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평화

제4편

북한 산림황폐화와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위한 남·북 산림협력추진방안


오정수 (사)한국산림정책연구회 이사
(겨레의 숲 이사)

오정수 이사(농학박사)는,

1971년 12월~2007년 6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재직(종자·양묘·조림·산림생태분야)

2007년~2015년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공적개발지원(ODA) 사업 참여

 - 중국(내몽고자치구·섬서성)·키르기즈스탄·우즈베키스탄 산림복원분야사업

 - 아르헨티나, 솔로몬군도 산림분야지원협력사업 타당성조사 실행

2013년~2015년 산림청 협력사업

 - 2013년 카자흐스탄(아랄해) 산림생태복원 실행계획수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 2015년 몽골사막화방지사업(한·몽 그린벨트후속사업 추진계획수립)

2019년~현재

- UNEP(유엔환경계획) 주관 아프가니스탄 산림생태계서비스 향상사업(FREESIA) ‘산림조성·관리기술 매뉴얼’ 제작사업 참여

- '한국산림녹화사업'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등재사업 참여

2007년~현재 겨레의숲(남북 산림협력사업) 이사

들어가는 말 

2006년 미국 지구정책연구소(Earth Policy Institute)의 레스터 브라운(Lester R. Brown) 소장은 그의 저서 ‘『계획 2.0 : 문명의 위기에 처한 지구 구하기』(Plan B 2.0: Rescuing a Planet under Stress and a Civilization in Trouble)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며, 한국이 성공한 것처럼 지구도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다.”고 기술했다. 이에 앞서 1982년 UN FAO(식량농업기구)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이다"라고 한국의 산림녹화사업을 극찬했다. 이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이 선언이 아직도 유효할 만큼 개발도상국의 환경과 산림 실태는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 사막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20세기 한국의 성공적인 산림녹화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은 2011년에 수출 5천 억 달러를 돌파하고,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에서 9번째의 무역국가가 되었으며, 2018년에는 6천억 달러를 넘어서 세계 7대 무역국가 되었다. 한국과 한민족은 대단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경제발전과 환경복원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인 셈이다. 이에 비해서 같은 한반도 내에서 북한의 산림사정은 너무 열악하여 가슴 아픈 일이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식량해결을 위해 경사도 15도 미만의 다락밭 개간을 국가사업으로 진행했다. 초기에는 이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1990년대 중반 연속적인 폭우와 가뭄으로 인해서 재앙으로 다가왔다. 1994년 토사유출로 인한 농경지 매몰과 큰 비로 인한 홍수로 흉년을 맞았으며, 1996년까지 가뭄과 홍수로 인해서 고난의 행군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다락밭 개간은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인해서 최근 경사 25도까지 개간하여 뙈기밭의 형태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북한의 산림황폐화 실태를 살펴보고, 기후변화로 사막화되어가는 한반도의 산림생태계의 건전성회복과 연결 그리고 산림환경보전을 위한 남·북 산림협력사업 방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01

산림현황

우리는 산림(山林)이 경사가 있는 산(山)에만 형성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국내에는 경작지가 절대 부족해 평지에 대규모 산림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림(forest)은 본래 평지와 산을 가리지 않고 나무가 우점종(dominant species)인 생태계를 의미한다. 북한의 산림면적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데, 당국의 산림면적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없기도 하지만 UN FAO의 ‘산림(forest)’에 대한 정의가 그 동안 바뀐 영향이기도 하다. 산림에 대한 정의는 UN의 경우 나무 그림자 혹은 입목도(立木度)가 40% 이상 될 경우에만 산림으로 간주하는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나무가 없는 민둥산은 더 이상 산림이 아니다. 따라서 조사기관에 따라서 상당히 차이를 보이게 되어, 북한 산림면적은 503∼900백만㏊로 그 편차가 큰 편이다. 2009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항공사진에 근거해 경사도 8도 이상의 지역을 산림으로 간주해 북한의 총 산림면적이 917만㏊라고 발표하였다. 북한의 국토면적은 1,205만㏊이므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국토면적의 76.1%인 셈이다.

20018년 산림청 임업통계연보에 의하면 OECD 가입 34개 국가 중 국토면적 대비 산림면적 비율이 높은 나라가 핀란드가 73.1%, 일본 68.5%, 스웨덴 68.4%에 이어서 한국이 63.7%로서 네 번째로 높게 나타난다. 세계 산림자원평가보고서에서 밝힌 2015년 기준 북한의 산림면적은 503만㏊이며, 산림비율은 41.8%이다. 이 503만㏊는 1970년 북한자료의 987만㏊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02

황폐산림면적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황폐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황폐산림면적은 전체 산림면적(899만㏊)의 32%인 284만㏊에 달한다. 남한에서 산림이 가장 황폐했던 시기는 1950년대였는데, 당시 1956년 통계에서 사방공사가 절대 필요한 황폐지는 69만㏊로서 전체 산림면적의 10%에 이르고, 민둥산이 전국산림의 57%에 달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와 비교하면 북한의 현재 산림은 남한의 1956년 당시 69만㏊의 4.1배에 해당하는 284만㏊로서 방대한 면적이 황폐해 있음을 알 수 있다.

03

산림황폐원인 

북한의 산림은 1970년대까지는 남한보다 더 우거진 숲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 기간과 그 이후 남한에서는 급속한 인구증가로 산림이 대규모로 망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북한은 남한에 비해 수력발전에 의한 전력생산량이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관계로 산림이 잘 보전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1960년대부터 남한의 경제가 개선되며 나무에 의존하던 연료가 1970년대부터 화석연료로 바뀌기 시작했고, 1973년 정부의 적극적인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계획’이 계획대로 완성되면서 한국의 산림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반면 북한은 1980년대부터 2,7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독려로 산림을 개간하여 농토를 넓히기 시작했다. 마을 주변의 야산을 먼저 개간했으며, 함경도와 같이 경지면적이 적은 곳에서는 경사가 심한 지역의 산림도 개간하여 다락밭을 만들었다. 이들 경사지의 다락밭은 비가 많이 올 경우 산사태의 위험성이 많은 곳이다.

1994년 여름 장마철에 북한은 대홍수를 맞았다.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북한지역에 정체하면서 많은 비를 내렸다. 이 때 다락밭에서 엄청난 흙과 돌이 쓸려 내려가 농경지를 매몰시켰다. 그 이듬해에는 모래가 쓸려와 척박해진 농경지에 전례 없는 가뭄이 닥침으로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을 맞이했다. 이후 식량부족으로 산림개간은 더욱 가속화 되었으며, 산에 불을 놓아 농사를 짓는 화전(火田)도 성행하게 되었다. 당시 가뭄이 심했던 봄철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에는 북한 전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여 전역에 연기에 자욱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1973년 남한의 화전면적은 총 28만 가구에 12만㏊에 달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화전정리 5개년계획’(1974~1978)에 의해 완전히 사라진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에서 빠른 속도로 산림이 황폐화하는 주요원인은 농민들이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 다락밭을 개간하는 행위와 산불을 놓아 화전을 만들어 농토를 확장하는 행위, 그리고 연료와 목재 채취를 위해 나무를 자르는 행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땔감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행위도 있을 수 있으나 땔감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조선시대 한양의 인구가 40만 명 일 때 한양 주변 산은 한양에 연료를 공급하는 공급원이었으며, 이로 인해 경기도 일원의 산림이 극도로 황폐해지기도 했다.

04

산림녹화복구 전망

현 시점에서 북한의 산림녹화복구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인민이 굶주리고 연료가 모자라는 상황에서는 산림녹화를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산림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한이 과거 그러했음을 반추해 본다면 말이다. 당시 남한에서 해방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1950년대 산림이 극도로 황폐했었는데, 그 원인이 식량부족과 연료부족이었다. 경제발전으로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연료문제를 해결한 후 비로소 전 국민 참여로 산림녹화가 가능해진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산림녹화가 남한처럼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인가에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더욱이 북한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여건이 국제정치적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아 불안정하기 때문에, 북한이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안정된 체제에서 언제쯤 적극적으로 산림녹화에 앞장설지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북한의 산림녹화 과정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외교적·정치적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만 남북 산림협력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05

앞으로의 남·북 산림협력은 왜 필요할까?

1990년대 후반부터 2013년까지 10년 남짓 남·북은 민간차원에서 산림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함께하면 무엇이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호신뢰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산림협력사업은 민간차원에서 추진되었을 뿐 당국 차원의 교류는 미미했다. 드디어 2018년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두 차례 성사된 이후 2019년 상반기까지 남북 당국 간 대화로 산림협력사업 추진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희망적 조짐이 있었으나, 현재 더 이상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시 중단된 상태여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산림이란 황폐의 길을 한 번 걷기 시작하면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된다. 산림토양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터전인데, 한반도의 산림토양은 대부분 화강암이 오랜 시간동안 풍화되어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부드러운 흙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한 번 숲이 망가지면 장마철 폭우가 쏟아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쉬운 환경이다. 이러한 위험을 지금 서둘러 막지 않으면 다시 회복하는 데 과거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북한의 산림황폐를 서둘러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양 순안 중앙양묘장 상수리나무 시설양묘 (2007. 4. 28) 

금강산 양묘장 잣나무 노지재배 (2007. 12. 21)

평양 중화 양묘장 준공식 기념식수 (2008. 5. 8)

남북 산림협력회의 (2018. 12. 16, 중국 서안)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성공국가이면서 또한 조림성공국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산림녹화에 대한 기술도 가지고 있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를 살려 한반도의 반쪽에 해당하는 북한의 황폐산림을 복구해야 한다. 남한은 이제 모든 국민의 소원이었던 금수강산(錦繡江山)을 되찾았다. 그러나 나머지 반인 북쪽 지역에서도 이를 마저 이루어야 푸른 한반도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현 세대의 책무를 온전히 마칠 수 있다. 북한도 산림협력에는 전향적인 자세로 나와 산림녹화복구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산림환경을 보전해 아름답고 건강한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을 함께 이룰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과 북은 전보다 더 활발한 대화를 진행시킬 수 있는 이해의 폭을 넓혔으며 그 토대도 마련되었다. 남북 간 수행할 수 있는 협력사업으로 산림녹화복구사업을 우선적으로 거론했으며, 남과 북이 어느 정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남북 당국 대표들이 판문점에서 만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하였으나 그 이후 진전이 없어 안타까움이 클 뿐이다. 중단된 교류협력사업 중 산림협력사업은 북한에서도 매우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남북대화나 교류가 재개된다면 산림분야가 제일 먼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미래 대화에 대비하여 구체적인 남북 산림협력방안을 사전에 검토하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06

남북 산림협력방안 

북한 산림녹화 및 복구사업은 통합적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즉 건전한 산림생태계의 복구는 남북 산림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으로 한반도의 자연계의 통일을 이루는 대업으로 보아야 한다. 황폐지 녹화, 임농복합경영, 연료림 조성, 사방사업(砂防事業), 양묘·조림, 산림병해충 방제, 단기 소득원 조성 등을 분산 실행하기 보다는 동시에 통합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북쪽 산림자원의 실태조사 기반 위에 국토 산림자원의 배분계획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이 그림에는 지역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개발협력적 접근이 유용할 것이다. 실행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며, 남북이 함께 산림협력사업을 논의하여 확정해야 산림 복구기간을 앞당기고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식량문제의 조기해결, 산림환경개선 그리고 녹색한반도 구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나가는 말

전체 산림의 28%가 황폐지로 분류되는 북한의 산림복구는 혼신을 쏟아 붓는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림복구의 속성상 그 속도가 느린 만큼 그 성과가 아직까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북 산림협력을 통해 인공조림기술 등 남북 산림과학기술개발과 녹화사업을 연대 추진하면 그 시간과 비용을 더 낮추고 단축시킬 수 있는, 산림녹화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적 상황이 바뀌더라도 산림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남북 당국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쓰고 남은 것이나 우리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닌, 상대가 필요한 것과 그 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경청하고 신중히 살펴야 할 때가 왔다. 남과 북으로 단절된 한반도의 산림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은 곧 통일을 위한 전제조건이며, 바로 이것이 남북 간 산림협력사업이 갖는 진정한 의의일 것이다.

미래에 한반도에 살아갈 후손들이 “21세기 초·중반 우리 조상들이 분단에도 불구하고 합심해 대대손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를 건강한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 역사적 대업을 이룩하였다”라는 평가를 역사의 한 줄로 기록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