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도 않고 그 나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별로 믿음직하지가 않다"는 단호한 주장을 시작으로, [론리플래닛]에서 볼 법한 입‧출국 절차, 음식, 이동방법, 쇼핑, 지역별 주요 관광지 등 실용적인 여행 정보가 담겨 있어 북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가이드 책자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동독에서 태어나 소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한 유럽인이 독일 통일을 겪고,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후 뉴욕과 서울, 유럽의 여러 연구 기관을 거치며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북한전문가로 인정받게 된, 저자 뤼디거 프랑크의 독특한 이력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동아시아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북한에 대해서는 내부자도, 그렇다고 완전히 외부자라고도 하기 어려운 그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 실력과 사회주의 체제 및 북한에 대한 경험‧연구를 바탕으로 30년 간 때로는 북한 전문가로, 때로는 여행객으로 그의 자격이 허락하는 북한의 모든 곳을 누비며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해왔다.

그의 여행기는 은둔의 국가를 배타적으로 경험한다는 우쭐함이나 소위 실상을 파헤친다는 비장함도 아닌 그 어딘가쯤을 서술해간다. "북한 여행은 절묘한 줄타기"라고 말하는 뤼디거 프랑크의 발걸음은 평양, 신의주, 원산, 청진, 라선 등 주요 도시에서 판문점까지 닿는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현지의 가이드들을 비롯해 방문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여러 북한 사람들에게 '선을 넘지 않는' 질문을 던지길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질문들을 통해 저자가 자신이 보고 들은 것 사이의 빈칸을 “비판적이되 공정함을 유지”하며 채워나간다.

한 세대의 주기라는 30년 간 북한의 과거, 현재를 보며 미래를 그려낸 책 [북한 여행]을 통해 읽는 이도 그 절묘한 줄타기에 함께 올라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