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남북한 자연재난 협력의 법제도 연구

두 번째 YOUNG, 오형근 연구자

오형근 연구자

국민대학교 법학과 북한·통일법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국민대 법학연구소 북한법제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약력

1989년 전기공학사(조선대)

2001년 행정학 석사(동국대)

2007년 공학박사(안양대)

2019년 법학박사(국민대)

수상내역

1997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2002년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2011년 소방방재청 표창

2014년 전라남도지사 표창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무엇인가요?

저는 당초 대학에서 전기를 전공한 공학도였습니다. 졸업 후 석유화학 공장의 엔지니어로 사회에 진출했죠. 전임자의 갑작스런 사직에 따라 마침 소방관련 자격과 면허를 가지고 있었던 저는 ‘해당 직렬의 근무자를 구할 때까지’라는 한시 조건으로 소방방재 업무를 겸직하게 됐었는데, 흐르는 세월과 함께 이제는 천직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그때 당시는 소방방재 업무는 다소 기피 직렬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기회였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거든요. 이후 이 분야에서 국가기술자격 출제나 안전진단 등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20여 이 지나자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계기였습니다. 대학 강의를 하다 보니 북한의 자연재난 실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정 시기만이 아닌 정례화 되어 가는 북한의 자연재난에 대한 제대로 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정치·군사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남북협력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남북한 자연재난에 대해 법과 제도에 기반을 둔 협력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고자 일반대학원에 북한·통일법 전공으로 등록했습니다. 공학전공자로 ‘법’이라는 학문에 입문하는 것이 낯설었으나, 법체계와 자연재난 관련법 내용을 방재공학으로 엮어내 선행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자연재난 실정과 최근 진행 실태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2019년도 여름에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2012 년 7 월 홍수로 집이 파괴된 함경남도 산악 지역의 모습

연구 관심분야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남북 간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은 다양한 부분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인류보편적 과제인 자연재난의 극을 통해서도 상호 협력의 기초를 쌓고 적대감을 해소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치적, 군사적 상황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고간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가 하나가 어 극복해야할 사안입니다. 자연재난은 ‘산택통기(山澤通氣)’의 부조화로 피해의 대부분이 일반 주민들에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반도는 종단거리는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전라남도 해남군까지 수평으로 대략 1천 킬로미터 정도입니다. 반경이 5백 킬로미터인 중형 급(級)태풍이 한반도 중심으로 내습할 경우 한반도는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자연재난이 함께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호우나 ‘큰 물’이 발생할 경우에도 동고서저(東高西低)의 한반도 지형 상 함경북도와 강원지역부터 시작하여 결국 임진강 등 남북한 공유하천에서의 수해로 나타나게 됩니다.

남북의 긴장관계가 연속하고 있지만, 영토보전이나 국민의 안전 측면에서는 점점 대형화, 광역화하고 있는 자연재난의 준비·대비·대응·복구 등 각 단계별로 상호 협력과 재난공동 연구가 절실한 분야입니다.

학위논문의 내용
궁금합니다.

학위논문 제목은 『남북한 자연재난 협력의 법제도 연구』입니다. 본 논문은 남한과 북한의 자연재난에 대한 법과 제도의 실태를 파악하여 남북한 자연재난 협력을 위한 법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연구입니다.

남북한은 자연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법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재난 기본법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북한에서는 부문법으로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을 가지고 있죠. 여기에 각 체제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법체계에 따라 자연재난에 대한 행정과 조직 및 업무 등이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서론에서는 자연재난에 대한 이론과 동서양의 자연재난에 대한 관점 차이, 그리고 분단국이었던 동서독 및 중국과 구소련의 공유하천에서의 자연재난과 협력과정에서의 갈등과 극복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남북한 사이에 이루어 졌던 자연재난 협력사례와 교훈, 그리고 문제점을 파악했습니다.

본론에서는 남한과 북한에서 운용하고 있는 분야별 자연재해 법제의 특성을 도출하고, 재난 단계별 업무를 비교·분석하고, 특성을 파악했습니다. 결론에서는 남북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한 상생기의 자연재난 협력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연구계획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남북 자연재난협력을 위한 법제도를 연구하면서 당초 예상한 것보다 많은 분야에서 남북 간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재난에 대한 실질적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선행연구들이 필요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예를 들면, 규격에 대한 문제입니다. 자연재난 시 사용하는 물자나 장비 등에 대한 규격이 서로 다른데, 촌각(寸刻)을 다투는 재난 현장에서는 협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방방재 분야의 대북협력사업에 대한 연구도 필요합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때까지 북한과 경제협력에 나섰던 180여 개 사(社)중에는 소방방재 관련 산업체가 전무했습니다. 북한에서 소방방재 기구와 장비들이 생산되고 사용이 증가하면 북한 주민의 안전한 삶에도 기여할 것이며, 결국 수십 년 단절된 만큼 서로 달라진 남북한의 차이를 줄이는 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다소 생소한 자연재난에 대한 남북한 법제와 자연재난에 대한 협력활동을 소개하고 더불어 이를 통한 남북한 긴장완화와 남북한 상생을 위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한없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The Young’이라는 코너명과 어울리는지는 논외로 하고, 남북교류협력 방법의 다양성 면에서 귀중한 정보교류의 장(場)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찾지 않은 첩첩산중에서도 준비하고 때가 되면 향기를 뿜는 난초처럼, 어딘가에서 남북관계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를 발굴하고 용기를 주는 남북교류협력 분야의 대표 소식지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