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행

고향 흙을 물고온 제비가 집을 짓는곳,

강화 교동도

"평화와 통일의 섬, 
그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곳이 교동도"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2014년 강화 본도와 교동도를 연결하는 교동대교가 건설되기 전까진 오롯이 섬으로 서해에 있었더랬다. 교동도 북쪽은 강화 본도보다 북한 황해도 연백군(현재 연안군, 배천군으로 나뉨)이 더 가까운지라 날씨만 좋으면 연백평야에서 농사짓는 북한 주민들이 오히려 이웃 같이 살가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젠 교동대교를 통해 5분 남짓한 시간에 육지로 나갈 수 있게 되어 많은 이들이 교동도를 찾아오고 있다.

초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교동도로 진입할 수 있다.
출입증을 차량 앞 유리에 부착한다.
교동대교

교동도로 진입하기 위해 교동대교에 들어서면 웬 초소에 무장한 군인들이 보인다. 섬 전체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인 교동도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받아야 통행할 수 있다. 괜한 긴장감도 잠시. 교동대교를 지나며 양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의 풍광과 따뜻한 바람이 정답게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바다 너머 교동대교가 보인다.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꽤 있다.

주소: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20-1(대룡리 449)

회귀본능이 있고 청정지역에서 사는 제비는 교동도의 상징이다.
교동도와 연백군을 잇는 평화의 다리 놓기 체험. 방문객들의 사진이 다리를 놓는 돌이 된다.
교동제비집을 소개하는 현판.

교동도에 처음 방문했다면 관광안내소 역할을 겸하고 있는 교동제비집을 먼저 들르길 추천한다. 교동도 관광명소를 360도로 볼 수 있는 VR영상체험, 북한 황해도 풍경을 볼 수 있는 초대형 스크린, 그리고 방문객의 참여로 제작되는 교동신문과 평화의 다리 놓기 체험까지. 센터 곳곳에 있는 귀여운 제비 조형물은 교동도 실향민들의 망향의 정(情)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주소: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35(대룡리 574)

대륭시장 거리
실향민들의 마음이 거리의 시간을 붙잡아 둔 것 같은 가게 간판들
약간의 연출(?)이지만, 대룡시장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하는 포스터그림

교동제비집 바로 옆엔 대룡시장이 있다. 1970년대를 그린 시대극 세트장이 아닌가 착각을 일으키는 이 시장은 교동도 특산물과 먹거리가 가득한 교동도의 소위 핫플레이스다. 골목골목 옛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가게 간판과 벽화, 포스터 등이 정겹지만, 사실 대룡시장은 6.25전쟁 때 황해도 연백지역에서 교동도로 잠시 피난 온 주민들이 다시 고향에 갈 수 없게 된 아픔을 간직한 채 생계를 위해 고향의 연백시장을 본 따 만든 골목시장에서 시작됐다. 교동대교가 놓이기 전 육지와의 교류가 더뎠던 탓에 70년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룡시장은 이미 레트로 열풍과 함께 유명한 필수 코스다.

이북식 강아지떡은 곡창지대인 연백에서 잔치 때 만들어 먹던 전통 음식이라 한다.

주소: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22(대룡리 450-1)

강화파머스마켓 전경. 컨테이너를 산뜻하게 칠한 외경은 상인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참기름병의 반란. 밀크티가 참기름병에 담겨있으니 사뭇 새롭다.

70년대의 향수를 간직한 대룡시장에서 5분정도 걸어오면 갑자기 소위 힙한 유러피안 스타일 마켓이 눈앞에 나타난다. 실내는 교동도를 포함한 강화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농수산물을 아기자기한 패키지에 담아 판매하고 있어 영락없이 멋진 로컬마켓의 모습이다. 농기계 수리센터였던 장소를 리모델링해 올해 4월 개장한 강화파머스마켓은 강화지역 주민들이 직접 땀 흘려 재배한 농산물과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직거래장터로, 가게 주인들이 현업에 종사하다 보니 금요일을 시작으로 주말에 가장 활발하게 열린다. 마켓 2층엔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널찍한 공간이 있어 1층에서 구매한 상품을 맛보거나 커피 한잔 하며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체험활동도 많아 커플부터 가족까지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마켓 내부의 모습
직접 생산하고 만든 제품을 가게 사장님마다 넉넉한 인심으로 자꾸 맛보라고 하신다. 시식하다 배부를 지경.
한강에만 있는 줄 알았던 뽀글이 기계가 여기에도 있다!

주소: 인천 강화군 교동면 지석리 산129

정겨운 시골 같기만 한 교동도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꼽자면 바로 망향대일 것이다. 교동도는 황해도 연백군과 불과 2.6㎞ 정도로 가까워 분단 이전엔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했다. 전쟁이 끝나면 금방 집으로 돌아가겠거니 생각하고 잠시 머무를 줄 알았던 교동도는 많은 이들의 마지막 고향이 되었다. 아직도 교동도에 거주 중인 실향민들은 가족과 생이별한 아픔을 간직한 채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날을 절절히 그리며, 매년 망향대에서 지척거리 고향땅을 향해 절을 올린다. 6.25전쟁 70주년이 된 지금 많은 이들의 망향의 슬픔은 환향의 기쁨으로 바뀔 수 있을까. 

망향대
재이북부조지묘(在以北父祖之墓). 북녘에 있는 부모와 고향땅을 그리던 망향의 슬픔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망향대에서 보이는 철책선 너머의 연백지역 모습. 정말로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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