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의 대표적 구호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의 제목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고난’과 ‘웃음’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한 데 녹아 있는 나라는 대체 어떤 곳일까. 문화인류학자이자 대북지원사업 활동가로 북한을 폭넓게 다니며 경험한 정병호 교수의 두 번째 책 『고난과 웃음의 나라』가 나왔다. 그는 첫 번째 저서인 『극장국가 북한』(정병호·권헌익, 창비, 2013)을 통해 ‘극장국가’라는 분석틀로 북한의 정체(政體)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는데, 이번 『고난과 웃음의 나라』에서는 문화인류학자로서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북한문화에 대한 현장기록’을 그의 풍부한 경험만큼이나 깊은 고찰로 유려하게 써냈다.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시장경제의 활성화, 이전 세대 지도자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행보 등을 보며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이 책은 변화 속 일상을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에 더 집중한다. 거대한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의식과 일상은 어떻게 형성되며 발현되는가?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때로는 활동가로, 때로는 연구자로 현장을 다니며 실증적으로 분석한 북한을 이해한 키워드가 바로 ‘고난’과 ‘웃음’인 셈이다.

의식주조차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나라에서 웃음은 어떤 의미인가. 저자는 ‘우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행복을 보고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결국 전 국가적인 고난 속에서도 최고 지도자로부터 어린아이까지 북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즉흥성과 유머감각을 설명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