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업을 소개합니다!


제2편 북한 산업 소재
화학공업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01 산업개관

북한에서 화학공업은 금속공업과 함께 핵심적인 소재 공급부문으로, 주로 중간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의 화학공업은 석탄화학 공업 기술을 체화하고 있는 해방 이전의 설비를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무연탄, 석회석 등 북한 내부에서 생산되는 원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기술체계에 기반을 둔 공업을 구축한다는 공업화의 기본 원칙에 따라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석탄화학 공업으로 발전하였다. 석탄화학공업은 석탄과 석회석을 전기로 반응시켜 생산하는 카바이드를 출발물질로 하는 화학공업으로 석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출발물질로 하는 석유화학공업과는 오랫동안 기술개발의 경로를 달리했으며, 그 결과 석유화학 공업에 비해 기술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 1970년대~1990년대 초반

제1차 7개년 계획(1961-1970, 3년 연장) 기간 동안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건설하는 등 석탄화학공업의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1970년대에는 석유화학 공업을 창설하는 등 기존의 석탄화학공업 일변도의 화학공업 구조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 기간 중에 비료 생산 증대와 경공업 부문 원자재 수급의 원활화를 위하여 함흥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설비확장을 시도하였으나 자재, 전력, 외화 부족 등으로 많은 설비들이 완공되지 못하였다. 1980년대 말 기준으로 주요 생산능력을 보면 기초 화학물질인 카바이드 69만 톤, 비날론을 중심으로 한 화학섬유 13만 톤, 질소(208만 톤)‧인산(95만 톤)비료 등 화학비료 303만 톤 등으로 추정된다. 

화학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다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이렇게 북한의 석탄화학공업은 낮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까지는 비날론 등 화학섬유와 각종 화학 원자재를 경공업 및 농업부문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그 기능이 크게 약화된다. 북한 산업이 1990년대에 전반적으로 몰락하였는데, 특히 1990년대에 북한의 모든 산업이 에너지 및 원자재 난 등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화학공업은 여타 산업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석탄화학 공업은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원자재로 대규모의 석탄을 필요로 하는데, 에너지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에너지 다소비형인 화학부문의 가동률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부족한 석탄이 발전부문에 집중됨에 따라 화학공업은 주요 원자재인 석탄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전력 부족 등으로 수송 능력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막대한 수송 부담을 안고 있는 북한의 석탄화학공업은 핵심 원자재인 석탄의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2.8비날론연합기업소나 사리원카리비료연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등 대규모 화학플랜트가 가동이 중단되거나, 극히 부분적으로만 가동되는 최악의 상황이 2000년대 중반 경까지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화학 설비는 흥남비료 등 일부 비료공장이 부분적으로 가동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보이며, 개보수는 차치하고, 상당한 설비가 폐기되었다. 3차 7개년 계획기간동안 건설이 중점적으로 추진되어 1단계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던 사리원카리비료연합기업소가 2005년 완전히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밖에도 남포제련소 비료분공장(2000년), 해주제련소 인비료직장(2004년) 등도 완전히 철거되었다. 적극적으로 철거하지 않은 화학 플랜트들도 대부분 10년 가까이 사실상 방치되었다. 

재정비를 통한 새로운 시작

– 2007년 이후

2007년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계기로 화학공업에 대한 설비투자를 재개하였다. 북한 최대 석탄화학플랜트의 하나인 2.8비날론연합기업소의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1단계는 2008년에 완료되었다고 하며, 2단계는 2012년경에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 기업에 대한 투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5년까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한 비료공급을 늘리기 위해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와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 공정을 신규로 건설하였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 공정이 2008년에 시작되어 2010년에 완공되었으며,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석탄가스화 비료생산 공정은 2013년 경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석탄가스화 비료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북한의 화학비료 생산 능력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화학공업을 금속공업과 함께 기초공업으로 강조하면서 원부자재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와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 화학비료는 어느 정도 생산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개건공사가 완공된 2.8비날론연합기업소에서도 기초 화학물질 생산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0년대에 꾸준히 개발된 석탄가스화 기술을 토대로 2016년 제7차당대회에서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할 것을 선언하였다. 탄소하나화학공업도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지만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는 카바이드를 출발물질로 하는 기존의 석탄화학공업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 지속되어 왔고, 에너지 효율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북한이 화학공업의 대안 육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를 위해 순천화학연합기업소에 대규모 메탄올 생산공정을 건설할 것을 선언하였으며, 동 건설공사는 2017년 5월경에 착공하였으나 아직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02 주요 기업

북한의 핵심적인 화학공장은 종합화학플랜트인 2.8비날론연합기업소와 북한 유일의 석유화학플랜트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그리고 대규모 비료 공장인 흥남화학연합기업소 등이 있다. 승리화학과 봉화화학 등 2개의 정유공장이 있다. 무기화학 분야에는 7.7연합기업소, 청수화학공장, 화성화학공장 등이 있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 함경남도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함경남도 함흥에 소재하고 있으며 비날론 섬유를 비롯해 가성소다, 비료, 농약, 염료, 염화비닐 등 420여종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북한 최대 종합 화학공장이다. 1980년대 말 기준으로 카바이드 34만 톤, 비날론 5만 톤, 염화비닐 5만 톤 등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1990년대 이후 실질적인 가동률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중반 경까지 개보수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설비가 크게 낙후되었으며, 2007년부터 현대화 공사를 추진하였다. 2012년에 2단계 현대화 공사가, 2015년에 확장 공사가 완료되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평안남도 안주시

북한은 1970년대에 석유화학공업의 육성 필요성을 인식하고, 구소련산 원유를 정제하기 위한 승리화학공장(나선시 소재)과 중국산 원유를 정제하기 위한 봉화화학공장(함경북도 피현군) 및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된 나프타 등을 기초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플랜트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신설하였다. 현재 승리화학공장은 가동이 중단되었으며, 봉화화학공장은 중국의 대경유전(大慶油田)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공급된 원유를 정제하고 있으나 공급되는 원유의 양이 크게 줄어 가동률은 크게 낮아졌다. 평안남도 안주시에 소재하는 남흥청년화학공장은 봉화화학공장 등에서 공급된 나프타 등으로 비료나 기초 석유화학물질을 생산하였으나 원유 공급량이 줄어 가동율이 크게 낮아졌으며, 2000년대 후반에 석탄가스화 비료 생산공정이라는 석탄화학공업 설비를 건설하여 주요 비료 공장으로 가동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 비료 생산에 사용하지 않은 나프타를 활용하기 위하여 석유화학 설비를 현대화하였다.

흥남비료공장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비료공장은 북한 최대의 비료공장으로 함흥시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시대에 조선질소비료공장 흥남공장으로 건설되었으며, 1953년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확장공사가 지속되었다. 북한의 핵심적인 비료 공장의 역할을 해 왔으나 1990년대 중후반 이후 2007년경까지 비료 공정이 거의 가동을 하지 못하였다. 2007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개보수를 추진하였으며, 특히 2009년부터 2계열의 석탄가스화 비료 생산공정을 건설하였다. 2012년 경 새로운 석탄가스화 비료생산 공정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석탄가스화 비료생산 공정은 당시 공급이 부족한 무연탄 대신에 갈탄을 주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건설되었는데, 최근에는 무연탄을 주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공정 전환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7연합기업소 함경북도 경흥군

7.7연합기업소는 일제시대에 건설된 아오지공장을 모태로 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7만 톤, 중탄산암묘늄 6만 톤, 메탄올 6만 톤 등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 가동률은 이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동 공장은 화약류도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