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대담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에게 듣는다

ㆍ인터뷰이 : 한완상 前 통일부총리

ㆍ인터뷰어 :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ㆍ정리 : 권지연 남북협회 교류총괄부 대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수학한 뒤 미국 에모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유니언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서울대 문리대 교수,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역임했다. 특히 1993년 문민정부의 첫 통일부총리로 통일원(現 통일부) 장관을 겸직하며 민족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데 애썼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직접 겪으면서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한완상 前 부총리를 모시고, 남북관계에 대해 전망하고 앞으로 남북협회가 나아갈 길에 대한 고견을 청취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배지를 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최근에 뵀던 자리도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2018년 9월 대통령 특별 수행으로 방북하셔서 3.1운동 100주년을 남북 공동으로 기념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9.19 평양공동선언문에도 3.1운동을 남북이 공동 기념하자고 했지만 아쉽게도 행사로 성사되진 못했는데요, 남다른 소회가 있으실 듯합니다.

평양공동선언문에 3.1운동 100주년 공동 행사를 위한 구체적 준비를 하자는 내용이 들어갔다는 것을 듣고 당시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이제 3.1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한 해묵은 갈등을 넘어서겠구나 하는 희망도 가졌죠. 하지만 결국 여러 불안요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행사가 무산됐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바로 임시정부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불편한 인식입니다. 북한의 국가적 정체성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 게릴라 전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임시정부는 이것과 다소 궤를 달리했고, 북한 입장에서 노선이 달랐던 임시정부 주류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한 실무협상에서 우리 측이 북한이 가지고 있는 김일성 주석의 게릴라 전쟁에 대한 확고한 신념, 그리고 여전히 북한을 움직이는 유효한 핵심을 단지 역사적 사건으로만 취급하며 다소 안일하게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1운동에 대해서는 북한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김일성 주석의 성장배경에 기인하는데요. 3.1운동을 주도한 여러 종교 세력 중 하나가 기독교였고, 김일성 주석 또한 평안도를 중심으로 일어난 기독교 계열의 애국운동에 많이 관여한 아버지 김형직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3.1운동과 그 정신에 대해서는 남북 상호간 공감을 끌어낼 요인들이 충분했다고 판단합니다.

3.1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기념행사가 새로운 남북관계를 설정하는 계기가 되어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을 트는 호재로 작용했을 텐데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현장 이야기도 좀 해주십시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명의 평양시민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역사상 최초로 연설을 했죠. 그 역사적 의의라는 것이 엄청난 것인데, 현장에서 직접 들은 사람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감동적이고 대단한 순간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바로 대통령께서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라고 말씀하시는 순간이 그때였습니다.

그때까지 북한의 상황이 어땠습니까? 북한 주민들, 특히 평양사람들에겐 이미 북한은 핵개발을 완성한, 핵 주권국가라는 자긍심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심지어 헌법에 명시해 놓을 정도였죠. 그런 심리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핵・경제개발 병진노선을 채택해 자신의 리더십을 다져왔습니다. 그런 중에 대통령께서 15만 명의 평양주민이 운집한 그 자리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말씀하셨습니다. 연설이 끝나고 1초 정도 정적이 흘렀는데, 제겐 1시간처럼 느껴지더군요. 이윽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마 그 1초의 정적은 북한 주민들도 순간 비핵화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의 혼란 때문이지 않았나 제 나름대로 추측해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때 꽤 태평스러운 모습이었거든요. 그러니 관중들도 그 모습을 보고 ‘아, 괜찮은가보다’ 했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그 순간을 겪으며 ‘아, 이제 우리가 상응하는 성과를 북한에 줘야겠구나, 북한의 어려운 결정에 대해 충분히 적극적 대응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진전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네, 바로 그 점이 현재 남북관계의 겨울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이제 뭔가 달라지려나 보다 하고 기대들이 많았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엄중한 상황이지만 제재 대상이 아닌 분야에서라도 과감하게 남북 간 협력이 진행되겠거니 했는데 우리 당국이 꼼짝도 안하더군요. 결국 남은 2018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촉발된 평화프로세스가 이렇게 중단되면 남북관계의 단절이나 파국을 초래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현재 그렇게 되었습니다.

2019년 1월 나온 ‘조건없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의 재개’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에 호응하지 못했던 것은 더욱 안타까움이 큰 대목입니다. 아마 김정은 위원장도 3개월 간 기다리면서 답답함을 느껴 제안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마저 받지 않았으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선배로서 정말 애석했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9.19 남북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으나, 우리가 그 이후 프로세스를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너무 북미회담으로 넘겨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도 2018년 9월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가득 찼던 그날의 감동은 간 곳 없고 비관과 체념만 가득한 오늘날이 참 새삼스럽습니다.

2020년 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4.27 판문점선언의 옥동자였던 개성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이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까지 남북관계는 더 악화일로를 겪었습니다. 일각에서는 2020년을 ‘무너진 신뢰, 사라진 용기’라고도 평가할 정도인데요. 부총리님께서는 2020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4.27 회담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북한에서 연락사무소를 꼭 개성에 두자고 말했더군요. 그때는 왜 그런지 잘 몰랐는데 사건이 벌어지고 나니 남한이 뜻대로 안 움직일 때 북한이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공동연락사무소 대신 더 근본적으로 서울-평양 간 상호 대표부를 두기로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표부는 상대를 국가로 인정한다는 아주 높은 수준의 신뢰의 상징입니다.

대표부가 설치된다는 것은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국가연합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대표부는 외교부의 연장선으로 만일 대표부가 설치됐다면 파괴되지 않고 남북관계도 계속 이어졌을 것입니다. 4.27 판문점 선언의 내용이 의미 깊었던 만큼 개성공동연락사무소가 파괴됐을 때 아픔도 더 컸습니다. 아무리 남한 정부가 자신들의 생각과 달랐다하더라도 이런 과격한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평창올림픽 개회식에도 참석했었는데,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공동입장하던 남북 선수단의 힘찬 발걸음을 보며 3만 5천여 명의 참석자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남북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에 대한 전세계의 공감이었죠. 그 순간이 2년 남짓한 시간에 폭파로 무너졌으니, 남북 간 신뢰의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개성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가 남북 간 신뢰가 추락한 대표적 상징이라면, 반대로 신뢰회복과 개선의 상징이 연락사무소의 복구가 되진 않을까요?

그 점은 다소 의문입니다. 개성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을 때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바로는, 북한 내부에서도 이러한 화해의 흐름을 마땅찮게 여기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따라 공동연락사무소도 개소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었죠. 남북신뢰 구축에 호응하지 않는 이들이 여전히 북한 내부에 있다면 언제든 남북관계가 연락사무소 폭파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낙관하기로는,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으로 미국중심주의, 일방주의와 같은 흐름이 변할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북한도 여기에 대응하려고 하겠죠. 이 상황을 잘 활용해 서로 잘못된 부분은 반성하고 정부 대 정부, 민간 대 민간 차원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이어지게 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한반도에 한 번 더 평화의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합니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노력 중에 ‘반드시 이건 해야 한다’하는 건 어떤 것들입니까?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하기로 했는데 실제 작동하지 않는 듯합니다. 지금은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상 간 핫라인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울-평양 대표부 설치를 제의해 북한이 고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판이 크게 바뀝니다. 이때 평화의 기선을 잡고 남북 공조해서 같이 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대표부 설치입니다. 아마 북한에서는 서울에 북한 대표부를 설치하는 게 염려가 될 겁니다. 평양에 남한 대표부는 오히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봅니다. 북한은 전체주의 사회로 다 통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견해를 여러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이 점을 우리 대통령이 확실하게 담보를 해주고 대표부 설치를 제안하면 어떨까 합니다.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우리 사회 내 대립과 갈등, 즉 남남갈등도 어찌 보면 큰 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세력의 대북정책 성공이 다른 편의 실패로 귀결되는 그런 구조인데요. 대표부가 국가연합의 초입이라고 할 때 지금 우리는 9.19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한편으로는 갈라진 남남 간 갈등의 골을 통합하려는 별도의 노력도 필요하진 않을까요?

제가 이론적으로, 또 실제 현장에서 강조해 온 바가 바로 ‘남북 간 적대적 공존관계의 청산’입니다. 이 적대적 공존관계는 참 기묘합니다. 남과 북에서 주류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들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이 위태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상대방이 곧 쳐들어온다’라고 하며 긴장 국면을 형성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에서는 ‘남조선 뒤에 있는 미국 패권주의 세력이 우리를 붕괴시키려고 한다’라는 것이고, 남한에서는 ‘북한 간첩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침투해 국가 기반을 흔든다’라는 식이죠. 이렇게 분단 75년 간 살아왔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남북관계가 악화되어야만 자신들의 권력이 강화되는 이 모순으로 살아온 것 말입니다. 이 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남남갈등은 절대 해소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여야관계를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과 같은 여야관계에 빗대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여야 간 공유하는 민주적 가치가 더 큽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야가 공유하는 가치가 희박합니다.

약 70년 간 남북 간 적대적 공생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십니다.

네, 그러기 위해 3.1운동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철저하게 비폭력으로 폭력적 일제의 무단정치와 폭정에 대항한 3.1운동이 주는 감동의 울림은 몹시 큰 것입니다. 이 비폭력 저항운동에 전 국민이 계급이나 종교, 지역 차이를 뛰어넘어 참여했습니다. 남남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서로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무력에 대해 우리의 도의, 사랑, 정의로 대응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3.1운동 독립선언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가 가고, 도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이것이 3.1운동의 정신이며, 남남갈등을 해결해 갈 단초라고 봅니다.

2021년이 여러모로 중요한 해겠습니다. 연초에 예정된 북한 제8차 당대회나,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바이든 정부의 등장도 주요한 변수가 될 것 같은데요. 혹시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라 우리나 북한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솔직하게 저는 바이든 정부에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긍정적 예상은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마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지는 않으리라는 점입니다. 북한과의 대화가 완전 단절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갓 대통령이 되어 경험이 부족한 정치인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모순이 매우 심각해서 자체적으로 곧 붕괴될 거라는 당시 우리 정부의 판단을 존중했던 측면도 있을 겁니다.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다들 예측했었으니까요.

네 비슷하죠. 한 세대, 거의 30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유효한 주장이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돈이나 군사력이 별로 안 드는 정책이니까요. 하지만 그 결과를 본 바이든으로서는 인내 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긍정적 예측은, 기존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소위 ‘MAGA 정책’으로 대표되는 미국 고립주의에 바이든 당선인이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점입니다.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관계를 엄청나게 악화시킨 원인이었죠. 그러던 중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일명 ‘RCEP(알셉)’이 등장해 미국의 고립주의를 제어하는 제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RCEP에는 아세안(ASEAN) 10개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까지 참여한 광범위한 경제협정입니다. 딱 미국만 빠져있는 셈으로, 이 RCEP에서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의 핵심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하지 않았습니까? 미국으로서는 견제장치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TPP로 돌아갈지, 아니면 RCEP을 새롭게 가입할지는 미지수이나 어떻게든 미국의 대북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로서는 RCEP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을 RCEP의 일원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합니다. 미국이 있는 RCEP의 틀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어떻게든 RCEP으로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군사・정치 분야의 공동체 형성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당장 현실적으로도 달성하기 어렵죠. 경제・문화 공동체는 상대적으로 형성하기 유리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RCEP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코로나19가 수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줬습니다만, 우리로서는 방역에 일정 성과를 거두며 기회요인으로 작용한 점도 있습니다. 전 세계 선후진국이 뒤바뀌는 전에 없던 변화가 생겼죠. 앵글로색슨족으로 대표되는 선진국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무력하게 대응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새로운 보건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남북문제에 미국과 중국을 관여시키고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RCEP의 틀 속에서 시작해 판문점에서 남북미중 4자회담을 개최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입니다. 국제 다자차원의 자유무역체제 중 RCEP은 가장 큰 규모입니다. 이 명분을 가지고 전 세계의 중심지역으로 떠오르는 아세아에서 평화와 번영을 다져 세계평화를 이룩하자고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세아 지역 평화의 핵심인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 대통령까지 함께 적대와 반목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화해와 신뢰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자고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견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 등장에 대한 우리 대응 방향의 핵심이라 봅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계속 기다리지만 말고, 한반도의 운전자, 중재자로 다시 일어서 멈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복원하자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남북협력 전반에서 우리 국민들의 필요한 점을 지원하며 교류협력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우리 기관이 2021년에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남북교류협력법의 개정에 꼭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남북교류협력법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 제정됐습니다. 당시에는 이 법률이 가진 엄청난 힘을 잘 몰랐습니다. 1993년 통일부총리로 임명받아 남북교류협력법을 다시 자세히 살펴봤더니 이 법은 기존 갈등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지배하던 기존 제도인 국가보안법보다 상위에 위치해 있어 한반도의 기존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남북교류협력법이지만 여전히 더 나아가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을 만나는 것은 여전히 법률에 저촉됩니다. 사람 간 자유롭게 오고가야 그 다음 단계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사전 승인에서 나아가 자유롭게 만나고 사후 신고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말씀하셨는데, 민간 영역에서도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지방 정부 차원에서 경제・문화 분야에서 북한과 교류할 수 있게 당사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남북협회가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아지겠죠. (웃음) 전 지구가 급변하는 이 시대에 과감하게 남북교류협력법 또한 변모해 자유로운 남북 교류를 민간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정부는 사후 보고를 받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이제 그럴만한 때가 됐다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부총리님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관망하지만 말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희망을 끈을 다시 잡고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기회가 있으니 낙관을 가지고 2021년 남북협회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과 도 더 자유로운 남북 간 교류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겠습니다. 오늘 귀한 걸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