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평화

제6편(마지막)

질병감염과 남북협력의 필요성 


김유용 서울대학교 동물생명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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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의 불청객, 인수공통전염병 가금인플루엔자(AI)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 철새들이 날아와 우리나라와 일본 전역에서 월동을 하고 이듬해 봄에 북쪽으로 날아가곤 한다. 이에 따라 가금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철새들이 우리나라에서 월동할 때 AI 바이러스 항원이 전국의 하천 및 저수지에서 검출되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10월부터 경기도 용인과 이천, 충남 천안과 논산, 경남 사천, 경북 구미, 전북 부안, 전남 순천, 제주 하도리 등 전국 규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AI바이러스항원이 검출되고 있다. 가금인플루엔자(AI)는 환절기에 철새들의 이동에 따라 한반도 전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병인데,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AI가 인수공통전염병인 것을 잘 알지 못하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제1종 전염병에 해당하는 AI에 감염된 철새들은 러시아, 중국, 북한지역을 거친 후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특징을 가지므로 우리나라에서만의 방역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러시아, 중국, 북한과의 공동대응을 통한 방역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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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경로와 원인

AI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2019년 9월부터 양돈장 및 야생멧돼지에서 감염이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경우에도, 감염경로가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DMZ접경지를 통해 국내 서식하는 야생멧돼지에 감염되어 국내로 전파된 사실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은 인접한 중국의 접경지역인 랴오닝성에서 8월 3일 처음으로 발생한 후 2018년 말부터 2019년 1월말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과 바로 인접한 북한 자강도 우시군에서 ASF가 처음으로 발생한 것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된 것은 2019년 5월 25일이었지만, 북한 지역에서 2019년 3월부터 ASF 증상이 나타났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에서 발생한 ASF가 북한 전역으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야생멧돼지가 원인이라기보다는 빈번히 출입하던 중국관광객이나 중국과의 무역, 그리고 북한 내부에서는 각 가정마다 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므로 사람과 돼지와의 접촉으로 급속히 전파되었다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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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ASF 발생 현황 및 ASF의 심각성

우리나라에도 결국 2019년 9월 18일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장에서 ASF 첫 발생 보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DMZ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14개 양돈장에서 ASF가 보고되었으며 총 261개 농가의 돼지 약 43만두에 대해 예방적 안락사 조치가 있었다. 정부에서도 DMZ를 접하고 있는 서부지역인 김포, 강화에서부터 동쪽으로는 강원도 고성군, 인제군까지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하여 집중관리하고 있다. 2020년 11월 25월 현재 기준으로는 16개소의 양돈장과 야생멧돼지에서 총 808건의 ASF가 발견됐다. 북한도 지금까지는 서부지역과 황해도지역을 중심으로 ASF가 발생했는데, 2020년 4월 북한의 강원도 세포등판지구에서도 ASF가 발생하여 가축 약 6,00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동부지역도 안전한 지역이 아니란 것을 의미하며, 2020년 8월에도 강원도 춘천, 인제군에서까지 야생멧돼지에서 ASF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ASF는 물렁진드기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로, 일단 돼지가 감염되면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어 100% 폐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ASF가 우리나라 전역에 전파된다면 국가 양돈산업이 존폐위기에 이를 수 있다. ASF의 예방과 방역을 위해서는 ASF백신 개발이 절실한데, 백신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ASF바이러스가 아주 복잡한 이중가닥 DNA바이러스로 160~175개 유전자가 암호화되어 있으며, 돼지의 대식세포에서만 증식되기 때문에 숙주면역반응으로부터 모두 회피되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전문가들은 ASF백신이 나오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홍역백신 제조의 경우 30년, A형 간염백신은 22년이 걸렸고, 에이즈(HIV)백신은 36년째 개발 중에 있으며 실제 ASF백신도 이미 20여 년째 개발 중에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04

북한 지역의 주요 전염병의 종류와 현황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북한지역의 주요 전염병들은 다음과 같다.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으로 결핵, 광견병, 가금인플루엔자(AI), 말라리아,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등이 알려져 있고, 일반 감염병(general disease)으로는 B형, C형 간염과 세균성 이질이 있다. 북한에서 결핵은 이미 10만 명당 500명 정도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발병빈도가 높고 이 중 다제내성결핵이 87%, 광범위 내성결핵이 2.4%에 이르는데, 특히 영양상태가 열악한 일반 주민들의 감염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제내성결핵과 광범위내성결핵 모두 심각한 것은 일반적인 항생제의 치료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므로 다른 질병치료도 어렵게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말에 발생하였지만, 북한에서는 이미 2019년 12월~2020년 1월에 유사한 증상이 발생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중국과의 교역이 많고, 많은 식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북한 전역을 여행하고 있으므로 수입품 또는 중국여행객들에 의해 북한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코로나19의 북한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모두 폐쇄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펴고 있음이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만, 점차 악화되는 식량난과 원료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꾸준히 밀무역을 할 수 밖에 없어 완전한 국경방역이 어려운 실정이다.

2) B형・C형 간염과 세균성 이질

북한지역에서 B형 또는 C형 간염의 발생은 북한에 파견되어 있는 NGO에 의해 이미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바 있지만 여전히 자주 발생하는 질병이다. 최근에는 세균성이질의 발생이 많은데, 영양상태가 열악할 경우 외부에서 침입한 유해한 세균에 저항하는 자체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일반적으로 간단한 약처방으로도 쉽게 치료가 가능한 이질에도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의약품도 부족하고 식수 위생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 어린이와 노인들을 중심으로 이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8년 금강산을 여행한 관광객들이 세균성 이질에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향후 남북교류협력이 재개되어 인적교류가 많아질 때도 매우 유의해야 하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3) 말라리아

말라리아(malaria)는 열원충(Plasmodium spp.)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2.5~5억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약 100만 명이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말라리아는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국내 말라리아균이 완전히 박멸된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1993년 DMZ인근에서 근무하던 군인에게서 처음으로 발병이 보고되었고, 2000년에 4,142건의 국내발병 보고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연간 약 1,000여건의 발병이 보고되고 있고, 주로 DMZ로부터 10km이내 지역에서 발생되고 있다. 이는 말라리아의 발병이 북한지역에서 이동한 야생동물이나 모기에 의해 DMZ를 거쳐 남한 내로 전파된 것임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북한에서 말라리아는 2010~2012년 사이에 최대 발병이 있었으며, 2012년에는 21,850건이 발생된 것으로 보고됐다. 2019년에도 북한에서 3,598건의 말라리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어 유니세프(UNICEF)가 2025년까지 말라리아 퇴치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강한 한반도를 위해 남북을 포함한 
주변국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

우리는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혀 없는 AI, ASF등의 질병에만 관심을 갖고 남북협력을 통한 공동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지역에서 유입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말라리아, 이질, 간염 등 다양한 질병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남북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함께 참여하여 질병에 대응하는 방안이 시급히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