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라오스에서 찾은
협력의 실마리

남북관계, 우회해서 답을 보다

조사연구부 장예원 대리

- 태국 유관기관 및 전문가 면담(락타이재단)

1. 왜 태국∙라오스인가?

태국과 라오스는 지리적으로는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개발협력과 재난 대응,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사회와 활발히 연계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태국은 여러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잘 형성되어 있어, 아시아 내에서 국제협력 플랫폼으로서의 성숙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북한과 외교 관계를 지속하며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의료 인력이 현지 병원에서 활동했던 기록이 있으며, 현재도 간헐적으로 북한 관련 인물이나 기관이 라오스 내에서 활동하는 사례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직접적인 남북 교류가 어려운 지금의 한반도 정세 속에서, 태국·라오스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협력 모델을 실험하고 구상해볼 수 있는 전략적 조건을 갖춘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출장은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실마리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 라오스 유관기관 및 전문가 면담(메콩강위원회)

2. 협력 현장에서 읽은 흐름과 전략

출장 중 방문한 각 기관과 단체들은 개발협력, 재난대응, 수자원관리, 보건 등 영역에서 현장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시스템 개발보다는 실행 가능성에 기반한 역량 강화와 거버넌스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었고, 이를 위해 실무자 훈련, 정책 자문, 시뮬레이션 훈련, 커뮤니티 기반 교육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재난 예측 시스템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등 단순한 기술 수혜가 아니라 자립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속적 파트너십 설계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협력 방식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기술을 많이 제공하거나, 인프라만 짓는 데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남북 간 협력에도 적용 가능한 중요한 모델로 다가왔습니다.

- 태국 유관기관 및 전문가 면담(ADPC)

- 태국 유관기관 및 전문가 면담(KOTRA)

- 라오스 유관기관 및 전문가 면담(라오스 국립의대)

3. 남북관계,
'접촉이 아닌 연계'에서 다시 보다

남북 간 직접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연계는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국제기구나 NGO의 관계자들은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공유해주었고, 일부는 북한과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경험도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들은 대부분 조심스럽게 이루어졌지만, 다자기구를 매개로 한 간접적 연결 가능성은 실재하며, 특히 재난, 보건, 기후 등 정치적 민감도가 낮은 분야에서는 현장 중심의 협력이 더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도 과거 북한 의료진의 라오스 활동 사례를 언급하며, 향후 보건 교육·기술 협력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협력 구조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심스러운 확장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4. 조심스러운 가능성,
그러나 분명한 울림

이번 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한 라오스 관계자와 나눈 대화였습니다. 그와의 이야기는 협력 전략이나 정책 설계보다도 더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는 라오스가 과거 미국으로부터 폭격을 당한 경험을 언급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은 북베트남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라오스를 무려 58만 회 이상 공습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은 폭탄이 투하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그 불발탄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오스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과거 미국이 우리에게 폭탄을 투하했던 적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 일을 이유로 미국을 원수로 여기지 않습니다. 저는 남북관계에도 갈등보다 평화가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꼭 한반도가 통일되고 평화를 찾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 발언은 정치적인 입장이나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전쟁을 겪어낸 한 사람이 말하는 용서와 평화의 철학이었습니다. 전쟁의 피해 속에서도 미움을 키우기보다, 미래를 향해 평화를 말하는 태도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협력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5. 마무리하며

남북 간 직접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연계는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국제기구나 NGO의 관계자들은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공유해주었고, 일부는 북한과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경험도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들은 대부분 조심스럽게 이루어졌지만, 다자기구를 매개로 한 간접적 연결 가능성은 실재하며, 특히 재난, 보건, 기후 등 정치적 민감도가 낮은 분야에서는 현장 중심의 협력이 더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도 과거 북한 의료진의 라오스 활동 사례를 언급하며, 향후 보건 교육·기술 협력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협력 구조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심스러운 확장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 라오스 소재 폐업한 북한 식당

- 라오스 풍경(메콩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