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중기대통령’이 말하는

‘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남북경협의 새 시대’


「남북협회 뉴스레터」는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제이에스티나(구. 로만손) 김기문 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단체장으로 일하게 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초대 회장이 생각하는 중소기업과 남북경협은 과연 어떨까.

Q1.

다소 늦었지만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돌아온 중기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남북교류협력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로선 남북경협에서 실제 오랜 경험과 신념을 쌓아온 분이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셔서 한편 반갑기도 합니다.

더욱 발전적이고 호혜적인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로 대표되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기업에도 충분한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겠죠. 이와 관련해 남북교역·경협 사업이 특히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어떠한 장점 혹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로만손 매장 앞에서 김기문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하 생략)

우선 축하인사에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감회가 새롭습니다. 355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해가고자 합니다.

남북경협은 우리의 경제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북 간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면 우리 경제구조의 근본적 변화, 즉, 내수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죠. 이는 현재 대외 의존형 경제구조를 상호 보완하는 것이며, 산업 및 지역불균형, 중소기업의 위기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 중 사양화의 위기에 직면한 업종들과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스타트업의 육성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전자에 대해서는 연착륙(soft-landing) 방안으로, 후자는 사업 육성에 필요한 실증환경(test bed)으로 남북경협이 매우 의미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2.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하겠습니다. 그간 현장에서 경험하신 바로 다른 사업주체보다 중소기업이 특별히 남북경협에서 가지는 장점이나 혹은 경쟁력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소기업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과 같은 대표적인 남북경협사업에 참여한 기업들 중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1992년부터 남북경협사업을 시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경협 사업 기회는 대기업 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에 주어질 가능성이 더 많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가 중소기업계의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라 남북경협을 새로운 활로로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현 상황을 안타깝게 보고 계신 것도 사실입니다.

경제주체별로 각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인프라 구축사업에 장점이 있으며, 중소기업은 먹고사는 문제해결에 필요한 생필품인 섬유·의류·신발 산업 등에 있어 그 경쟁력이 있죠. 그래서 중소기업의 경우 북한 지역에 전반적 시설 장비를 투입해야 하는 업종보다는 경공업 분야의 진출이 유리합니다. 또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북측의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Q3.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통일 이후 남북경제 생태계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2015년부터 설립된 통일경제정보센터, 지속적인 토론회·세미나 개최를 통한 정책대안 발굴 등 다양한 일들을 해오셨습니다. 중앙회에서 지금까지 통일경제기반 조성을 위한 활동 중 주요 성과로 꼽을 만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소기업형 남북 비즈니스 모델>

중앙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소기업의 남북경협 사업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희망업체를 대상으로 상담회, 설명회, 실태조사를 비롯해 남북경협교류협의회, 남북경협위원회 등을 주관했죠. 또 개성공단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입주희망 중소기업모집, 중소기업 대표단 개성공단 방문, 개성공단관련 각종조사사업, 여러 분야의 간담회 등 중소기업의 남북경협 사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 결과 개성공단은 북한이 국가 간 추진한 대규모 사업 중 가장 성공한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남북경협 시대를 만들기 위해 올해 1월 ‘중소기업형 남북비즈니스모델’을 발표했습니다. 투자금, 가용인력 등 경영상황에 따라 남북경협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7가지 모델을 설계하여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이어 2월에는 개성공단 재개 및 활성화를 위해 ① 개성공단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②‘남북경협 투자보험제도 개선, ③ 중소기업 전용 남북경협기금 조성, ④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향 모색, ⑤ 개성공단 재개관련 입주기업 애로사항 해소 등 5대 제언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습니다. 또한 개성공단 기술교육센터 활용을 통한 북한인력 기술교육방안 강구, 개성공동연락사무소 내 개성공단공동지원센터 설치를 통한 중소기업 밀착지원 방안 등을 강구하기도 했습니다.

Q4.

회장님께서는 개성공단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신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선배 사업가’이시기도 합니다. 대북사업이 남북교역·경협 사업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대북사업이나 북한 진출을 구상 중인 중소기업인들도 계실 텐데, 이러한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혹은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개성공단을 예를 들어 설명해도 될 것 같은데요. 공단의 장단점, 기회 및 위험요인 등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진출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측의 공단 개발의지라든가 지리적 이점에 따른 물류시간 단축, 양질의 북측 근로자와 저렴한 인건비, 무관세 및 세금 혜택이 아주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북한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나 인력 확보 및 운영의 자율권 제약, 특히 통행·통관절차가 복잡해 자유로운 출입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언어가 통하는 양질의 노동인력, 수도권까지의 접근성 등 타 지역에 비해 경쟁우위요소가 많은 만큼 매력적인 남북경협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두 번의 중단으로 입주기업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만큼 안정된 경영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남북당국 간 합의, 정경분리 등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중소기업형 남북비즈니스모델’도 이런 점을 고려하여 고안되었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자금·인력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대북사업 진출사업모델이 무엇인지를 정립한 것이죠. 또한 북한과의 상생방안도 담아냈습니다. 이 ‘중소기업형 남북비즈니스모델’을 활용하면 좋은 사업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장 당선 시

Q5.

앞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이 마음껏 한반도 경제통일의 일선에서 활약하는 데 있어, 정부 및 관련 기관에 바라거나 건의하고 싶은 점도 있을 줄 압니다.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대북제재 국면이 전환되고 나면 북한의 도로 신설 등과 같은 SOC사업의 활성화가 예상됩니다. 지금이야 국제사회의 제재로 실제 사업이 불가능합니다만, 사업이 착공되면 대기업 위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남포공단(대우), 개성공단(현대), 경수로사업(현대, 대우, 동아) 등 북한 내 SOC사업은 대기업 위주로 진행됐었습니다. 하지만 향후에는 우리 중소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국토교통부, 통일부 등) 및 유관기관(전문 건설협회 등)과 협의체를 구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진출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한편, 현재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 3년이 지난 만큼 입주기업들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정책자금지원 등 대책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3년 동안 가동이 중단되어 방치된 생산설비의 개·보수 등 재가동을 위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 활성화와 기업경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3통(통신·통행·통관)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개성공단사업이 재개되면 공단 내 기숙사를 건립하여 북측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합니다.

Q6.

향후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있어 가지고 계신 주요 계획이나 비전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개성공단의 재개와 우리 중소기업의 해주공단이나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로의 진출, 북한 도로건설 등 인프라 사업 진출 등을 위한 제반 활동을 적극 전개할 계획입니다. 개성공단이 재개되더라도 인력수급 등에 한계가 있어 제2의 개성공단 개발이 필요합니다. 접근성, 물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주나 나진선봉 지역에 제2, 제3의 공단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북한 인프라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 중소기업계는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등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진출 방안을 모색하여 중소기업이 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관계 부처 및 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여 북측의 사업 재개조건·지원정책·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주변 환경 여건이 조성되는 즉시 남북경협을 실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계획을 수립하여 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는 우리 기업들과 여러 주체들에 대해 다각적 지원을 해왔듯이 우리 중앙회도 북한 지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전반적 지원을 제공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우리 중앙회와 남북협회가 함께 남북이 공동 번영하는 미래를 위한 동반자로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