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남북교류 협력의 교두보 
북중 접경지역

곽승지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

* 안내

9월호 연재에서는 인적·물적 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북중접경지역의 특징과 실제 사업 현장을 살펴봄으로써 북한 경제 현황을 추론하고 향후 남북협력에 대한 함의를 얻고자,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곽승지 교수의 ‘Border or Borderless’를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북중간 국경선 약 1,400㎞를 넘나들면서 이루어지고 있는 북중 간 교류를 통해 남북교류의 미래를 그려보고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콘텐츠로 찾아가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애독 부탁드립니다.

출처 : 지난 달(8월 초) 단동(丹东)에서 촬영한 압록강대교와 신의주 시가지 모습(필자 촬영)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의 단동과 마주보고 있는 북한 국경도시 신의주는 공사 중이었다. 8월 초 3년여 만에 다시 찾은 단동에서 바라본 신의주에는 전에 보지 못한 고층건물 여럿이 들어섰고 도시 곳곳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한 커다란 크레인타워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십 수 년 전 중국의 도시들을 방문할 때 느꼈던 도시 건설을 위한 분주한 모습이 이제 압록강 건너 신의주에서도 재현되고 있었다. 건설 중인 건물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도 족히 십여 개에 이르렀다. 단동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한 지인은 현재 신의주시에 건설 중인 건물이 대략 70여 개에 이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신의주시가 변하고 있음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만이 아니었다. 도시 전체가 이전의 회색빛을 말끔히 걷어내고 이제는 파스텔톤의 다양한 색상으로 겉치장을 하고 있었다. 2014년 경부터 건물에 색상을 더하는 것이 간간이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도시 전체가 밝고 화려한 색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에 색상이 더해지는 것은 북중 접경지역에 위치한 대부분의 도시에서 관찰되는 모습이다. 최근 다녀온 집안시(集安市) 너머의 만포시, 장백현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혜산시, 도문시의 두만강 건너편에 위치한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등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시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건물에 색상이 더해진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우선 침체됐던 경제가 일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북한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적어도 북중 접경지역 도시들에서는 이러한 관측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건물에 다양한 색상이 더해지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에는 차량의 움직임이 빈번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단동시를 비롯해 북중 접경지역의 중국측 도시들은 지난해 북한의 변화 움직임과 함께 중국인들 사이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북한이 변할 경우 이 도시들이 중국의 북한진출 거점이 될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당시 단동과 훈춘 등 북중 접경지역 도시들의 주택 가격은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아 많게는 2배 이상 올랐다. 단동에서 만난 한 조선족동포는 자신도 당시 단동에 집을 새로 구입했는데 50% 정도 올랐다며 즐거워했다. 현재 시세는 어떻냐고 물었더니 한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내리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북미회담이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북한 변화에 대한 기대가 다소 꺾였지만 주택 시세는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북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사람들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출처 : 안개에 쌓인 만포시의 모습. 색색깔의 건물들이 눈에 띈다. (필자 촬영. ‘19.8월 현재)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최근 북한 관광을 위해 접경도시로 몰리는 관광객들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필자가 8월 초 방문했을 당시의 단동에는 북한사람도 눈에 많이 띄었지만 북한에 관심을 가지고 모여든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특히 방학기간을 이용해 가족 단위로 관광을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압록강변에 모여 호기심 어린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는가 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단동시 거리마다 설치된 북한 관광객 모집을 위한 간이 접수처 주변을 서성거렸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 관광상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반나절 동안 신의주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반나절 관광 상품이다. 이 상품은 여권과 비자 발급 없이 입·출경 수속이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질 뿐 아니라 350위안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북한 여행이 가능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단다. 이외에 1일, 2일, 4일, 5일 등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다. 연길에서 만난 북한 관광상품을 취급하는 한 여행사 대표는 연변지역에서도 최근 북한 관광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사업가들의 모임에서 단체로 북한 관광을 가겠다며 문의하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연변사람들이 관광하는 주요 대상 지역은 신의주, 평양 등지와 함께 함경도 지역의 청진과 칠보산, 라선 등지를 망라한다.

중국인들이 북한 관광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북한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이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시 주석은 방북에 앞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인의 북한방문을 활성화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년에는 중국 관광객의 수가 한층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중국인 관광객을 처음 맞은 것은 30여 년 전인 1988년 4월로서 당시 단체관광객 44명이 버스편을 이용해 압록강을 건너 하루 동안 신의주를 둘러봤다.

출처 : 신의주 시가지에서는 건설이 한창이다. (필자 촬영. ‘19.8월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인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경도시 신의주에 도시 건설의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인들은 왜 신의주 맞은편에 위치한, 북한으로 가는 관문인 단동을 찾고 투자를 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도시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접경도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접경지역의 지정학적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실 우리는 그동안 이 지역의 변화를 지켜보며 미래를 점치기는 했지만 접경지역으로서 이 지역이 지닌 가치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는 못했다. 변화에 대해 수동적으로만 다가갔을 뿐 가치를 가늠하고 이해하기 위한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는 데 인색했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먼저 북한과 접경을 이루는 지역과 연결되어야 한다. 북한은 동쪽과 서쪽이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어 다른 지역과 접해 있는 곳은 한국과 직접 맞닿아 있는 휴전선 지역과 북쪽의 북중 접경지역 뿐이다. 휴전선 지역은 남북한의 군사력이 밀집되어 있는, 정치 군사적 성격이 강한 특별한 곳이다. 전통적인 안보 중심의 영토주권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으로서, 남북관계에 따라 이 지역을 통해 북한에 접근하는 것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남북한은 휴전선 인근의 일부 지역을 활용해 관계를 개선하며 교류협력을 강화했었다. 남한사람들이 금강산을 관광한 것이나 개성에 공단을 세워 남한의 기업이 북한 노동자를 활용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현재는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모두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남북한 간 새로운 해빙 분위기 속에서도 아직 두 지역으로 북한에 접근하는 길은 열리지 않고 있다. 휴전선 지역의 강력한 정치 군사적 성격이 남북한의 관계개선 분위기를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한이 전쟁을 경험했고 아직 전쟁상태를 종결하지 못한, 이른바 휴전협정체제 하에 놓여있는 것을 감안하면 휴전선 지역이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 휴전선 지역은 남한과 맞닿아 있어 직접 북한으로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따라서 남북한 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을 우선적으로 개발해야 할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휴전선 지역은 관계의 변화를 만드는 중요한 시발점이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북한의 군사시설을 뒤로 물리고 추진되었다.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북한으로 들어간 곳도 판문점이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한 방문도 휴전선을 차량으로 넘으며 이뤄졌다. 판문점에서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크고 작은 회담들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13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린 곳도, 금년 6월 점점 약해져 가던 북미 정상회담의 동력을 다시 만들어 낸 곳도 판문점이었다.

북중 접경지역은 그러나, 휴전선 지역과 달리, 커다란 이벤트를 만들 수 있는 한 방은 없을지 몰라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훨씬 더 많은, 작지만 중요한 수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이다. 북중 접경지역은 북한이 가장 의지하고 있는 중국으로 가는 통로일 뿐 아니라 사실상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이다. 또한 북중 접경지역은 중국과 한반도의 접경지역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도 이 지역의 직·간접적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즉 백두산을 사이에 두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과 한반도를 나누는 이 지역은 북한과 중국 간의 접경지역이지만 동시에 한국과 중국 간의 접경지역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북중 접경지역에 대해 소극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 중국 도문(图们)에서 찍은 남양다리와 남양시의 모습. (필자 촬영. ‘19.8월 현재)

접경지역에 대해 안보를 중시하는 영토주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시각과 달리 오늘날엔 나라와 나라,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즉 닫힌 사회에서 변경(邊境)은 그야말로 변방에 불과하지만 열린사회에서는 이곳저곳을 연결시켜 소통하는 중심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이미 양측 접경지역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질 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젠 한국사회도 이 지역의 특별한 지정학 및 지경학 그리고 다수의 조선족이 살고 있는 지문화적 가치를 평가하며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처럼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중국인들이 북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류·협력하고 있다. 단동과 훈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몇몇 지역만이 아니라 북중 접경지역에는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고 있는 크고 작은 교통망이 형성되어 있다. 이 교통망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두 나라 사이를 오고가고 있다. 휴전선 지역은 철조망으로 철저히 차단되어 있지만 북중 접경지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항상 열려있는 곳이다. 그리고 북중 접경지역을 통해 중국의 다양한 물자들이 북한으로 넘어가고 있다. 북한과 중국 간의 교류협력이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중 접경지역은 서쪽의 압록강 끝에서 동쪽의 두만강 하류 인근(두만강 하류의 약 16km는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역)의 방천까지 약 1천330km에 달한다.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한 백두산 산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접경지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현재 북한과 중국은 양국 간의 교류 협력을 위해 접경지역에 모두 17개의 출입처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 구안(口岸, 코안)으로 불리는 출입처는 출입통로, 통상구, 교두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곳에선 출입국관리, 세관업무, 검역 등이 이루어진다. 북한과 중국 간 출·입경 문제는 2001년에 체결된 「변경출입처 설치 및 그 관리제도 협약」에 따라 처리된다.

북한과 중국 간 교류 협력의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는 17개의 통상구는 두만강 상에 7곳, 백두산 산계에 1곳, 압록강 상에 9곳 등이다. 두만강 하류에서부터 살펴보면 권하-원정리, 사타자-샛별, 도문-남양(도로/철로), 개산둔-삼봉, 삼합-회령, 남평-무산, 고성리-삼장, 쌍목봉-상두봉, 장백-혜산, 임강-중강, 청석-운봉, 집안-만포(도로/철로), 노호초-위원, 태평만-삭주, 단동-신의주(도로/철로), 단동신도시-남신의주, 단동항-신의주항 등이다. 이들을 형태별로 보면 15개의 도로교(다리)와 3개의 철로, 1개의 육로 그리고 1개의 항로 등 모두 20개의 교통로가 형성되어 있다.

중국은 특히 최근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의 주요 통상구에 다리를 새로 건설했거나 건설하고 있다.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중국 훈춘의 권하와 북한 원정리를 잇는 기존의 다리를 그대로 둔 채 옆에 새로운 다리를 놓아 통행을 원활히 했으며 중국의 도문과 북한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를 잇는 다리 역시 낡고 노후화된 기존 다리 옆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압록강 상의 중국 집안과 북한 만포 사이에는 새로운 다리가 건설돼 이용되고 있다. 집안-만포 간에는 기존에 철로만 있었으나 2년여 전 집안에서 만포시 중심지를 잇는 다리를 새로 놓았다. 기존의 철로는 만포시 중심지 외곽으로 이어져 있다. 중국은 또 기존의 압록강대교와는 별개로 압록강 하류에 단동 신시가지를 조성하고 이곳과 남신의주를 잇는 총 길이 3030m의 신압록강대교를 2014년에 건설했다. 그러나 이 다리는 완공된 지 5년이 지나도록 북한측 진입로가 건설되지 않아 아직 미개통 상태에 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 내의 통상구에 기존의 낡고 노후화된 다리를 새로이 건설하는 것과 함께 집안-만포, 단동신도시-남신의주 간의 다리를 새로이 건설하는 등 북중 접경지역의 교류협력을 위한 기반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 통상구를 재정비하고 새로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향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함께 북한의 적극적인 개혁개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 북중 접경지역은 북한이 해외로 나가거나 밖에서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라는 점에서 교류협력이 보다 활발해 질 때를 대비해 통상구 및 교통로를 정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는 노후화된 다리를 새로 건설했거나(권하-원정리) 건설중인(도문-남양) 곳, 다리가 없던 곳에 새로이 다리를 놓은 곳(집안-만포/ 단동신도시-남신의주) 등이 북중 접경지역 통상구 중 상대적으로 물동량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서도 엿 볼 수 있다. 또 권하-원정리 통상구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모두 철로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압록강 중류에 위치한 집안-만포 구간에는 철로만 있었으나 2년여 전 도로를 새로 건설해 이용하고 있다.

출처 : 중국 집안(集安)에서 바라본 만포다리와 만포시. 건물 외벽에 은은한 파스텔톤 색상이 층층이 입혀져 있다.(필자 촬영. ‘19.8월 현재)

북중 접경지역에는 현재 북한과 중국 간 합의하에 라선경제특구와 황금평경제특구(신의주)를 운영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일찌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신의주경제특구도 있다. 황금평경제특구는 중국의 시진핑 체제 출범 후 북중관계가 경색되면서 개발이 중단된 상태에 있지만 최근 북중관계가 다시 복원되고 있어 멀지 않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일부 언론은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황금평경제특구 개발과 신압록강대교 북한측 진입로 건설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외에도 북중 접경지역에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 후 발표한 6개의 개발구가 개발을 기다리고 있으며, 압록강경제개발구, 청수관광개발구, 위원공업개발구, 만포경제개발구, 혜산경제개발구, 온성섬관광개발구 등 1개의 공업개발구와 2개의 관광개발구, 3개의 경제개발구가 있다. 이들 개발구가 아직은 선언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의 북한 변화의 움직임이 구체화된다면 이 개발구들이 가동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접경지역에 개발구 설치를 발표하는 등 이 지역에서 교류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개발계획을 제시하는 가운데 중국측에서도 화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측은 북한과의 교통로 건설을 다그치는 등 관련 인프라 건설을 강화하고 있는데, 접경지역 주요 행정단위에서도 앞 다투어 개발구를 설치하며 북한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4개 접경도시들(훈춘, 도문, 용정, 화룡)은 모두 개발구를 설치해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들 개발구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대부분 북한 인력을 고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직접 접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변조선족자치주 주도(主都)인 연길 개발구도 IT전문가 등 북한의 고급인력을 데려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과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발하게 교류협력을 위한 기반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할, 북중 접경지역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한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5.24조치에 이어 국제사회의 북한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을 위한 사업기반을 닦아온 한국 사업자들의 설자리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이들이 잃어버린 기반을 다시 세우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자칫 북중 접경지역을 통한 교류협력이 한국을 제외한 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강한 우려마저 있다. 따라서 지난 일을 탓하기보다 지금이라도 남북한 교류 협력의 교두보로서 북중 접경지역이 지닌 지정학·지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며 적극적으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며 활발한 남북 교류 협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협회의 공식적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