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유 어게인 in 평양 

나는 북한 최초의 미국인 유학생입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언제나 그렇듯 이목을 끈다. 「시유 어게인 IN 평양」의 저자인 트래비스 제퍼슨 또한 미국인 최초로 북한이 받아들인 ‘유학생’이었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책 표지 만큼이나 도발적인 부제가 자연히 손길을 끄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제퍼슨의 글쓰기 솜씨 덕분에 단순한 여행기겠거니 하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은둔의 국가인 북한에 떨어진 이방인(그것도 ‘미국인’이다!)이 겪는 치열한 적응과 내면의 갈등이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많은 소설 작품처럼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보는 북한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사건, 인물들은 어디까지가 그가 경험한 ‘진짜’고, 어디서부터 그가 다소 가공해 낸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할 정도다. 실제 저자 제퍼슨은 서두에서 책에 담긴 모든 사건은 본인과 지인들이 겪은 사실이나, 등장인물은 여러 사람을 섞어 만든 가상의 인물들이라고 밝힌다.

한 북한 전문여행사에서 꽤나 모험적인 시도를 했다. 기존의 관광상품과 달리 평양에 위치한 김형직사범대학에서 한 달간 ‘집중 조선말 어학연수’를 받을 외국인 지원자를 모집한 것이다. 관광업계의 트렌드인 ‘한 달 살기’와 같은 체험적 요소를 가미한, 어찌 보면 과감한 관광상품이었다 할 것이다. 제퍼슨은 이 프로그램에 신청한 3인 중 하나로 유일한 미국인이었으며,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의 대학에서 공부한 유학생(비록 한 달 짜리 어학연수였지만)이 된다. 북한 당국의 용인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이 프로그램은 ‘실제’였다.

공무나 국제NGO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주재원이 아니라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겐 예외 없이 2명 이상의 수행원이 붙는데, 북한 사람으로 외국인을 끊임없이 상대하는 여행사 소속인 가이드 ‘민’과 이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북한의 신흥 엘리트인 ‘김 동무’의 삶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마치 최근 유행하는 관찰예능을 보는 것도 같다. 그들은 북한의 ‘이중 의식’(Double consciousness)1)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2017년 7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령을 내리며 발이 묶인 저자는 다시 평양에 가게 되길 바라며 책의 제목을 지었나보다. 한 달 간의 어학연수를 포함해 약 5년 간 북한을 다니며 그가 직간접적으로 겪고 들은 북한은, 김일성광장의 열병식처럼 흡사 기계처럼 작동하는 거대한 무대 속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웃고 떠들며 삶의 욕망을 여러 갈래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알면 알수록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 들지 않으면 더욱 매혹되는” 장소다.

이중 의식(Double consciousness) :

다수파 문화에 대한 소수민족 구성원의 복합적 의식을 말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자인 뒤보이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다수파 문화에 속해 있는 소수민족 구성원은 다수가 ‘이래야 한다’고 기대하고 표상하는 모습과 실제 자신에 대한 의식 간 차이를 동시에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제퍼슨은 다수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다른 정치·경제시스템을 가진, 소수인 북한 사람이 다수파 문화, 즉 외국인을 만나거나 외국에서 주재원 등의 생활을 하게 될 때 겪는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데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