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업을 소개합니다!


제6편
전기전자·ICT 분야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안내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북.기.소(북한의 기업을 소개합니다!)’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총 6회에 걸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제1편 금속산업을 시작으로 화학공업, 기계공업, 섬유·의류업, 식품가공업 분야의 북한 주요 기업소와 산업 특징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 ‘북.기.소’는 가장 첨단에 있는 산업인 전기전자·ICT 분야를 끝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다음 호부터는 북중접경지역을 통해 남북교류협력 실제를 상상하고 또 적용해보는 곽승지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의 ‘Border or Borderless’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01 산업개관

북한의 전기전자 산업은 중전기 부문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전자부문은 COCOM* 및 바세나르 조약 등에 의해 핵심 설비, 부품 및 소재와 기술의 수입이 통제되어 크게 낙후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ICT 기기의 최종 조립 등을 중심으로 전자산업의 발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Coordinating Committee for Multilateral Export Controls의 약자로 1949년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에 첨단 군사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출범된 냉전시대의 대표적 제재 기구이다. 대공산권에 대한 전략물자의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비공식 협의체로,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로 부르기도 한다. COCOM은 소련붕괴 등 냉전체제가 종식됨에 따라 해제되었고 1996년 11월부터 바세나르조약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며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은 중공업 우선 공업화 전략의 일환으로 발전소, 대규모 공장 등의 건설에 필요한 전기기기 및 부품 분야를 우선적으로 육성하였다. 특히 북한은 자체적으로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하여 수․화력발전기, 엔진 발전기, 직류기, 전동기, 변압기 등의 분야에서 생산 역량을 확충해 왔으며, 기술수준은 높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제작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5만kW급 수력발전기의 제작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1973년에 10만kVA 및 20kVA급 변압기를 생산했다는 발표에 이어 1976년에는 연간 10만 kWw의 전동기를 구소련과 동구권에 수출하는 등의 실제적 성과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은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중대형 수력발전소 건설에 주력하였는데, 이에 필요한 발전기 등을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등 내부에서 제작,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북한에서 제작된 수차 등 발전설비의 성능이 문제가 있어서 희천발전소 등 새로 건설된 중대형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설계 능력에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외에 각종 전기기기와 부품, 그리고 자동화기기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중전기 부문에 비해 생산능력이 떨어진다.

  • 태블릿PC 아침

전자 및 통신기기 분야는 중전기 및 전기기기 부문에 비해 발전이 더 더뎠다. 북한은 1960년대에 자체적인 컴퓨터 제어기술을 개발하는 등 공업화 초기에 전자공업의 육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COCOM 및 바세나르 협정 등에 의하여 핵심 설비, 부품 및 소재와 기술의 수입이 통제됨에 따라 발전이 크게 지체되었다. 군사용 통신기기 부문을 제외한 가전제품이나 통신기기 등의 분야는 북한의 여타 산업에 비해서도 크게 낙후되었다.

그런데 시장화와 내수 시장 확대, 그리고 당국의 정보화 및 국산화 정책 등에 의해 정보통신기기 및 가전제품 등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휴대폰, 태블릿 PC, 평면 TV 등 정보통신 기기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북한 내부에서 이들 정보통신 기기에 대한 초보적인 생산기반이 확충되고 있다. 정보통신기기 분야에서는 북중합작기업인 아침-판다콤합영회사와 푸른하늘전자합영회사, 하나전자합영회사, 노을합작회사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휴대폰의 경우, 초기에는 중국에서 수입, 판매했지만 점차 북한 내에서 조립한 제품의 비중이 늘어나 스마트폰도 내부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2013년 5월11일공장에서 북한 자체 휴대폰인 ‘아리랑’을 출시하였으며, 최근에는 ‘평양타치’라는 이름의 스마트폰까지 출시하였다. 휴대폰의 수요 부문인 이동통신망 서비스 가입자를 살펴보면, 이미 가입자 수가 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단일 품목으로는 식품, 의류 등과 함께 북한 내에서 최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데스크톱 및 노트북PC, 태블릿PC 등 관련 산업의 경우 중국, 대만 등에서 부품을 수입해 단순 조립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내에서도 PC,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들 제품에 대한 북한 내부에서의 공급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데스크탑 PC 시장의 경우, 대부분 부품을 중국 등에서 수입하여 북중 합작회사인 아침-판다콤퓨터합영회사 등에서 최종 조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블릿 PC의 경우, 여러 회사에서 다종의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데, 아침-판다콤퓨터합영회사의 ‘아침’, 평양정보센터의 ‘아리랑’, 조선콤퓨터쎈터의 ‘삼지연’, 룡악산정보기술교류소의 ‘룡흥’, 평제회사의 ‘묘향’, 평양기술총회사의 ‘울림’, 노을합작회사의 ‘노을’ 등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한다.

올해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에 나온 디지털TV

정보통신기기보다는 다양하지 못하지만 가전제품의 북한 내 생산도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중국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과의 합영기업이나 무역회사 소속 기술교역회사 등에서 중국산 부품을 수입하고 완제품을 조립·생산하여 공급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컬러TV나 평면 디스플레이 등의 경우에는 북한 내 대표적인 가전제품 생산기업을 활용해 국산화 시도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4월 북한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에서 대동강텔레비죤수상기공장에서 디지털 LED 액정 텔레비전을 개발·완성하였다고 영상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노동신문 등 공식매체에서 LED TV의 개발과 생산성과에 대한 보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북한에서 열리는 국제상품전람회 등에서도 북한산 LED TV가 빠지기 않고 출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과학기술 및 정보화를 강조하고, ICT 제조업 및 서비스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설비의 국산화 정책과 함께 생산설비의 자동화 및 무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관련 산업의 발전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다만, 대북 경제제재로 첨단 설비 및 부품과 기술의 도입이 어려워 자체적인 발전은 한계가 있다. 

2. 주요 기업

하나음악정보센터에서 생산한 제품

중전기 분야에서는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동 기업소는 남포시에 소재하고 있으며 부지면적은 113만㎡에 달하는 대규모 종합기계공장이다. 주요 생산품은 수력 및 화력발전설비, 대형 모터, 대형치차, 변압기, 대형보일러 등이며, 전기설비가 아니지만 대형 플랜트 설비도 생산한다. 특히 북한이 전력난 해소를 위해 건설하고 있는 수력발전소의 발전 설비 대부분을 공급하는 핵심 공장이다.

전기기기 및 부품 분야의 주요 공장으로는 수치제어장치를 비롯한 산업용 전기기기와 자동화기기를 주로 생산하는 6월1일청년전기기구공장, 변압기 등 산업용 전기기기를 주로 생산하는 함흥청년전기기구공장, 자동차·트랙터용 직류발전기 등을 생산하는 보통강전기공장, 전선류를 생산하는 평양326전선공장 등이 있다. 

대동강텔레비죤수상기공장

만화영화촬영소의 작업 모습

대표적인 전자·자동화 설비 공장으로는 10월5일자동화종합공장이 있다. 동 공장은 평양에 소재하고 있으며, 부지면적은 28만㎡에 달한다. 주로 산업시설용 고압배전반, 저압배전반, 규소정류기, 계전기와 각종 계기류 등을 생산한다. 이밖에 모란봉자동화기구공장, 평성자동화기구공장, 함흥영예군인자동화기구공장 등이 확인된다.

북한 최대의 TV 생산공장인 대동강텔레비죤수상기공장과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설립된 북중 합영회사인 아침-판다콤퓨터합영회사가 대표적이며, 이 외에 평양시리즈 스마트폰을 생산한다고 하는 체콤합영회사, 테블릿 PC를 생산하는 노을합작회사 등 합작·합영회사들이 ICT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회사의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밖에 조선콤퓨터센터, 룡악산정보기술연구소, 평양기술총회사 등에서도 태블릿PC 등 ICT 분야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