현장 리포터로서 함께 취재합니다.

물 분야 재해·재난 공동 대응을 주제로 취재한 첫 번째 장소는 바로 '임진강'입니다. 남북이 함께 물줄기를 공유하는 임진강 유역의 군남홍수조절지와 한탄강홍수조절댐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김건주, 장예원 대리

공유하천의 구조와 임진강 유역
주요 수자원시설 현황

한반도에서 남북이 공유하는 대표적인 하천은 임진강과 북한강입니다. 이 지역은 강의 흐름을 공유하는 상호 의존적 구조로 인해, 상류 지역(북한 지역)의 개발이나 방류가 하류 지역(남한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특징을 보입니다.

임진강 유역의 유수량은 남한이 37%, 북한이 6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임진강 유역에 홍수가 발생할 경우, 경기북부 지역의 홍수 피해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군남홍수조절지*와 한탄강홍수조절댐이 건설되었습니다.

* 인간과 자연을 보호하는 홍수조절지 : 최근 건설되고 있는 홍수조절지는 홍수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저수하여 수해나 토사의 유출에 따른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저수지로서 홍수조절댐이라고도 합니다. 홍수조절능력과 불규칙한 물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보호하고 동식물에게 안정적인 서식지를 마련해주어 인간과 자연이 안전하게 공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탄강댐 물문화관 촬영 사진)

군남홍수조절지는 북한의 황강댐을 비롯한 5개의 댐의 방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한탄강홍수조절댐은 임진강 하류 유역의 상습적 홍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주 역할입니다.

황강댐은 북한이 2007년경 자체 건설한 다목적 복합댐으로, 총 저수량 약 3억 톤 규모로 추정됩니다. 아직까지 남북 간의 제도적 협의나 정보 교환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한은 이에 대응해 군남홍수조절절지와 한탄강홍수조절댐을 건설하여 유량 조절과 홍수 예방 기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황강댐 방류 사례와 제도적 과제

2009년 9월 6일, 북한은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하였고 이는 임진강 하류의 수위 급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파주시 인근 지역에서 임진강 하천 수위가 예기치 않게 올라가며 민간 야영객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군남홍수조절지는 비상 시 수위 조절 기능을 보강하며, 자동 방류 시스템과 경보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한탄강홍수조절댐 역시 다양한 기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 저수 용량과 수질관리 기능을 강화해 가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상류·하류 간 정보 공유 부족과 실시간 대응 시스템의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상황의 본질은 상호 협의와 정보 전달 체계의 부재였으며, 이를 통해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남북 공유하천 관리의 구조적 문제

공유하천의 관리에 있어 가장 큰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상류 지역과 하류 지역 간 수자원 개발 격차입니다. 북한이 상류에서 개발한 황강댐이나 임남댐 등은 방류 시 남측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공유와 공동 운영 체계가 부재합니다. 이에 따라 남한은 군남홍수조절지, 한탄강홍수조절댐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공동 관리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한계가 존재합니다.

또한 수문 정보 공유의 부재는 재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강우량, 수위, 방류량 등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상호 간에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예측 기반 대응에 한계를 가지며, 이로 인해 주민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 협의체의 부재는 구조적 한계를 고착화시키고 있으며, 제도적 협의 기반이 없어 실질적인 협력은 일회성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공유하천 관련 남북 간 합의 사항

2009년 10월 남북 실무회담에서는 황강댐 방류와 관련해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강우와 방류 관련 정보를 남측에 통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황강댐 현장에 대한 공동조사를 추진하는 데 합의하였으나, 이후 협력은 정체되었습니다. 이후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북이 접경지역의 생태계 보호와 공동 이용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명시하며, 공유하천 공동관리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금 열어두었습니다. 이 합의들은 실질적 이행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향후 제도적 기반 구축을 위한 초석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국제 공유하천 협력 모델과 남북 적용 방안

공유하천에서는 보통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한 협력이 이루어지며, 양국 또는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공동 위원회 등의 협의체를 통해 조율됩니다. 유럽의 라인강 협약(ICPDR)은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공유하천의 모범 사례로, 하천 관리, 수질 개선, 재난 대비 등을 공동 협약 아래 추진하고 있습니다. 메콩강위원회(MRC)는 태국, 라오스 등 하류 국가들과 상류국이 방류량 조절과 정보 공유를 정례화하며 안정적 하천 관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컬럼비아강 조약을 통해 수력 발전과 홍수 예방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하며 양국 모두 혜택을 보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 관련 문제 해결에 필요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경제력이 더 큰 국가가 더 많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아랄해 사례처럼, 하류 국가가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조건으로 상류 국가에 석탄 등 에너지 자원을 제공하는 형태의 상호 보완적 교환 방식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모델들은 남북이 공유하천을 갈등이 아닌 협력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사례입니다.

남북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발전 6가지 방안

남북 공유하천 현장을 취재하며,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발전 방안으로 다음 6가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1. 수자원 공동관리 협정 체결

남북 간 안정적인 공유하천 관리를 위해서는 정치적 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본 협정 또는 이행 합의서를 체결해 최소한의 원칙과 절차를 규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방류 사전 통보, 공동 조사, 협의 절차, 정보 공유 등의 기본 사항을 규정하는 협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법적 기반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에서도 상호 협력의 기준이 되며,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2. 공동협의체 설립

협정 체결 이후에는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메콩강위원회(MRC) 사례처럼 '한강수계 공동위원회(가칭)'와 같은 공식 기구를 설치해 정례회의를 통해 문제 해결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 협의체는 기술 교류, 수문 정보 분석, 환경 보호 계획 수립 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비상 상황 시 협의체를 통해 신속한 조치와 공동 대응이 가능해야 하며, 중립적인 중재 시스템도 함께 마련될 수 있습니다.

3. 실시간 수문정보 공유 체계 구축

하천의 흐름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 공유가 핵심입니다. 위성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이나 자동 수위 측정 센서 등을 활용하여, 상호간 유역의 수위, 방류량, 강우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홍수 위험 사전 인지, 방재 계획 수립, 하류지역 주민 보호 등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4. 공동 조사 및 자료 구축

공유하천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유역 전체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기적인 조사가 필수입니다. 하천의 흐름, 수질, 수생태계, 환경영향 등에 대한 공동 조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남북이 공동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정책적 결정을 내리면 과학적 정당성이 확보되고,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어 남북의 실무자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공유함으로써 협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5. 물-에너지 연계협력 검토

하천은 단순한 물자원이 아니라 에너지 자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수력 발전, 조절방류, 저수지 활용 등을 통해 물과 에너지를 상호 연계한 협력 모델이 가능하며, 이는 공동의 경제적 이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전력 부족 문제가 상존하는 북한과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한 남한이 상호 보완적 구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남북 간 물-에너지 협력은 협력의 경제적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공유하천의 관리에 대한 동기를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6. 비상상황 대응 체계 수립

기후위기로 인해 극한강우, 집중호우, 가뭄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남북 간 공동 비상 대응 매뉴얼을 수립하고, 실제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협조하고 조치할지를 사전에 약속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핫라인 구축, 실시간 통보 체계, 공동 훈련 등이 병행되어야 하며, 지역 주민과 지자체도 그 체계 내에 포함되어야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비상 상황 대응은 단기적 재난 방지를 넘어서, 평상시 협력의 신뢰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흐름을 나누면 기회가 된다

한강하구 공동수로조사(2018년)는 남북 수자원 협력의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앞으로 남북이 공유하는 하천을 단순한 물길이 아닌 협력의 통로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물은 흐르며,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의 공유하천은 남북 모두의 안전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자산입니다. 이를 평화적이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일은 재해를 넘어, 평화의 기반을 닦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비가 많이 오는 초여름날, 군남홍수조절지와 한탄강 홍수조절댐 현장을 취재한 결과, △민간위성을 통한 북측 황강댐 유역 모니터링 △남측 댐 실시간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 △강우량 증가 시 경보 방송 △위급 상황 발생 시 근처 군부대와 유관기관 간의 핫라인 등 촘촘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있지만, 남북 간 정보 공유 부재의 아쉬움을 느낀 현장이었습니다. 지역 주민의 안전과 연관된 의제인만큼, 재난 대응이라는 공동의 문제 상황 앞에서 경계 없이 흐르는 물줄기처럼 남북 간에도 공동 대응을 위한 대화의 물줄기가 샘솟길 기대합니다.

* 본 글은 출장 경험에 기반한 개인 소회로,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