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칼럼1

북한의 관광자원 현황과 개발 동향

- 관광특구·개발구를 중심으로

윤인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수산남북협력연구센터장

"원산지구와 칠보산지구를 비롯한 나라의 여러 곳에 관광지구를 잘 꾸리고 관광을 활발히 벌리며 각 도들에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들을 내오고 특색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3년 3월, 북한 조선노동당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2015년 투자설명회에서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것이 북한의 '관광업 발전에서 견지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의 관광 발전 정책은 특정지역 소수가 아닌 다수의 관광지구를 조성하는 것이고 이는 지역 특색을 살린 특구·개발구와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관광은 관광목적지 또는 대상지(destination)의 자원성(resource), 접근성(transportation), 수용태세(accommodation)를 기본으로 한다. 관광(觀光)은 주역의 '관국지광(觀國之光)', 즉 '나라의 빛을 보다'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다시 말해, 그곳에 볼만한 것(자원)이 있고, 그곳에 접근할 수단(교통)이 있고, 간다면 그곳에 머무를 수 있는 태세(시설)가 갖추어져야 관광이 실현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볼만한 것이 있는 지역을 골라 교통·상업·편의시설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데, 특구·개발구를 통해 이를 구현해내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북한 정부가 아닌 외부의 투자를 유치해서 지역경제발전의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관광자원 현황과 개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특구·개발구를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고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하겠다. 

*출처 : 『2019 북한이해』, 148p, 통일부

2018년에 북한이 발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요경제지대들”에 따르면 중앙급으로 관광에 특화된 곳은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이다. 금강산국제관광특구는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내 6개 지구 중 하나인 금강산지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급 관광개발구는 온성섬, 무봉, 청수, 신평 등 4개이다. 관광특구·개발구는 접경에 가깝고 산·바다·강가에 위치해 있다. 온성섬·무봉·청수관광개발구는 북·중 접경,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및 금강산국제관광특구는 남북 접경에 가깝다. 신평관광개발구만 내륙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평양-원산을 오가는 휴게 지점이기 때문이다.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는 원산, 통천, 고성 등을 포괄하는 강원도 일부 지역(440㎢)이다. 생태환경이 보장되는 국제적인 휴양 및 치료 관광, 역사유적 관광을 표방하고 있다. 원산·마식령스키장·울림폭포·석왕사·통천·금강산지구 등으로 구성된다. 원산지구는 원산도시중심부와 갈마반도 등으로 구성되고 넓게는 마식령스키장 및 울림폭포와 묶이는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지구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를 말하지만 넓게는 석왕사 및 통천과 묶일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구는 휴양문화시설과 생태환경이 결합된 국제관광지구로, 금강산지구는 생태환경이 보전된 역사유적·휴양 및 치료 관광지구로 조성될 계획이다.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이 지대에 역사유적(142개), 백사장(11개), 광천자원(4개), 자연호수(9개), 관광명소(676개), 감탕자원(328만여톤)이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갈마해안관광지구

- 원산 관광지구

원산은 도심형 관광개발이라는 특징이 있다. 강원도 소재지이자 항구문화도시로 해수욕장과 국제소년야영소, 유원지 등이 있다. 현존 시설을 철거 이설하고 산업부문별로 통합정리해서 관광지 운영에 따른 사업 위주로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실내수영장, 수족관, 문화·오락시설, 해안공원, 식물원, 동물원, 골프장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북한 당국이 2020년 4월 15일 완공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는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숙박, 별장, 회의·전시, 체육경기, 상업·편의 등 기능별로 구역을 구분하고 기존 명사십리해수욕장을 확장, 물놀이장과 자연공원도 조성하고 있다. 마식령스키장은 슬로프 10개(최장 5,091m)가 구비된 북한 최대 스키 휴양지로 2013년 말에 완공됐다. 2018/2019 동계시즌에 중국인 대상 스키 여행 패키지가 출시된 바 있다. 

마식령스키장

- 금강산관광지구

금강산지구는 천연기념물(30여개), 역사유적(10여개) 자연보호구(2개), 해수욕장, 온천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휴식치료·역사문화 관광지, 해양관광지, 겨울철 스키 관광지를 목표로 하며 온정리 및 고성항구역(1단계)과 삼일포-해금강구역(2단계)으로 구성된다. 온정리 및 고성항구역에는 실내외 해양체육시설, 물놀이장, 골프장과 결합한 체육촌, 온천, 감탕(머드)·안마·건강증진시설, 돌고래 수족관을 계획하고 있다. 삼일포-해금강구역은 호텔과 호화별장촌, 골프장, 해수욕장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기존 숙박 능력(4,100여 석)을 3배 이상(14,000여 석)늘리고 기존 상업·편의시설을 현대화할 예정이다. 석왕사지구는 고려-조선시대 유적(50여개), 등산길, 약수터 등이 있다. 통천지구는 시중호·동정호·총석정구역으로 구성된다. 시중호구역은 시중호 감탕을 이용한 건강 및 치료시설, 동정호구역은 숙박·관광·봉사시설, 총석정구역은 해수욕장·뱃놀이장·여객부두 등이 계획되어 있다. 

지방급 관광개발구는 북한이 발표한 대로 지리적 특색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우선, 무봉국제관광특구는 양강도 삼지연군 무봉노동자구 일부(20㎢)로 백두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 다른 개발구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고 들쭉 밭 3만여 정보가 있다. 석을천(무봉호) 기슭의 30만여 정보에 달하는 호수를 이용한 물놀이장, 승마장, 민속촌, 체육·오락시설, 실내사격장, 민속음식거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에 홍콩 성윤투자주식유한공사가 동쪽 개발을 위해 전력망과 하부구조 건설을 진행했고 중국 지린성 화룡시가 공동개발에 강한 의욕을 보였으나 당시 대북제재 결의안 발표 이후 투자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온성섬(흰색 원 안)과 그 주변(출처 : 구글어스)

- 온성섬관광개발구

온성섬관광개발구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도문의 양수진(양수천자)과 마주하는 온성섬 전체(함경북도 온성군 온성읍 일부, 1.69㎢)이다. 온성섬은 북한 땅이지만 두만강 물줄기가 바뀌면서 중국 측에 완전히 붙어 있다. 중국에서는 작은 도랑만 건너면 되기 때문에 임시통로를 개설하고 양쪽 인력이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이 관광개발구의 선결조건이 북·중 양측 대안에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배를 타고 건너와야 하므로 북측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골프장, 수영장, 경마장, 민족음식점 등 관광휴양지구를 조성하고 섬 주변 수역에 보트를 비롯한 유람시설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에 중국 도문시와 개발 계약서를 체결했고 2020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 청수관광개발구

청수관광개발구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단둥 일부와 마주하는 평안북도 삭주군 방산리 일부지역과 청성노동자구를 포괄(20㎢)한다. 복숭아 등 우량품종 과일나무가 많은 과수원화된 관광지역을 목표로 한다. 문화오락구역, 민속촌, 민속여관을 비롯해 샘물·과일·산나물·김치 가공공장 등을 건설하고 특산물가공, 축산, 과수, 양어기지(내수면양식)를 개발해 관광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에 평안북도인민위원회와 중국 요녕성 및 단둥 측의 협조아래 관광개통식이 추진된 바 있다.

- 신평관광개발구

신평관광개발구는 평양-원산관광도로의 중간지점으로 남강에 흘러드는 도화천과 아호비령 산줄기의 지맥이 뻗어 있는 황해북도 신평군 평화리 일부(8.1㎢)이다. 달해산성과 문성진성, 높이 100m의 구룡폭포, 주상절리, 옥류동계곡 등이 있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에서 ‘신평금강’으로 불리는 명승지의 유람, 탐승, 휴양, 체육, 문화, 오락, 숙박 등 종합적이고 현대적인 산지 관광지구를 계획하고 있다. 북한대만우호협회에서 일하며 최근 대만 내에서 북한 투자를 홍보하고 있는 ‘조선 비즈니스-문화 뉴스’ 관계자가 신평관광개발구의 대만 에이전트로 알려진다. 

현재 북한에 지정된 관광특구·개발구를 살펴본 결과, 무봉·온성섬·청수는 중국과 접한 지역인 만큼 관광 및 투자 대상자가 명확하고 이미 외부 투자가 협의되었거나 개발에 착수했다. 신평은 평양-원산의 길목에 있으므로 원산-금강산의 성패와 운명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명한 관광자원이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전문가가 보기에는 관광개발 가능성에 다소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 나름대로는 지역 특색에 따른 개발 방향과 투자 대상을 고려해서 접근성과 수용태세를 개선하고 지역경제발전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및 금강산국제관광특구는 계획이 큰 만큼 단일 투자자에 의존하기 어렵다. 북한 스스로 역량을 투입하여 어느 정도 공사를 진척하면서 향후 도로·철도·항만·공항·전력·상하수도 등의 인프라와 관광을 지원할 제조·서비스업에 대한 외자유치를 전방위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2019년 6월에 북한 대외경제성은 중국 선양의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에 원산-금강산 투자유치사무소 업무를 위임했다고 한다.

사실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의 윤곽은 현대아산이 과거에 북측과 합의했던 금강산개발총계획의 구역과 대동소이하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정상은 서해에 경제공동특구를, 동해에 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합의했다. 앞으로 여건이 조성되면 동해관광공동특구에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가 포함될 것은 자명하다. 변화된 한반도 정세와 금강산관광의 경험을 살려 이 지대를 활용한 남북관광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특집칼럼2

남북관광협력과 국제관광지구의 구상

- 동해관광공동특구의 활용

김범수 강원연구원 통일·북방연구센터 센터장

2017년 한반도에는 핵을 두고 벌어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설전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그 당시 남북관계는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 2016년 제4차 북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개성공단이 폐쇄되어 교류의 매개는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탄핵으로 국내 정치도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두 정상 간의 설전은 한반도에 큰 위기를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남한에서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며 참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 당시의 남북관계로 볼 때 그 가능성을 믿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참가 선언 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회복되어갔고, 북한의 참가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성공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그 이후 남북 정상은 판문점과 평양 등에서 세 차례 만났고, 북미 간에도 지금까지 세 차례의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었다. 돌이켜보면, 비핵화를 두고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분명히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아직 그 과정에 있다. 언제쯤 그 끝에 다다를지, 그 끝이 과연 해피엔딩일지 아닐지 지금으로선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는 기대만큼 빨리 진전되고 있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제재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위기감도 일견 완화된 듯 보이지만, 아직 많이 불안한 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평화 분위기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대북제재 해제의 결과로 오든 아니면 대북제재 이전에 선행적으로 취해지든, 만약 그것이 현실화되지 못한다면 한반도에서의 평화 분위기는 지속하기 어려우며 현 정부가 주장하는 평화경제를 견인할 동력도 그 힘을 잃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도 불확실한 남북관계에서도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모멘텀을 잃지 않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이에 못지않게 남북관계의 유지와 발전 또한 북한의 비핵화만큼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남북은 대북제재 하에서도 양자 간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대안적 방안을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분단도이며, DMZ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도 북한과 접해 있지만, 강원도만큼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지는 않다. 강원도 접경지역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면적은 2,555.3㎢로, 경기도 접경지역의 그것보다 1.68배가 많다. 군사적 대치의 현장으로서 분단의 현실을 가장 극명히 안고 있는 지역이 강원도, 그 중에서도 강원도 접경지역이다.

분단도로서 강원도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선도해 왔다. 1998년 전국에서 최초로 남북교류협력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기금을 설치했으며, 정부 주도의 교류협력사업과 비교해 ‘분권적‧미시적’ 원칙 아래 지역 특성에 기반을 둔 협력사업을 추진해 왔다. 어린 연어 방류사업과 금강산 일대의 솔잎혹파리 방제사업이 대표적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스포츠 교류도 활발히 추진해 아이스하키 친선경기도 추진했다. 스포츠 교류는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으로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했던 긴장의 순간에도 계속되어 평양에서 개최된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강원·경기 지역의 유소년 선수단이 참가하기도 하였다.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는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한편, 강원도는 금강산관광의 플랫폼으로 역할 해 왔다. 특히 육로관광이 가능해지면서 고성군은 관광객을 위한 상권이 형성되는 등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2008년 7월 불의의 사고(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고성군은 큰 타격을 받기 시작하였다. 개성공단사업도 마찬가지이지만, 금강산관광의 중단은 불확실한 남북관계 속에서 추진되는 교류협력사업이 얼마나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와 또 그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강원도는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정책적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남북 동해안의 국제관광자유지대, 개성공단 역개념의 철원 평화산업단지와 남북일제(南北一制) 평화특별자치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불확실성이 큰 남북관계에 있어 다소 파격적인 실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체제에서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협사업으로 지금은 모두 중단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공통점은 아마도 공간적‧기능적으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1단계에서 그 성장이 멈췄고, 금강산관광도 육로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까지 진전을 이루었지만 관광 프로그램 자체를 더 확대해 나가지는 못했다. 항상 불확실한 남북관계가 그 원인이었지만, 그 이전에 개성공단에는 노동력 확보의 문제가 상존해 있었고, 금강산관광은 내금강관광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등 공간 이용에 제약이 있었다. 그로 인해 관광객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금강산관광이 재개된다면 예전과 같이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금강산만을 관광하는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의 관광도 가능하며 금강산을 넘어 그 배후지역까지 관광이 가능한 형태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관광사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 측면에서 선택의 다양성을 넓히고 수요를 확대해 다시 공급을 키우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의 이러한 제안은 마침 북한이 원산을 국제관광도시로 지정하고 개발하면서 원산과 금강산을 관광특구로 묶어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그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1) “10년간 금강산 관광중단 피해규모 최소 2조원 넘어”,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 보도자료」(2019.9.11.)에서 인용.

금강산관광이 중단됨에 따라 현재 고성지역이 겪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사업 참여의 경제적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금강산관광의 중단으로 인한 고성군의 경제적 손실은 3,616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1) 이는 금강산관광 중단 전인 2004~2007년 연평균 관광객이 690만 명이었으나 2008~2014년 478만 명으로 212만 명으로 감소함으로 인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감소하고 실업인구는 증가했다는 데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만약 금강산관광의 출발점인 남한 지역에 대한 연계 관광프로그램 없이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남북한 상호호혜의 원칙에 따라, 그리고 경협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원산~금강산~고성~속초~양양~강릉을 잇는 지역을 국제관광자유지대로 설정하고 공동・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과거 북한과 연결된 경협사업으로만 존재했던 금강산관광사업을 남북관광협력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관광자유지대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남한의 연계 관광이 가능한 지역으로, 남・북 주민과 외국인 모두 관광이 가능한 특별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원산갈마비행장으로 들어와 남한 양양국제공항으로 나가는 동선이 가능하고 그 반대도 가능한 구역이다. 관광프로그램에 따라 하늘길, 바닷길, 땅길의 연결이 자유로운 지역이기도 하다. 즉, 북한의 관광자원과 남한의 관광자원이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실질적인 남북관광연계협력의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본의 서해안지역과 북·중·러 접경지역과의 크루즈 관광이 성사된다면, 동북아관광연계협력사업으로 언제든 확대가 가능해 동북아의 화합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국제관광자유지대의 효용성은, 경협사업으로서 남북강원도 동해안의 동반성장을 끌어내는 것을 넘어 환동해권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원산 갈마해안지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가 본 궤도에 오르면 갈마해안지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투자도 이루어질 것이고 투자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그리고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관광자유지대가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권역을 안정적으로 지원・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밑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시작점은 남북 고성을 특구로 묶어 국제관광자유지대의 소권역으로 시범지역화하여 정책의 취지를 시험해 보는 것이다. 남북 정상이 평양회담에서 합의한 동해관광공동특구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2) 남북 고성을 동해관광공동특구로 지정하고 운영한 뒤 그 효과를 배후의 원산과 강릉까지 미치게 하는 발전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침 강원도는 2018년 말에 의원입법발의를 통해 강원도를 평화특별자치도로 지정하는 문제를 제안하였다. 평화특별자치도는 분단도인 강원도를 정부 직할의 평화통일 선도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여기에 핵심은 평화통일특별지구의 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통일특별지구는 사람, 상품, 자본의 남북 간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을 적용하고, 교류와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구역을 포괄하는 지역 단위이다. 따라서 남북 고성을 동해관광공동특구로 지정함에 있어 남한의 고성 지역을 먼저 평화통일특별지구로 지정해 남북 간 교류와 관광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동해관광공동특구와 국제관광자유지대로 확산하는 전략도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고 본다.

2) 동해관광공동특구는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아직 특구의 공간적 범위 등 구체적 논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