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이후의 도시

사회주의 도시에서 미래를 찾다

사회주의 도시, 그 중에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북한의 평양. 저자는 평양이라는 도시가 가진 삶의 양식, 바로 ‘도시 생산 주거’를 미래 도시가 추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흔히 생각하는 도시 ‘평양’의 낙후함이나 정치·경제적 부자유 등을 감안하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인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주의 도시 그리고 평양은 조금 다르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은 ‘마이크로 디스트릭트(microdistrict)’라는 단위를 도시의 근간으로 본다. 가족이 아닌 공동체, 즉 코뮌(commune)이 도시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것이다. 이 마이크로 디스트릭트 안에는 주거부터 교육, 탁아, 공공·상업시설 등이 모두 포함된다. 낯선 개념은 아니다. 남한 사회 주거 형태 중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도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린주구 이론(neighborhood unit)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데, 근린주구 이론은 하나의 주거 단위가 초등학교 운영에 필요한 인구 규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 디스트릭트가 가지는 차별성은 ‘단지 내 생산시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도시는 생산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이념적 특징 때문인데, 이로서 도시 거주자는 소비자이면서도 생산자로의 지위를 획득하고, 지역 내에는 순환하는 경제, 즉 자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최근 서구의 여러 도시에서 로컬푸드(local food), 로컬마켓 등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생산품을 유통·소비하는 운동이 활발한 것도 여기에 일맥상통한다. 사회주의 도시가 표방하는 ‘도시 생산 주거’는 생산과 주거가 융합된 도시로, 도시 공간 간의 균형, 나아가 도시 간의 균형을 도모하고 거대한 자본의 집합체인 도시가 잃어버리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