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남북관광협력에 대한 새로운 접근1)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

관광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 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업이나, 한편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 또는 비접촉형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접근을 통해 다양한 기회의 창이 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1) 본 고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과제 『북한 관광정책 추진 동향과 남북 관광협력에 대한 시사점』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임.

김정은 시대와 관광산업 활성화 추진

최근 북한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산업 역시 관광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관광정책을 통해 외화 획득 창구를 확보하고,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제6기 제23차)에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관광 부문에서는 원산·칠보산 지구를 비롯한 여러 관광지구를 잘 조성하고 관광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하였다. 2016년 5월 7차 당 대회에서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에서도 경제개발구 운영 및 관광 부문 활성화를 강조하였다. 특히, 2016년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확대·심화되면서 대외무역을 통한 외화 유입이 어려워지자 북한은 제재를 우회하면서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는 관광산업 활성화에 더욱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광지구 시찰 및 현지지도는 2016년 2회, 2017년 1회에 그쳤으나 2018년 10회, 2019년 11회로 급증했다. 김 위원장의 주요 시찰 지역은 3대 관광개발지로 구분되는 삼지연시, 양덕 온천문화휴양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이다. 관광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 않고, 일정 수준의 인프라가 확보되면 안정적으로 외화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베트남이나 쿠바와 같은 사회주의 체제전환국의 경우에도 체제전환 초기에 관광을 통한 외화 획득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한 바 있다.

북한 역시 비교적 잘 보존된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열악한 산업기반 회복을 위한 외화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전 시대에 비해 보다 활발한 관광정책을 통해 기존 북한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상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관광산업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제재 우회를 통한 외화 유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관광산업이 발달한 스위스에서의 유학 경험을 가지고 있어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꾀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관광, ‘스마트관광’에 대한 북한의 수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국내 입수된 경제 관련 계간지인 『경제연구』,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철학, 경제학』, 『우리나라 무역』 등의 관광 관련 논문들을 분석해보면, 북한은 관광업이 오늘날 가장 빨리 발전하는 경제 부문이고, 많은 국가들이 관광업을 통해 막대한 외화수입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나라의 관광업을 현실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현시기 세계관광경제에 작용하는 주요 요인들과 그에 대처한 관광업계의 동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정보처리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편리하고 편안한 여행을 요구하는 관광객’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현실장치를 통해 관광객들이 임의의 지역에서 관광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등의 사례를 들며 과학기술발전이 관광업에 가져온 변화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관심은 향후 남북간 스마트관광 추진 가능성을 살필 때 북한의 수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능정보사회의 진전은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관광서비스에 ICT를 융합한 ‘스마트관광’이 신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의 증가는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스마트관광 관련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교통, 언어, 예약, 결제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선진 관광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구현하는 것이 남북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에게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관광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스마트관광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역시 최근의 환경 변화에 맞춰 스마트관광 추진을 위한 기반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북 스마트 관광개발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코로나 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북한 내 각급 학교들이 가상현실·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도 언택트(Untact) 시대의 비대면 산업과 관련한 인프라들을 갖춰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우리 정부의 인도적 차원의 개별 관광 추진 의지와 최근 북한의 관광산업 육성 의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남북한의 스마트관광 개발 수요 등을 고려하여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금강산, 원산 등 북한의 주요 관광지에 대한 VR 투어를 추진할 수 있다. VR 투어는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관광산업 활성화와 연계시키는 제반 활동을 의미한다. VR 기술의 도입은 경제성장, 산업발전과도 긴밀히 연결되기 때문에 VR 투어 추진은 장기적으로 남북 간 산업협력을 다방면으로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콘텐츠’ 제작 형태로 남북이 협력을 도모해 볼 수 있는 분야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협력을 ‘VR 콘텐츠’ 제작과 함께 시작할 수 있다.

둘째, DMZ 스마트관광 체험관 건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관광 체험관은 유망한 ICT 기술을 체험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제작한 ‘관광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해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협력의 미래지향성을 상징할 수 있는 스마트관광 체험관을 DMZ에 건립함으로써, DMZ를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시켜 한반도 평화‧번영시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남북 스마트관광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경험, 편의, 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 등 스마트관광의 5대 요소를 중심으로 남북이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기존 관광 개념에 ICT 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관광을 준비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남북의 새로운 협력 방안이 될 수 있다. 남북은 스마트관광 관련 공동 연구를 우선 추진하고, 대북제재 상황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기술 분야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ICT 기반 언택트 남북관광협력


이찬수 SK텔레콤 남북협력기획팀장

 코로나19는 현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코로나19 공동대응을 계기로 보건의료 협력의 물꼬를 트고 협력사업 전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교착상태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남북교류협력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질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비대면의 사회가 일상화될 경우를 상정한 새로운 협력의 모델을 그려가야 한다.

한편, 개성, 금강산 등 북한지역 관광 사업은 남북교류협력의 핵심 과제로 인식되어 왔다. 북측이 경제성장을 추진함에 있어 관광자원 개발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전면 봉쇄하고 있는 여타의 협력사업과 대비하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상과 창의적 접근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택트 시대에는 남북관광협력이 어떻게 펼쳐질 것이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관광산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인데,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안고 관광협력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위기를 기회로

관광산업과 함께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산업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타인과 차량을 공유하고, 잠자리를 공유하며, 같은 일터에서 근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버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방향을 읽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탑승량이 80% 급감하는 위기에 대응하여 지난 4월 상점의 상품을 배달해 주는 우버 커넥트와 우버 회원 간 물품 배달을 도와주는 우버 다이렉트 서비스를 개시했고, 음식 배달 사업인 우버 이츠에 대해서도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공유차량 서비스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기사의 마스크 착용인증 등 개선안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이에, 우버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더 올랐다.

관광업의 본질은 낯선 곳에 가서 자연과 사람,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비대면 트렌드와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분야일 수 있다. 그러나 관광산업, 보다 좁혀 남북관광협력은 비대면 시대에도 지속되어야 하고, 우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언택트 시대 남북관광협력의 핵심, ICT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최초 언급된 이래 ‘현재진행형’, ‘미완성’으로만 인식되어 왔으나, 코로나19를 맞이한 우리는 일상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을 체감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ICT 기술을 통한 ‘초연결(hyper-connected, 超連結)’이 사람과 사람 사이 물리적 ‘접촉’을 대체하고 있다.

기존 북한지역 관광도, ICT를 적극 활용하면 언택트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관광의 만족도, 안전성도 제고할 수 있다.

1) 딥러닝(Deep learning)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는 방식으로, 컴퓨터가 수많은 데이터를 분류해 같은 집합끼리 묶고 상하 관계를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인간이 컴퓨터에 먼저 다양한 정보를 가르치고 그 결과 컴퓨터가 새로운 것을 예측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편집주)

금강산 육로 관광 재개를 상정하여 보면, 가장 먼저 관광객, 업무인력 출입경의 비대면·스마트화가 필요하다.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와 남북 경계지역에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여 비대면 신원확인을 구현하는 것이다. 최근의 생체 기반 인증기술은 접촉이 불필요하면서 정확도와 신뢰도도 높아, 출입경 과정에 있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 딥러닝1) 기반 얼굴인식으로 얼굴등록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고, 인증을 위해 멈추지 않고 워크스루 형태로 신체접촉 없이 불과 2초 이내에 빠른 인증이 가능하다. 기존 금강산 관광에 있어, 통행·통관의 불편이 관광객의 주요 불만사항이었다는 점에서, 출입경의 스마트화는 관광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관광지에서 북측 요원, 호텔 직원 등과의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키오스크(Kiosk)를 활용한 무인 체크인, 체크아웃 뿐 아니라, 개별 관광지 출입 시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방역작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되어야 하다. 이미 국내 보안업계는 안면인식 AI 기술을 통해 뜨거운 음료 등 불필요한 포인트를 제거하고, 오로지 사람의 얼굴만을 빠르게 인식해 체온을 측정하는 지능형 열화상카메라를 출입관리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캐시리스(Cashless)도 언택트 관광의 중요한 요소이다. 과거, 금강산 관광에서는 관광객이 미리 환전하여 현지 상품구매 시 달러를 사용했다. 관광지 내 간편 비대면 결제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환전·결제의 불편함을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제 과정에서의 감염 우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은 남북 접경지역 및 북한 현지 내 ICT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남북 보건의료협력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는데, 우리의 K-방역은 정보통신 기술이 핵심인 만큼, 보건의료나 방역 협력을 매개로 북측 지역 ICT 인프라 구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구축한 인프라를 비대면 관광 등 타 협력사업에 활용하는 등의 장기적인 로드맵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모습의 남북관광협력, VR(Virtual Reality)

ICT 기술 발달로, 이제는 직접 현지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VR 기술을 활용하여 관광지를 경험할 수 있다. 물리적인 접근이 어려운 대상일수록 더욱 매력적인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금강산, 백두산, 원산 관광지 등 북한의 랜드마크를 활용한 VR서비스는 그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수요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고려할 때, 구색 맞추기 식의 완성도 낮은 VR 서비스는 지양해야 한다. 제3국을 통해 입수한 사진 몇 장만으로 급조한 VR은 북한 관련 콘텐츠 전반에 대한 실망을 불러올 뿐이다. 제대로 된 VR 서비스를 위해서는 전문장비를 활용한 충분한 현지촬영과 콘텐츠 제작과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관람’을 넘어 ‘체험’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북한 내 랜드마크에 방문하여 현지인과 대화하는 다양한 경험을 VR을 통해 제공하고, 이를 북한 특산품 판매 등 커머스와 연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도화한다면, 보다 많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콘텐츠를 활용한 VR서비스는 단순 흥미, 관광수요 충족 외에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남북 간 단절 상황이 지속되며 북에 대한 왜곡·편향된 인식이 만연되어 있는데, VR콘텐츠를 활용하면 북의 실제 환경에 근접한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상호간 이해를 돕는 한편, 남북관광협력의 재개를 촉진하는 교두보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