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재개를 바라며


이종근 대표 / ㈜드림이스트

남북경협기업들 대부분은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주요 정치일정마다 경협재개를 기대케 하는 정책목표가 등장했지만 실질적 조치는 없었고 이제는 희망조차 사라져 가고 있다. 영세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내륙지역 경협기업들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도달해 있으며 정부의 획기적 조치만을 기다리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교역재개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물물교환 방식의 교역 시도

현재의 대북제재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다수의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물물교환방식의 교역을 시도해 보는 방안이다. 북측의 호응여부는 추후 검토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강구해 보자는 차원이다.

지난 2004년도에 남북경협의 확대발전을 위해 남북 당국간 남북청산결제계정 설치를 협의한 바 있다. 당국의 주도하에 남측의 한국수출입은행과 북측의 조선무역은행 관계자가 참석했고, 상호 주고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품목을 협상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경협의 확대발전을 위해 국제금융망을 통한 대금결제 대신 물물교환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교역틀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상호 희망하는 교역품목에 대한 이견과 주변 여건의 미성숙으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나 교류확대를 위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가에 대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힌 계기가 되었다.

현 시점에서 UN 등의 대북제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유엔제재위원회의 제재 조항에는 ‘필요시 사안별로 예외 조치가 가능하다.’1)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합리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교역틀을 만들어 제안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 UN안보리 결의 2397호 25항 참고.


교역 대상 품목에 대한 소고(小考)

북측은 매년 3~5월 농사에 필요한 영농자재를 준비하는데 다량의 자재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다수의 북측 무역회사들은 해외로부터 수입에 나서게 된다. 매년 식량수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거의 연례행사와 같으며 경협기업들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다. 영농자재라 함은 비닐박막(LDPE필름), 비료, 농약 등인데 그 동안 주로 중국기업들이 공급해 왔고 북측은 외상이 아닌 현금결제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 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료(주로 요소비료)의 경우, 과거 사례로 볼 때 제재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되나 남측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는 유기농 복합비료를 대안으로 제안해 볼 수 있고, 비닐박막이나 다른 영농자재도 식량자급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물자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대응하여 북측으로부터 우리가 반입할 물자는 참여 기업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수집하여 희망 품목의 목록을 만든 후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품목과 수량을 결정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받아야 할 물자에 대해서는, 북측의 공급만 확실하다면 남측의 수입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가공처리 수산물(위탁가공방식), 버섯, 약재와 같은 임산물 등이 있을 수 있다. 물자의 수송은 남북육로를 통하든지 불가하다면 최근까지 유지되어 왔던 인천~단동~신의주 간 해상로를 이용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관리기구의 필요성

다수의 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거래이므로 남북 공히 중간에서 거래를 통제할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남측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북측의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 기관 모두 공신력을 갖추고 있고 당국과의 원활한 대화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래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각 창구는 품목별 반출입 시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채권, 채무의 균형을 맞추는 일, 분쟁이 발생할 때 중재에 나서는 일, 참여기업들의 공급 품목, 규모, 운송시기 등을 조절하는 일 등을 맡아 준다면 매우 효율적으로 교역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교역 시작을 위해

이와 같은 교역이 유엔제재위원회의 승인이 요구되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신청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인도적 물자로서 식량이나 생필품 등은 중국 측에서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고 우리가 제안할 거래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경기도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2010년부터 추진해 온 ‘개풍양묘장 조성사업’에 필요한 물자 152개 품목을 북측에 반출하기 위해 UN에 대북제재 면제 신청을 하여 2019년 12월 16일 승인받은 바가 있다. 이는 명분이 명확하고 교역내용이 투명하다면 제재에 대한 예외적 특별승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측의 호응이 관건이겠지만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접근이 지속된다면 합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국민들은 북측은 어렵고 남측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큰 그림만 본 오해다. 중소, 영세 기업들이 다수인 남측 경협기업들은 다수가 도산하였거나 자취를 감추었다. 남아 있는 기업들도 장기간 곤궁에 처하여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봐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북측과의 교역재개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협력 모색방안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보건대학원 교수

01들어가는 말

최근 중국발 코로나19 유행은 한때 과학발전에 따라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감염병이 여전히 우리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가 얼마나 재난에 나약하며 또한 이 세계가 얼마나 긴밀히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감염병 유행이 마지막 유행이 되지 않을 것이며, 이번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유행(2013~2014), 중동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5)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전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감염병의 대유행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14세기 흑사병(약 1억 명 사망 추정), 20세기 스페인독감(5,000만 명 사망) 등 많은 감염병 유행이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감염병 유행은 오래전 대유행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인간이 야기한 생태계파괴 등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지역 간 이동으로 인해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한 위험의 크기가 매우 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감염병 유행이 일개 국가를 넘어 전 인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02최근 코로나19 유행과 북한의 대응 현황

북한은 코로나19 유행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1월 22일부터 모든 외국인 관광을 중단하고, 31일부터는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하는 등 국경폐쇄조치를 시행했다. 또한 30일자로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의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특별히 북한 경제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계획위원회가 방역 총력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 활동은 (1)국경 폐쇄와 검역강화, (2)방역사업, (3)환자의심자 발견 및 격리, (4)위생선전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각 도·시·군마다 비상방역지휘부를 설치하고 주민들에 대한 위생교육, 손씻기 및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지도 활동, 호담당의사1) 등을 활용한 유열자(발열환자) 발견과 격리, 검역소의 검역강화 등이 그것이다.

1) 조직 북한 의료체계의 가장 기초단위에 종사하는 의료진으로, 담당구역 내 일정 수의 가구를 맡아 오전에는 진료소에서, 오후에는 담당 가구를 방문에 1차 진료와 예방 활동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2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코로나19의 격리기간을 기존의 15일에서 30일로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코로나19의 잠복기가 기존에 알려진 14일이 아니라 24일까지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치는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으로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수준을 높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북한 당국은 마스크, 소독약의 대량생산을 독려함과 동시에, 피돌산 코겔, 인터페론-2, 인터루킨 등 종래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약물들에 대한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장기간 경제침체와 경제제재 하에서 충분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하는 고가의 약품들을 단기간 내에 대량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고가의 전문보호구 등 역시 대량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협력 없이 단기간에 진단·격리·치료·보호 등의 합리적인 감염병 대응체계를 작동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방호물자, 검진장비, 치료약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검역, 방역, 격리, 선전과 교육 등을 통한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최선의 대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코로나19 유행 대응과 관련하여 (1)진단 역량의 한계로 인한 문제, (2)적절한 격리 시설, 보호장비 확보의 어려움, (3)셋째, 치료시설, 장비, 약물의 한계, (4)넷째, 정보의 투명성과 실시간 전문정보의 공유 한계와 같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유행병 대처능력을 대폭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방역, 격리, 치료 물자와 시설을 단시간 내에 대폭 추가로 확충하여야 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의 전문가들과 실시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로 교환, 협력하는 안정적인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03보건안보측면에서 살펴본 남북교류의 필요성

남북 정부가 나름 최선의 노력을 통해 신종 감염병의 유행에 대처하고 있다 하더라도 인접 지역 국가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 진행되는 정부대응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균에게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감염병으로 인한 남북간 협력은 많은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남북 경색 국면 이전까지 국내 민간단체,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결핵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특별히 당국자 간 협력을 통해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을 진행해왔다.

시기

관련 질병

협력 내용

2006 ~
2007년

홍역

국제기구와 함께 예방접종 실시

2007 ~
2008년

헤로필루스 인플루엔자B

백신지원

2009년
12월

신종플루

타미플루 등 치료제 50만 명 분 지원

2010 ~
2011년

B형 간염

독일 카리타스를 통한 북한 어린이 예방접종사업

2013 ~
2014년

일본 뇌염

아동 3,154,792명에게 일본 뇌염백신 접종을 지원

2015년

홍역-풍진

예방접종사업 1차 250만 명에 대한 접종 진행 후 중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열 감지 카메라 3대 등 검역장비의 지원

2006~2007년 북한의 대규모 홍역 유행시기에는 국제기구와 함께 6개월~45세 1,620만 명(전체 북한 주민의 70%)에 대한 예방접종을 진행했고, 2007~2008년에는 소규모지만 헤로필루스 인플루엔자B 백신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는 타미플루 40만 명 분 등 신종플루 치료제 50만 명 분을 북한에 공급했고, 2010~2011년에는 한국이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독일 카리타스를 통해 북한 어린이(7세~16세) 약 370만 명에 대해 B형 간염 예방접종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어 2013~2014년에는 2~4세, 9~16세 아동 3,154,792명에게 일본 뇌염백신 접종을 지원했다. 

2015년에는 다시 홍역-풍진 예방접종사업을 진행하였으나 1차 250만 명에 대한 접종 진행 후 2차 300만 명에 대한 접종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정치적 사건과 맞물리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한편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유행 시기 북한은 열 감지 카메라 3대 등 검역장비의 지원을 남한에 요청해 왔는데, 이에 대해 지원하기도 하였다. 

감염병 관련 남북한 협력이 이루어낸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반대로 남북한 공동 감염병 관리가 정치적인 이유로 중단될 경우 어떤 문제를 발생하는지는 2010년 말라리아 사업이 잘 보여준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등을 이유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마침내 대북 말라리아 방역 지원까지 중단한 탓에 남한 내 말라리아 환자도 늘어나 서둘러 지원을 재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지원이 중단되자 작년 1~6월 경기 지역 말라리아 환자 수가 153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9년 1월 대북 타미플루 지원 사업은 유엔군사령부가 경제제재를 이유로 트럭 이동을 문제 삼아 성사되지 못하기도 하였다. 

말라리아 사례와 같이 그간 남북 감염병 공동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1)지속적이지 못한 지원(잦은 단절), (2)협력 시기, 내용, 양에서의 부적절 또는 불충분한 문제, (3)논의 과정에서 전문가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기 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당국자 간 협의가 주를 이루어 지원 내용의 효과가 줄어드는 문제, (4)실시간 정보교류 체계 구축의 부재 등이었다. 

04소결: 원 헬스(One health), 원 코리아(One Korea)!

“우리는 미생물로 가득한 하나의 호수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말한 브룬트란트(Gro Harlem Brundtland) 前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말처럼 세균과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

감염병 관리만큼은 그 내용의 전문성, 파급효과, 범(凡)영역에서의 대처 필요성 등의 이유로 민간단체가 주도하기보다는 양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운영될 수 있는 감염병 정보 교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내용적으로는 남북 전문가 간 실시간 긴밀하고 정교한 협의가 가능해야 한다.

내용적으로 우선적으로 다양한 감염병(사람, 인수공통, 동물 전염병) 등을 모두 포괄해야 하고 더 나아가 산림 병충해와 같은 방제작업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원 헬스(one health)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원 헬스’란 좁게는 인수공통감염병 관리체계를, 넓게는 사람, 동물, 생태계 사이의 연계를 통하여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多學制)적 접근을 의미한다.

현재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하여서는 시급히 남북 전문가, 당국자 간 협의체계를 가동하고, 보호장비, 검역장비, 진단장비, 치료약 등 북이 필요한 물자에 대해 지원하는 작업을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개성과 신의주 검역체계 현대화 및 확장하는 협력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호 협력의 성공적인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빠른 시간 안에 긴급재난협정과 보건의료협정 체결로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한편으로 좋은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1984년 8월 서울·경기·충청 일원에 내린 집중호우로 남쪽이 사망 및 실종 189명, 이재민 35만 여 명의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북한은 남쪽 수해지역 이재민들에게 쌀과 의약품 등을 보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 간 이루어진 최초의 물자 지원이었다. 1995년 북한에서 큰물 피해를 입었을 때, 2004년 룡천역에 큰 사고가 났을 때 남쪽은 북에 인도적 지원을 했고 남북한 교류의 물꼬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이 만들어내는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계기로 남북 간 보다 긴밀하고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서 한반도에 ‘원 코리아(ONE KOREA)’의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고대한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협회의 공식적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