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남북협력 재난안전
관리방안구축에 관한 연구

-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동독 사례를 중심으로

여섯 번째 YOUNG, 권영희 연구자

안 내

2020년 1월호부터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연구로 최근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진연구자들을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한 코너 ‘The young’이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총 6회에 걸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웹진 <이음>은 남북관계의 발전과 교류협력의 증진을 위해 각 분야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신진연구자들님께 응원과 관심을 꾸준히 보낼겁니다!(찡긋) 다음 호부터는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분야별로 살펴보는 ‘생존과 평화’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애독을 부탁드립니다!

권영희 연구자

한미글로벌 하이테크사업부,
가천대학교 ICT융복합 화재·재난과학연구센터

권영희 연구자는 현재 한미글로벌 하이테크사업부 부장으로 재직하며 가천대학교 ICT융복합 화재·재난과학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방재분야의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2009년 독일 베를린공업기술과학대학교 건축설비에너지공학과(Gebaeude und Energietechnik)에서 디플롬(Diplom)학위1)를 취득했고, 2003년부터는 8년간 베를린에서 학업과 직장생활을 한 엔지니어로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학당시에 통일 전 동독의 재난안전관리 및 동·서독간 교류협력체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귀국 이후 이러한 독일 해외경험을 기반으로 한반도 통일을 대비한 남북교류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주요논문으로는 「예견치 않았던 독일통일에서 동독의 민방위 및 재난대비 분석에 관한 연구(A Study on the Disaster and Civil Defense of East Germany during the Course of Unexpected Reunification)」(한국방재학회, 2014.8)가 있으며, 2018년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남북협력 재난안전 관리방안 구축에 관한 연구」로 가천대학교에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통일관련 재난안전분야 전문가다.

1) 한국의 석사 과정에 해당.

Question. 01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표적 분단국이었던 독일(당시 동독과 서독)은 1990년 동독 공산당 선전담당서기(귄터 샤보브스키)의 인터뷰 중 말실수(“곧, 즉시”)로 예기치 못한 통일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샤보브스키 서기의 역사적인 실수로 동독인들은 서독지역으로 물밀 듯 밀려갔고 당일 여행자유화가 이뤄져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경험한 나라가 된 것입니다.

독일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통일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서독주도의 통일이 진행되며 다양한 정책들이 도입되어 그로 인해 동독 사회체제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서독의 일방적인 요구가 적용되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동독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아 의도와는 다르게 통합 과정 속에서 많은 갈등이 야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열악한 동독의 의료환경에 기인한 의료지원 체계의 붕괴나, 동독에서 서독으로의 급격한 인구이동에 따른 재난관리 체계―특히 인력부문―의 붕괴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독일과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한반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반도 내 재난안전관리와 남북 간 교류협력체계 개선을 통해 양자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의지가 관련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Fig. 1. 거리에서 시위하는 동독 의사와 간호사

Question. 02

연구 분야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당시 서독에는 동독 주민들이 같은 민족으로서 평등하게 살아가야 하므로 의료지원을 포함한 대(對) 동독 인도주의적 지원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사고가 깊게 배어있었습니다. 독일의 재난대비 의료안정화 정책이 신속히 수행될 수 있었던 이유도 민간단체에서 의료분야 지원 및 협력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엄중한 탄압 속에서도 동독 지역의 민간구호단체들이 꾸준히 활동하며 체계적으로 육성될 수 있었고 통일 직후 각 분야 통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1) 단위조직(Einheit): 논리적인 전술운용 이유에 입각하여 구성된 인력과 필요한 장비의 수

또한 독일은 통일 전에도 동·서 도시 간 협력이나 교류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통일 이후에도 재난대응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동·서독 간 주(州)단위의 연결 구조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즉, 동독 5개 주 재난보호지역에는 주정부와 민간구호단체 간의 협업에 의해 8개의 재난보호 업무영역의 단위조직(Einheit)2)이 편성되었고, 서독에 버금가는 재난보호수준에 다다르기 위해 쌍방의 긴밀한 협력이 추진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주민의 참여와 역할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 되었으며, 연계하여 통일 이전부터 활발한 교류와 함께 동·서독 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한반도의 재난안전관리 분야 협력에도 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독일통일 연구를 통한 남북공동협력 방안모색은 한반도 통일을 대비하여 재난안전관리체제 통합에서의 갈등과 문제점을 줄이고, 가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재난대응에 있어 현실적인 통합을 이루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Organzation and equipment

Structure

Unit

Rescue for fire fighting

1 / 4 / 20 / 25

2

Water for fire fighting

1 / 4 / 20 / 25

1

NBC platoon

1 / 10 / 31 / 42

1

AMASt(화생방상황통보)

1 / 1 / 6 / 8

1

Rescue platoon

1 / 10 / 27 / 38

2

Repair platoon

1 / 7 / 27 / 35

1

Medical platoon

3 / 12 / 35 / 50

2

Welfare platoon

1 / 8 / 19 / 28

1

Subsistence troops

- / 1 / 4 / 5

1

Forward control

6 / - / 4 / 10

1

Telecommunication platoon

1 / 5 / 19 / 25

1

Table 1. The Unit for Disaster Management Facilities Organization Chart

Fig. 2. Organization of the Manpower and all Sorts of Equipment

Question. 03

학위논문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한반도의 공동 번영을 위해 남북 공동협력 재난관리 방안을 구축하려면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며, 재난관리 체계 전환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평화적으로 추진되었던 독일통일 사례를 토대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제 학위논문은 북한 지역의 향후 재난의료분야 대응책과 남북 도시 간 재난통합협력방안 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이며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민간단체의 실질적 참여

둘째, 재난대응을 위한 도시 간 해양 노선 지원체계 구축

셋째, 북한지역 재난대응 인력관리를 위한 제도 및 재정 지원

넷째, 민간단체를 통한 재난 업무영역 및 조직구성

다섯째, 막대한 재난관리 통일비용의 감축을 위한 사전 준비

본 연구는 한반도의 통일 이후 상황이 독일통일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통일 과정에서 제기된 재난분야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며, 우리 또한 사전에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Fig. 3. 동·서독간의 도시협력체제 및 교류. (드레스덴 & 함부르크 협약 1988년).

Fig. 4. 재난대응을 위한 해양 지원체계도

Question. 04

향후 연구계획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독일통일 당시의 주변국 및 주변정세 등 환경적 분위기에 대한 영향분석과 함께

• 한반도의 인접 국가들의 사회적·자연적 재난에 대한 대응 및

• 육로(철도)노선 개설에 대한 재난지원의 영향에 대한 전망 

에 대해 앞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Question. 05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의료 환경이 열악한 북한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방위적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보건분야 협력사업 제안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 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도 통일 전부터 동·서 도시 간 협력과 교류가 상당히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대통령의 “독자적 남북협력사업” 추진 제안은 몹시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북한의 무호응 기조나 코로나19로 잠정 남북대화가 중단된 현 정세가 쉽지 않긴 상황이긴 하나, 창의적인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려는 우리 당국과 이에 발맞추어 노력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응원을 보냅니다. 저의 논문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