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경
대북인도지원 단체의 실무자이자, 단체 연합회 운영위원장 입장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자기반성을 겸해 2019년을 평가해 보려고 합니다. 사회자 말씀대로, 정치적 부침에 사회문화나 인도지원 분야가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특히 2019년에 있어 가장 안타까운 건, ‘기존의 룰이 적용되지 않은 한 해’였다는 점입니다. 보통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민족 동질성 회복이나 관계 증진을 위해 진행되는 사회문화교류 사업이나, 인류애적 정신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대북인도지원·개발협력 사업들은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만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은 전혀 이 룰이 작용하지 않았던 것이죠.
정부도, 그리고 민간도 생각만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다가 실제 행동, 구체적 실천은 하지 못했다고 씁쓸한 마음으로 자평합니다. 적극적으로, 주체적이지 못했습니다.
정부에 대해선 ‘이 정도로 아무것도 안 할 거면, 2018년에 왜 그렇게 많은 합의를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국제대북제재를 당연히 지키고 따라야합니다. 하지만 남북 간 민족문제, 예를 들어 이산가족 상봉이나 민족역사연구 등 특수성을 강조하며 남북 간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피력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조심스럽게만 접근한 것 같습니다.
민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북인도지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서로 다른 시각을 모아내기 위한 적극적 담론 제시 등 아젠다 메이킹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한계를 보였습니다.
또한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등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의지를 읽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협력 분야에 종사해 온 우리 또한 정치적 시각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2018년 남북관계가 개선되며 교류협력 담론이 당국 간, 즉 톱다운(top-down)으로 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북한도 이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교류사업을 해봤다는 지난 시간의 경험이 북한의 사업 방식을 이해하고 있다는 미명 아래 ‘북한 사업단위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움직이지 못할 거다’하고 넘겨짚고는 새로운 시도하기를 주저한 점이 많았죠. 과감한 시도를 스스로 옭아맨 것이 참 아쉬운 2019년입니다.
그러나 2018년 마련된 남북관계의 진전을 계기로 남한 내 시민사회의 여러 분야, 예를 들어 환경, 평화, 청년 등과 같은 시민사회 단체들과 2019년에 폭넓은 협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