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한반도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어족자원과 남북 협력 과제
김용득 한국수산증양식기술사협회 회장
(前 해양수산부 남북협력 담당)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금수강산’이라는 단어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 구절이 있다. 이 뜻을 우리는 쉽게 알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남북이 갈라진 육지와 해역을 인간이 오고 갈 수 없기에 여전히 자연 현상에 따라 기류(氣流)와 해류(海流)를 따라 인간을 제외한 많은 생물이 오가고 있다는 현실을 잊고 산다.
한겨레인 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목적으로 우리는 다각적으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이나 남북 간 직접 접촉 등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합의와 그 실현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필자는 과거 공직에 종사하며 수차례 남북 합의서를 체결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도, 또 직접 체결하는 현장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크게 진전된 사례가 없거나 미미하여 많은 실망감과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보다 실현 가능한 수산분야의 남북협력을 위한 착안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더욱이 기후변화라는,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자연 현상의 준엄한 현실 앞에서 남북 간 상생협력으로 수산 분야의 발전과 미래로 진전하는 일의 가치는 높다고 본다.
(표1) 남북 수산협력을 위한 합의서 체결 현황
01
기후변화에 따른 어족자원 변화 현황과 전망
18세기 중반 1차 산업혁명 이후 2차,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면서 지구 환경은 훼손되고 난개발 상태가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결국 기후변화라는 시대의 난관을 현재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여러 분야의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는데, 수산업 또한 예외 없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들이 나타나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5차 평가종합보고서(2014)를 통해 21세기 말 지구의 평균기온이 3.7℃ 높아진다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지구의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특히 6℃가 상승하게 되면 육지와 바다 생물의 95%가 전멸하여 인류의 생존도 위험하다고 전망했다. 한반도에 거주해 온 우리는 과거로부터 삼면 바다에서 얻는 동물성 단백질로 건강을 유지해왔는데 그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풍토에 맞는 해양생물을 획득하여 건강을 유지해왔던 현실이 눈앞에서 사라질까 걱정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해양의 먹이사슬은 육지에서 유입되는 영양염류에 따라 기초 먹이인 식물성·동물성 플랑크톤 생성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므로 초기 생태계 구성이 불안정해지면 연쇄적으로 상위 포식자의 먹이경쟁이 심화되는 상황까지 이어지리라 예측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양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환경요인은 수온이며, 이외에 먹이 생물, 염분, 용존산소 등의 변화로 생물의 식생역(植生域)과 분포 밀도는 다양한 형태를 보이게 된다.
최근 우리 연·근해에서 기후 온난화의 징후로 겨울철 수온 상승 경향이 뚜렷해졌다. 또한 난류성(暖流性), 회유성 어종의 겨울철 어획량과 어획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어종변화가 심한 해역은 동해로 남태평양에서 올라온 난류(쿠로시오),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류(북한 해류)가 합류하는 특성 때문에 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해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아열대성 대형 해파리 떼의 출현은 어업에 직접 피해를 주는데, 이 해파리 떼는 심지어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북태평양 북부)에 있는 바다인 베링해 등에서도 발견될 정도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대형가오리(폭 1.5~3m, 길이 2.5~5m, 무게 300kg 상당)와 보라문어류가 최근 정치망(定置網)에서 다수 잡히는 현상이나 9월 동해안에서 발생하는 적조 등은 쓰시마 난류 세력의 확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1960~1970년대 초까지 풍어였던 꽁치, 오징어 자원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감소하고 고등어, 멸치 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한반도 주변의 어족자원의 변화는 크게 난류성 어종 분포해역의 북상, 어종의 어기(漁期) 연장, 겨울철 어획량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동해의 대표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30년대 연간 15만 톤 정도 어획되었으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90년대 어획량이 급감한 뒤 현재는 기후변화가 더해져 어획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02
어족자원 보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국제적 협력
북한 지역의 동해로 흐르는 큰 강을 중심으로 연어류 등 우수하고 유용한 해양생물이 존재하는데, 기후변화와 중국어선의 입어에 의한 남획으로 자원감소가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조기 어종이 풍부했던 서해는 과거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가 열렸는데, 신안 흑산도 파시, 부안 위도 파시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파시였던 연평도 파시는 어획 강도가 큰 유자망·기선저인망 어구를 갖춘 대형 동력어선이 조업하며 1960년대 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수산자원은 자율갱신자원(self-regulating renewable resources)으로 주어진 해양 환경 속 상호작용하며 성장한다. 그러므로 적정수준의 단위노력당어획량(catch per unit effort, CPUE)만 유지된다면 영속적으로 최대지속적생산량(最大持續的生産量, Maximum sustainable yield ; MSY)을 담보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수산자원 보존을 위한 노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연근해 바다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1986년도와 비교하면 2019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이제는 수산물 유통·가공 등 관련 산업의 일자리와 소득창출은 물론 국가의 먹거리 문화와 식량안보를 우려할 단계라는 평가다. 이를 해소하고자 어린 물고기 보호를 위한 금지체장, 금어기 등을 설정하여 통제하고 어선 감척에 의한 자원감소 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한편 EU,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도입했던 총허용어획량제(TAC: Total Allowable Catch)이 실효성이 있음이 입증되어 우리나라에도 1999년 처음 도입되었는데, 현재 대형선망, 근해통발 등의 업종에 고등어, 전갱이, 정어리, 붉은대게 등 11여 종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각국은 어족자원 보호와 증강을 위한 자구적 노력과 함께 국제적 공조로 자원관리와 성육 관리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협력적 동반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3년 북태평양소하성어류위원회(North Pacific Anadromous Fish Commission, NPAFC)를 일본,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과 함께 설립, 구성하여 회원국으로서 협약 수역 내 소하성 자원의 포획 금지 및 자원보존에 동참하고 있다. 바다에서 하천으로 산란하기 위해 거슬러 올라오는 소하성 어류(Anadromous fish, 遡河性魚類), 즉 연어(Chum 연어, Coho 은연어, Pink 곱사, Sockeye 홍연어, Chinook 왕연어, Cherry 시마연어)나 송어(Steelhead, 무지개송어)가 관리 대상이다.
03
남북한 해양생물 자원 공동관리로 상생협력 기반 확충
기후변화에 따른 어족자원의 변화로 전통적인 식문화나 관련 산업이 사라지는 위기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남북이 생명공동체로서 같은 뿌리를 가졌다는 발로(發露)이자 현실적인 상생 모델로서 해양수산 생물자원의 공동관리가 그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 동·서·남해의 어족자원 변화 양상을 관측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 가용자원을 예측하는 일은 앞으로 올 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자 의무다.
현재 유엔 안보리 제재로 북한산 수산물 등의 수입(반입)이 금지되고 어장 입어료 지불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수단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북한의 외화획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라고 본다면, 남북이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기초로 해양수산자원의 추이를 분석·평가하는 연구 조사는 금전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이해충돌 없이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올해 2020년 노벨평화상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에게 돌아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경색국면의 남북 교류·협력 측면에서도 그렇고 세계 식량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를 이용해 수산자원에 대한 공동 연구조사 사업을 시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북태평양소하성어류위원회(NPAFC)가 주체가 되어 남북한 해역에서 연어, 송어와 같은 소하성 어종을 대상으로 자원증강 및 유입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북한의 참여를 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해안에서는 남북한과 러시아 등이 중심이 되어 명태 자원을 조사하고 서해안은 남북한과 중국 등이 중심이 되어 조기와 꽃게 자원을 조사하는 민간 협의기구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추진해 볼 수도 있다.
다만 고려해야 할 점은 국제적 여건이 호전되더라도 북한은 아마 여러 이유를 들어 남한 관계자가 승선해서 북한 해역의 연근해를 충분히 조사하는 일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8개 수산과학연구 조직과 3개 수산대학, 1개 수산 단과대학, 4개 수산 고등전문학교, 다수의 수산 고등중학교 및 해운교육기관 등이 있어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많다. 그러므로 남한이 조사 선박, 장비와 선수품(유류, 사무보조기 등 소모품)을 제공하고 북한이 측정한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공유하는 공동연구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경험적으로는 가장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 경우 새로운 장비의 영점 조절과 측정 자료의 분석 등과 같은 세부적인 사항을 진행하기 위해 장소와 시기를 선택하여 전달하는 등 손쉽게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는데, 이것 또한 남북협력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점차 공동으로 연구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간, 연구 시설로까지 발전해 간다면, 남북 상호 이익에 맞는 조업의 협력적 관계설정을 모색할 여건 또한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으로 확신한다.
과거 남북 경협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돌아보면 북측은 중국어선이 동·서해에 입어하여 싹쓸이 조업을 하는 등 우리 해양 자원이 황폐해지고 있다며, 남측 어선은 동포애로 무리한 남획을 하지 않으리라고 내심 예상하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남측 어선이 입어 또는 남북이 공조하여 조업하길 희망한다는 뉘앙스(nuance)를 비추기도 했다. 따라서 우선 남북한이 해양생물의 변화를 예측하는 공동연구나 조사 사업으로 서로 이익이 되는 점과 한반도 어족자원의 보존이라는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적 논리 위에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여 협상하면 어렵지 않게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림2) 남북 해양·수산 협력 프로세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입 단계로 시도되고 있는 무인선박을 활용해 해양환경과 생물변화 등의 빅데이터(Big data)를 수집하거나, 인공지능 로봇으로 조업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되면 남북 합의에 따른 실질적인 자료 확보는 한층 용이할 것이라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