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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회 뉴스레터는 개편을 맞이하여, 연재 기사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이번 3월호부터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의 ‘북.기.소’(북한 기업을 소개합니다!)가 시리즈로 게재됩니다. 북한의 주요 산업별 소개와 주요 기업소에 대한 최근의 정보가 담긴 ‘북.기.소’ 시리즈를 통해 북한의 기업에 대해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북한의 기업을 소개합니다!


제1편 북한 산업 소재
금속산업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01 산업개관

- 2000년대 이전

북한에서 금속산업은 전력, 석탄, 철도수송과 함께 소위 ‘4대 선행부문’으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의 주요 축으로 집중적으로 육성되었다. 철강산업은 비교적 풍부한 광물자원과 해방 전부터 존재하던 산업시설 등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달하였으나 자본 및 기술의 부족으로 생산기반의 전반적인 현대화는 이루지 못하였다. 북한은 전후복구 3개년계획(1954~56년)과 5개년계획(1957~1960) 기간 중에 파괴된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를 복구하였으며, 1차 7개년계획의 초기인 1961년부터 공장별 계열화를 추진하고 1969년에 4.13제철소를 신설하여 제철시설이 없는 강선제강소와의 연계공정을 보완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여, 1960년대 말에 이르면 전체 공정을 갖춘 종합제철소 체제를 확보하였다. 이후 1970, 80년대를 통해 제철소의 설비능력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며, 1990년대에는 선철의 생산능력보다 강철과 압연강재의 생산능력을 제고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비철금속은 동(銅), 연(鉛) 등의 광물자원, 그리고 해방 전부터 가동되던 공장 등을 배경으로 북한의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1990년대 초반까지 북한의 주요 수출산업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금속산업은 1990넌대 경제위기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전력 및 철광석 공급량의 급감으로 철강설비의 가동률이 급격하게 저하되었으며, 비철금속 산업은 주요 수출산업의 하나였지만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으로 에너지 공급량의 급감에 따라 산업기반 자체가 크게 약화되었다.

- 2000년대 이후

북한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기존 설비의 가동률 제고와 현대화를 주로 추구하였으며, 2010년대 이후 김책제철소, 황해제철소, 천리마제강소 등 핵심설비에 대한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특히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황해제철소와 김책제철소에 산소열법용광로를 건설‧가동함으로써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법인 소위 ‘주체철’ 공법을 완성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주요 설비에 대해서 무연탄가스화를 통한 고온공기연소기술을 도입했으며, 김책제철소의 용광로 개보수 및 현대화 등 핵심 설비에 대한 투자도 부분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비철금속산업은 북한의 에너지난이 심화되고, 설비의 경쟁력이 저하됨에 따라 대폭 구조조정 되었다. 북한의 핵심 비철금속 설비의 하나였던 남포제련소는 1990년대 말에 폐쇄되었으며, 폐쇄되지 않은 공장에서도 상당한 설비가 폐기되기도 하였다. 2000년 이후 북한 산업이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며, 철강을 중심으로 금속산업도 회복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디며, 그에 따라 금속소재 부문은 북한 산업 전반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기준 북한 철강산업의 생산 능력은 제선 541만 톤, 제강 600만 톤, 압연강재 404만 톤 정도로 추정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 많은 설비들이 노후화‧폐기되었으며, 신규 설비투자는 많지 않아 2018년 말 현재 실질적인 생산능력은 1980년 후반 수준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추정치 기준 1988년 504만 톤이었던 북한의 강철 생산량은 1998년에는 95만 톤 수준까지 감소하였으며, 이후 소폭 회복되고 있지만 2017년 생산량은 109만 톤에 불과하다. 비철금속 생산능력은 1990년대 말 기준 납 8.8만 톤, 아연 29.5만 톤, 동 9.4만 톤, 알루미늄 2.0만 톤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실제 생산량은 전력 부족 등으로 생산능력에 크게 못 미치는 8.6만 톤 수준(한국은행 추정치, 2017년)인 것으로 추정된다.

금속 소재의 공급부족은 전력 및 화학 소재의 공급 부족과 함께 북한 산업 회복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김정일 시대 및 김정은 시대에도 북한은 금속 소재의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는 없다.

02 주요 기업

김책제철소 함경북도 청진시

북한에서 제철공정과 제강공정을 갖춘 일관 제철소는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밖에 없다. 김책제철소(함경북도 청진시)는 북한 최대의 제철소로, 1980년대 말 기준 선철 222.7만 톤, 제강 240만 톤, 압연강재 147만 톤이라는 상당한 설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김책제철소의 설비 가동률은 크게 저하되어 한기의 용광로만 지속적으로 가동되었으며, 3호 용광로를 가동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당 기간 동안 신규 설비투자는 물론이고 유지보수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함에 따라 제강 및 압연설비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제강분야의 가동률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황해제철소가 산소열법용광로를 통하여 선철을 생산하기 전까지 북한 선철 생산의 대부분을 책임지던 김책철소의 낮은 가동률은 북한의 금속 소재 공급부족을 심화시켰다. 2017년에 산소열법용광로가 건설되고, 2018년 산소열법용광로 제철법에 따른 제강시설 및 산소발생기와 가스발생로 등 관련 시설이 완성됨에 따라 김책제철소는 기존의 고로 제철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제철·제강 공정을 완성했다. 그러나 코렉스 공법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제철 공정의 설비 용량과 실제 생산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황해제철소 황해북도 송림시

황해제철소(황해북도 송림시)는 북한의 제2의 일관 제철소이다. 1980년대 말 기준 113만 톤의 제선, 194만 톤의 제강, 75만 톤의 설비 능력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김책제철소와 마찬가지고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다. 노동신문 등에 황해제철소의 선철 생산 실적에 대한 성과 보도가 매우 드문 것으로 보아 1990년대 이후 동 제철소의 용광로는 거의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2015년~16년에 걸쳐 산소열법용광로를 건설하고, 가동함으로서 비로소 선철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책제철소와 마찬가지로 산소열법용광로의 생산능력과 생산량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최근 노동신문은 황해제철소에서 북부지구 철도 중량화에 필요한 중량 레일 생산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평안남도 천리마군

두 개의 일관 제철소 이외에 천리마제강소 산하 보산제철소에서도 주체철 공법을 통하여 선철을 제조하고 있다. 이들 제철소 외에는 성진제강연합기업소(함경북도 김책시),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평안남도 천리마군), 청진제강소(함경북도 청진시) 등이 핵심설비이다. 제강 설비 중 2010년대에 성과 보도의 비중이 가장 큰 설비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이다. 동 공장은 특수강 및 압연강재를 주로 생산하는데, 2010년 말 기준 생산능력은 강철 75만 톤, 압연강재 55만 톤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와 함께 금속 부문에서 투자가 집중된 설비의 하나로 2008년과 2010년에 각각 초고전력전기로 1기를 설치하였으며,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석탄 가스화 고온공기 연소기술 도입 등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투자와 압연부문 현대화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