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수의축산 분야
방역협력 추진 방안


서정향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현재 대한민국을 비롯한 지구촌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질병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코로나19(이하 COVID-19) 발병이 보고된 이후 불과 70여 일만에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대다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의미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전 인류가 COVID-19에 감염되면 이 질병에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특히 노약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가족 친지는 물론 내 이웃, 동료 중 누구라도 언제든지 COVID-19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잠깐 화제를 돌려, 전염병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 중 1995년에 발표된 ’아웃브레이크(Outbreak)'를 간략히 소개해 보겠다. 치사율 100% 전염병으로 시작되는 재난이 어떻게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지,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잘 표현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이러스가 더 이상 전파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사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역 주민을 통째로 죽이려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다. 가상의 영화지만, 실제로 2020년 현재 지구상에서 COVID-19가 확산되고 있으므로 전염병 전파 방지를 위해 과할 정도로 국가 간 장벽을 쌓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팬데믹 상황 하에서 전염병 퇴치는 자국의 노력만으로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 간 검역대응 뿐만 아니라 방역관리에도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1) 「BBC News 코리아」(2019.06.4)

이러한 국가 간 방역 공조체계는 사람질병 뿐만 아니라 동물질병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2018년 8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이 처음 발병하여 불과 수개월 만에 중국 전 지역을 포함하여 동남·동북아시아까지 전파되어 양돈산업을 초토화 시킨 바가 있다. 이 질병은 감염되면 거의 100%의 개체가 폐사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돼지 질병이다. 다행히도 ASF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감염되지 않지만, 많은 나라에서 돼지고기는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비타민의 주요 공급원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도 2019년 5월 중국과 인접한 자강도 지역에서 ASF가 발병한 이후 급속도로 남하하여, 지난해 9월 17일 ASF 발병을 우리 정부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동물 악성 전염병 예방을 위해 방역관리를 포함한 국가 간 공동협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한국은 축산분야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지방차치단체 차원의 협력을 시작으로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동물질병 방역은 질병발생이 경제적인 손실을 줄 수 있고, 심지어 그 중 일부 동물질병은 인간에게도 전파되어 공중위생학적 및 지역사회에 치명적인 위해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한 남북협력을 추진하자는 뜻을 2019년 5월 31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전달하였다.1) 물론 그 이전 2007년 북한에 구제역이 발생 했을 때 소독약품과 장비 등을 지원한 바 있다. 또한 2006년에 북측의 요청으로 금강산 부근 금천리 협동농장에 순종돈 56두를 공급한 이후 2009년 5월까지 양돈용 사료를 공급하는 등 북한과의 양돈 협력사업이 진행됐으나, 현재는 공식 중단된 상태이다. 그러나 COVID-19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을 통해 볼 때, 수의축산 분야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간의 협력이 절실한 COVID-19의 대유행 사태와 마찬가지로, 현재 중단된 축산분야 남북교류는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으로 진행된 COVID-19 발병이라는 위기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만한 내용이 바로 내 코앞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이렇게 나약해 질 수 있는가?’라는 위기의식으로 절박해진 현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수의축산 분야의 방역협력도 다시 추진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돼지에서 100%의 폐사를 발생시킬 수 있는 ASF는 그동안 동면하고 있었으나 바이러스 특성상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5~6월에 폭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3월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강원 산간 지역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끊임없이 바이러스가 검출(누적건수 320건 이상)되었으며, 이는 ASF 역시 한국의 전 양돈가에 유행병(Epidemic)으로 확산되어 양돈장을 폐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구나 지난해 ASF 감염은 양돈가에 치명적인 재해를 가져왔지만, 정부로부터 이 질병의 발생 원인에 관한 명확한 역학적 발표가 없는 실정이다. 추론해 본다면, 북한지역에서 만연한 ASF에 감염된 북측 야생멧돼지 이동 및 폐사체에서 흘러나온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수로를 타고 민통선 내·외로 전파되어 남측 야생 멧돼지는 물론 양돈가로 전파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인간의 전염병이든 동물의 전염병이든 질병퇴치라는 절박한 목표 하에서 어떠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올해도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봄철 가뭄과 더불어 ASF 발병 등 악재가 겹쳐 축산물 생산 증대를 위한 관련정책에 긴급한 수요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ASF가 발생한 이후 한반도의 양돈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남한에서는 부업축산이 쇠퇴하고 전업형태의 축산농가로 이미 대체된 상황이며, 환경오염을 둘러싼 지역갈등과 정부규제 등으로 신규 양돈 부지를 확보하기란 더 이상 쉽지 않다. ‘남북한 축산협력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한반도 축산업 구상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2) “남북축산협력, 축산강국의 지름길,” 「남북경협뉴스」(2019.10.5.)

북한은 국가 농축산 정책의 일환으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우리의 자원순환농업 개념)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농사를 지어 생산된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의 분뇨는 땅에 뿌려 비료로 이용하는 것으로 물자 부족 등 여러 사정으로 대규모 현대식 축산업 대신 선택한 대안인 셈인데, 동시에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의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남한은 종돈, 수의의약품, 방역물품, 사료 등을 제공하고 북한은 양돈장 개설과 운영을 담당하는 등 남북협력을 진행한다면, 북한의 긴급한 수요를 충족하고, 축산 분야 지원을 통한 방역협력까지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으며, 자연환경이 가진 생물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모델로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세포등판축산기지‘ 건설로 축산 현대화를 추구해 왔는데, 다양한 부분에서 개발협력을 비롯한 경제적 투자의 한계점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한계의 핵심은 종축의 개량, 사료와 수의약품, 과학적인 사양관리(斜陽管理) 및 수의방역대책 등 상기 언급한 부분은 남한의 일반 축산농가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 차원이든 정부 차원이든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남북 간 서로의 취약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 강하게 하는 협력 방식으로 과학적인 농축산 운영은 물론 수의방역대책 등을 잘 수립해서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길로 나아가야만 한다. 엄습해오는 질병으로 인해 인간과 동물이 삶과 죽음의 절박한 갈림길에 서 있을 때 그 갈림길에서 살아남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국가 차원의 처세술이 아닌 시대의 절박한 흐름을 잘 이해하여 해법을 찾는 통찰력에 있지 않을까 한다. 

북한의 수의축산
분야 방역 현황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

01들어가는 말

닥쳐야 느낀다는 말이 있다. 북한에도 가축이 있으며 심지어 같은 전염성질병으로 남북이 함께 고통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곤 한다.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이나 중국,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대륙의 나라들보다 북한을 더 멀게 느끼고 산다. 그러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중국을 거쳐 북한에 침습하고 바로 한반도 남쪽에 상륙하자 북한이 같은 땅을 맞대고 살아가는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놀란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유럽을 거쳐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한반도 주변을 휩쓸고 있으며 2019년 5월 말 북한을 거쳐 불과 3개월도 안되어 한국의 축산업계를 강타했다. 한국은 철저한 비상방역으로 위험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에서는 멧돼지 사체에서 계속 ASF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으며, 북한은 ASF가 토착화된 양상을 보이며 양돈 산업이 쇠락하여 국가경제와 주민들에 대한 단백질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오늘 북한의 축산업계는 극심한 경제침체로 인한 심각한 재원부족으로 사료와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생겨, 제대로 먹지 못한 가축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었다. 허약한 가축무리에 전염성 병원균들이 침습하여 각종 전염성 질병이 범람하게 된 것이다.

01북한지역의 가축질병 현황

북한지역의 수의방역 시스템은 비교적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되어 있으나 재원의 부족,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가축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북한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가축질병은 <표 1>과 같다.

구분

병명

가축 전염병

탄비열, 파상풍, 괴사막대균병(괴사간균병), 출혈성폐혈병, 결핵, 브르젤라병, 리스테리아병(리스데렐라병), 렙토스피라병(전염성황달병, 수열), 독성포행진, 미친개병(광견병), 구제역

어린가축

전염병

대장균병, 파라티푸스

돼지전염병

돼지페스트, 돼지단독, 돼지유행성감모, 아프리카돼지열병

반추 전염병

기종열, 새끼양적리, 양 브라드 죠코, 양 전염성장중독증(신장연화증)

닭 전염병

계역, 닭백혈병, 가금의 유행성감모(전염성비염), 가금의 전염성후두기관염, 병아리의 전염성기관지염, 계두, 가금의 호흡기성미코플라즈마병(만성호흡기병), 추백리

토끼 전염병

토끼의 전염성비염(전염성감기), 토끼매독(스피로테타병), 토끼 전염성구내염

북한지역에서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은 세균성이나 바이러스성뿐만 아니다. 열악한 사육환경으로부터 발생되는 기생충성 질병과 각종 외과성질병도 만만치 않다.

02북한 수의방역 현황

그렇다면 북한의 수의방역 실태는 어떠한가? 북한에도 조직적인 수의방역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다. 중앙의 수의방역조직으로는 내각 농업성 산하 수의방역국, 중앙수의방역소와 국경수출입검역을 담당하는 동물검역소가 있다. 각 도 수의행정·기술 지도기관으로 협동농장경리위원회 수의축산처 아래 도(道)수의방역소가 있다. 시(군) 수의방역행정·기술 지도기관으로는 군 협동농장경영위원회수의축산과가 있으며, 치료와 방역을 위한 군수의방역소, 각 공장과 목장에 수의초소를 두고 있다.

여기서 실제적 수의방역기관은 시(군) 수의방역소이며 주로 가축 ‘위생관리’를 담당하고, 가축전염병 예방 사무와 가축질병진단, 위생관리지도를 담당하고 있으며 전국에 200여개 소가 설치되어 있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조직

내각 수의방역국, 중앙수의방역소 국경수출입동물검역소, 수의연구소

도 조직

도 협동농장경리위원회 수의축산처, 도수의방역소, 도 국영목장관리국 수의과

시, 군 조직

군 협동농장경영위원회 수의축산과, 시(군) 수의방역소

협동농장 및 생산단위

수의사, 수의방역초소, 공장수의방역대

북한도 수의방역사업은 축산에서 생명과 같다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각 지역에 수의방역기관이 설치되어 있지만 현대적인 첨단설비들과 검사기구, 시약들이 충분하지 못해 각 단위(도, 시, 군 방역기관)들에서 자체로 백신과 수의약품을 생산하여 방역과 치료를 하고 있다.

북한의 수의방역에서 중요한 문제는 가축질병방역을 위한 정책과 현실간의 괴리가 심하다는 것이다. 수의방역이 우선이라는 정책이 있으면서, 전국에 방역통제가 불가능한 도시와 농촌에서 개인부업축산이 정책으로 장려되고 있다. 북한지역에 약 200만 가구에서 돼지 1~2마리가 사육되고 있지만 가축사육에 대한 신고나 승인제도는 전무하다. 다음으로 방역의 관점에서 도축과 유통이 철저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다. 방역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도축시설이 부족하여 마을과 일터, 강하천, 우물, 판매장이 그대로 도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엄중한 것은 병든 돼지까지도 도축하여 섭취하거나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중앙으로부터 지역에 이르기까지 방역체계는 마련되어 있지만 1990년대 이후 경제난에 따라 수의방역사업은 정체와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사료부족에 따른 가축의 면역력 저하, 비위생적인 축사 관리에 따른 질병 감염 위험의 증가, 개인 농가에서의 무질서한 가축사육의 확산, 재정부족에 따른 방역 기술의 답보, 수의약품의 부족 등은 기존 수의방역체제에 취약성을 더해 가고 있다.

03나가면서

북한지역의 수의방역 현실은 지리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한반도 축산안보와 인수공통전염병 등 보건위생 차원에서도 중대한 위험요인이 된다. 남북은 하천과 지하수가 직접 연결되어 있으므로 지리적 접근성으로 인해 매개성 바이러스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휴전선 일대의 야생동물(멧돼지, 독수리 등)과 모기, 진드기 등의 매개성 곤충으로 부터의 전염도 배제할 수 없다.

언제 어느 쪽에서 발생된 전염성질병이 남북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병원성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으려면 남북이 질병발생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즉 방역지원 인력풀, 축산농가 비상연락망 확인 및 재정비, 축산사업장 및 농가 방역시설을 완비하고, 장비, 차량 GPS상태를 ‘우(優)의 수준’(우수한 상태)에서 유지하고 방역용품을 사전에 확보하고 비축상태를 항시적으로 점검하는 등 질병방역사업이 공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가축질병 발병으로 인한 각종 위험요인을 배제한 채 남한 지역에 국한된 수의방역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현재 북한의 열악한 수의방역체계로는 각종 질병발생으로 인한 축산업계의 피해를 방지하기 어렵고, 식량난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한반도 축산안보를 위하여 남북 공동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남북한의 공동협조 하에 국경지대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방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공동방역체제를 신속히 협의 구축하여야 한다. ASF 및 기타 전염병에 대한 신속한 정보교류와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모든 전염병 발생지역 및 중국과의 접경지역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소독을 실시하고 가축 및 축산물에 대한 철저한 검역, 가축 이동통제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