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의 가장 기본인 차가운 물밀면. 얼른 젓가락을 대고 싶을 뿐이다.
밀면의 가장 기본인 차가운 물밀면. 얼른 젓가락을 대고 싶을 뿐이다.
갈매기 소리와 기적(汽笛)소리가 정겨운 대한민국 최대 항만도시 부산. 수많은 사람과 물건이 오고가는 부산에 먹거리야 많겠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울 향토음식 중 하나가 바로 ‘밀면’일테다. 밀면집은 부산이나 울산, 경주 등지에서는 김밥집만큼이나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데, 소위 부울경의 ‘소울푸드(soul food)’는 아닐까 싶을 정도다.
메밀을 주성분으로 하는 냉면과는 달리 밀면은 밀가루가 메인이다.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대거 내려온 이북지역의 피란민들은 미군 등의 원조로 흔했던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면발을 만들고 고향의 맛을 추억하는 육수를 붓고 냉면, 아니 밀면을 만들어먹었다. 이 고향의 맛은 생계유지에도 큰 도움을 주었는데, 함경남도 흥남시 내호에서 냉면집을 하던 모녀가 1.4후퇴때 부산으로 내려와 피난촌에 차린 ‘내호냉면’이 밀면의 시작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한반도의 아픈 시절을 딛고 탄생한 음식인 셈이다.
출처 다이내믹부산 제1599호
변주곡도 만만찮게 매력적이다. 비빔밀면의 고운 자태를 보라!
사실 밀면에는 꼭 왕만두가 함께해야 한다. 바늘과 실 같은 사이.
부산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단골 밀면집이 있다고 할 만큼 같은 밀면이라도 그 맛과 스타일이 다양하다. 그래도 공통점은 고구마 또는 감자전분을 섞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 노스르름한 밀 면발에 이북의 맛을 담은 고기 육수를 시원하게 얼려 척 올려 담는 것이다. 거기다가 경상도 특유의 맵짤한 양념장(일명 ‘다대기’)과 초무침, 삶은 계란 등을 비롯한 고명들이 살뜰히 올라간다.
밀가루 음식이 잘 소화되라고 육수에 감초나 당귀, 계피 등 한약재나 채소를 넣기도 해서 집집마다 육수 맛이 다르다. 그래서 부산은 동네마다 새로운 밀면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향땅을 그리며 고향의 맛을 소담히 담은 밀면 한 그릇에는 우리 민족의 눈물과 회한이 담겨있지만, 언젠가 올 그날, 밀면과 냉면을 그 고향땅에서 함께 만들어 먹을 순간에는 그것조차 추억이라 말하며 훌훌 한 그릇을 비워낼지도 모를 일이다.
보고서명 |
‘20년 북한 에너지․자원 정책 동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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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
발간일 |
2020년 1월 |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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