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당 대회, 
남북관계에 주는 함의는

전문가 특별좌담회
“조선노동당 제 8차 당 대회를 통해 본 
남북교류협력 추진방향”

현장을 담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지난 1월 13일 경축공연을 끝으로 북한의 제8차 당 대회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8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번 당 대회에서 북한은 지난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됐던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해 평가하고 또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국가 전반을 좌우하는 조선노동당의 인사와 조직 개편을 발표하는 등 여러 중대한 결정들이 많았다. 오늘 특별좌담회는 크게 정치 분야와 경제 분야로 나누어 제8차 당 대회의 중요 내용을 분석하고, 앞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시사점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북한 제8차 당 대회 관련 주요 일정
2021.1.5.(화) 개회사 (김정은 위원장)
집행부·서기부 선거 및 의정 승인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1일차)(김정은 위원장)
2021.1.6.(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2일차)(김정은 위원장)
2021.1.7.(목)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3일차)(김정은 위원장)
2021.1.8.(금)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토론
2021.1.9.(토)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토론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보고 및 결정서 채택
당 규약 개정 토의 및 결정서 채택
2021.1.10.(일)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당 대회 결정서 초안작성위원회 선거
제8기 1차 전원회의 개최
2021.1.11.(월) 부문별 협의회 진행
2021.1.12.(화)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정서 채택
폐회사 (당 총비서 김정은)
2021.1.14.(목) 열병식 개최
2021.1.17.(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 개최

*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

8차 당 대회에서 나타난 
정치 분야 주요 특징

#북한식 정풍운동(整風運動)1) 가능성 대두

이번 당 대회 준비과정에서 당 대회 대표자들이 보름 남짓 평양에 머무르며 단위별 토론 등 집단적 자기비판을 했는데, 주로 형식적 거수 역할만 한 이전 당 대회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이다. 이후 진행된 당 대회에서 당내 비판 및 학습 강화, 혁명적 규율 수립, 당 간부의 수준과 능력 제고 등 세부과업이 제시됐을 뿐 아니라, △3년 이상 당원 의무 불이행시 제명 조항 신설, △ 사업을 무책임하게 수행한 당 조직 및 기관 내 부서들에 대한 책벌 조항 보충 등이 당 규약에 들어갔다. 이를 보아 중국의 정풍운동과 유사하게 당 내부의 기강을 다잡는 운동이 북한 내부에서도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 정풍운동(整風運動)은 1940년대 중국공산당이 당 내의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펼친 정치활동으로, 마오쩌둥이 주창한 당원 쇄신운동이다.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재부상

당에 의한 국가지도 원칙을 고수하며 개정된 당 규약 서문 일부 내용이 기존의 ‘선군정치’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대체됐다. 이로써 김정은 위원장 통치의 지속성과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국가 운영이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당 중앙지도기관의 영도적 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 보충됐는데, 그중에서도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재변경한 것은 기존 정무국 제도하에서 여러 정치조직의 책임자가 위원장 형태로 호명됨에 따라 위원장 직위가 난립해 그 권위가 격하된 것에 따른 조치로도 해석된다. 즉, 김정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으로서 권위를 보장하기 위해 각급 당 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비서로 바꾼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김정은-리병철-조용원 3인의 역할 구조

이번 인선에서 눈에 띄는 점은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해 군사·군수산업 비서인 리병철과 조직비서인 조용원까지 3인이 노동당 권력 3대 기관인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비서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모두에서 인선됐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과 노동당의 향후 5년간 주력사업이 ① 북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첨단무기 개발, 쉽지 않은 대외환경 개선 전망 아래 ② 북한 체제를 지탱할 수 있도록 당원-당조직 개혁에 방점을 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당 전문부서인 조직지도부와 군정지도부, 규율조사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조용원 조직비서의 경우 그 지위가 급격히 상승했는데, 군정지도부와 규율조사부는 2019년, 2020년에 각각 신설된 조직으로서 당 및 사회 내 규율을 확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두 부서의 부장들이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정치국 구성원이 된 것으로 보아 앞으로 내부 규율과 통제에 더 집중할 것이며, 여기의 적임자로서 조용원 조직비서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위 하락의 의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부부장으로 직위가 하락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배제되면서 그 처우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여전히 8차 당 대회 집행부이자 주석단 성원이며, 당 대회 기간 중 부부장 명의로 우리 합참의 북한 열병식 관련 ‘예의 주시’ 언급에 대해 대남비난을 내놓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그 영향력은 건재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왜 표면적으로 지위가 하락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세 가지 가설, ① 내치의 난관 속 직계혈통인 김여정 보호, ② 비공개 조직에서 활동하도록 배치해 역량구축을 도모, ③ 당 원로층의 김여정 부부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설명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기동력을 갖춘 조직으로 정비

여러 대외여건의 악화 속 내치를 다잡기 위해 특히 기동력 있게 당 조직을 개편한 점이 눈에 띈다. 비서국의 경우 김정은 총비서를 보좌하며 신속하게 국정운영을 총괄하고자 핵심 정책 분야의 비서들을 중심으로 규모와 역할에 따라 하위에 1~3개 전문부서를 총괄 운영할 권한을 부여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경우 국방-안보-군수산업 핵심 간부들로 구성했으며 안건의 성격에 따라 회의성립 비율에 관계없이 필요 성원만 참가하면 소집할 수 있게 규정을 변경함으로써 긴박한 군사적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토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향상하여 당 수반, 즉 김정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정치국 회의를 사회할 수 있도록 내용을 부가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부담을 경감시키는 분야별 위임통치를 제도화한 것으로 보여진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인민제일주의정신의 강조

김정일 위원장 시대가 선군정치로 대표된다면, 이번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나온 평가나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이 초급 당에서부터 각 지방에 인원을 보내 의견을 모아 결정서가 채택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의 원칙을 초반부터 확인한 당 대회였다고 평가한다.

#대미협상에 대비한 군사분야 계획 발표

이번 8차 당 대회는 지난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됐던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새로운 경제전략의 등장이 그 핵심이 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오히려 군사 분야에서 더 주목할 만한 논의가 많았다고 본다. 대형 핵탄두 및 전술 핵무기 개발, 다탄두각개격파용 탄도미사일(MIRV), 핵잠수함 개발 계획 등이 언급됐는데, 그 중 MIRV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도 2015년경에 들어서야 실전에 배치했을 만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으로 북한이 실제 완성했다기보다는 그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통 이러한 고도의 군사무기나 기술은 완성단계에 들어서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마련인데 이례적으로 북한이 미리 공개한 것은 향후 대미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조건부 대외정책

대남정책에서 두드러진 점은 지금까지 북한이 먼저 움직였으나 남한의 태도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조건부 개선의향을 밝힌 것이다. 또한 미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했으나 동시에 ‘강대강 선대선(强對强 善對善)’ 정책을 취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음으로써 관계 개선의 공을 남한과 미국에 각각 던진 모양새다.

#무력통일로의 회귀인가,

국방력의 과시인가

통일과 관련해 색다른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 7차 당 대회에서는 통일을 위해서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다고 말했으나, 이번에는 ‘강력한 국방력을 토대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지 북한의 국방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지, 아니면 무력통일의 의지인지 해석이 분분하나 전체적 맥락에서는 자신들의 국방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8차 당 대회에서 나타난 
경제 분야 주요 특징

#경제를 대가로 하는 군사력 강화

이번 당 대회의 발표를 바탕으로 북한의 경제노선에 대해 2018년 제7기 3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발표됐던 경제집중총력 노선을 폐기하고 당시 종결했다고 선언했던 과거의 핵·경제병진노선으로 회귀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완전히 회귀한다기보다는 경제를 일부 희생하며 군사력 강화를 도모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

경제분야 발표를 보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수세적이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총비서로서 결론을 통해 화려한 수사보다는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 것이 더 큰 성과라고 자평했는데, 이는 표면적으로는 시간을 두고 내부 역량을 축적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버티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당 대회에서 발표된 경제분야 계획은 16년도 5개년 전략보다도 후퇴했고, 19년 말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보다도 내용면에서는 후퇴한 것이 많다.

#건설 부문에 대한 구체적 목표 제시

여러 분야의 과업 중 구체적 목표를 수치화해서 제시한 것이 총 세 부문인데, 그중 두 가지가 주택 공급과 시멘트(건재) 공급이다. 모두 건설과 관련된 분야다. 건설은 대북제재나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또한 국가적 재정보다 민간 자금을 동원해 경기 부양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맨 마지막에 제시된 것으로 봐선 북한 당국도 여기에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자력갱생보다 자급자족에 더 무게

지난 7차 당 대회에서 나온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연 평균 8%라는 고성장 목표를 제시했었는데, 이번 8차 당 대회에서 경제 목표 달성이 매우 미진했다는 이례적인 자평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성장률은 많이 낮춰졌으리라 생각된다. 성장목표가 있더라도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경제 체질 개선이나 경제 운영의 정상화 측면에서 논의됐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경제전략을 정비전략, 보강전략이라고 말하며 그 뒤에 자급자족과 자력갱생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북한이 선택한 경제를 정비, 보강하는 방식이 바로 자급자족과 자력갱생임을 알 수 있다. 7차 당 대회에는 ‘자립성, 주체성’ 정도로 표현됐는데 19년부터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이 세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자급자족에 더 무게가 실린 것 같다.

#외풍에 견딜 수 있는 경제

사업 총화보고에서 주된 타격 분야로 설정된 금속, 화학공업은 주제철과 주체화학공업의 강조로 나타났다. 어떤 조건과 환경속에서도 발전할 수 있는 기간공업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힘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권력을 장악한 뒤 2016년까지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되었는데, 외부 조건도 좋았으나 내부의 성장 매커니즘을 만들었다고 평가내리고 있었으리라 본다. 그런데 외부적 요인인 제재나 코로나19로 경제가 무너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며, 그 논리에 따라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구조를 갖추려는 열망이 강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된다.

#개별 경제주체의 자력갱생은

시장의 발전으로 귀결

특기할 만한 점은 시, 군 당 조직들이 자체 실정에 맞게 지방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개별 주체들에 대해 자력갱생을 요구한다면 결국 시장일 수밖에 없다. 시·군의 당 인민위원회가 자기 시·군 안 인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호주가 되어야 한다고 당 대회에서까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결과적으로 지방단위의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자급자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은 더욱 발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 대회 결론에서 국가의 통일적 지휘와 체계, 질서를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과거의 계획경제와는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중앙이 물자를 다 틀어쥐고 사전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계획’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형식의 계획경제는 전체 북한 경제의 절반도 안될 것이며, 핵심적 물자 몇 가지만 계획하여 분배하는 것에 불과하다.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기업소 지표, 농장 지표 등의 개념이 등장했는데 이는 개별 경제주체가 시장경제에서 활동하는 것을 국가계획 경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합법화시켜 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계획’은 사실상 시장을 내포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지금 북한 경제는 ‘완충기’

가설 차원이긴 하나 북한 경제 역사상 몇 번의 완충기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완충기는 통상적으로 5~7년 단위로 세워지는 장기 경제계획들 사이에 있는 기간으로, 가장 멀리는 제1차 5개년 계획과 제1차 7개년 사이 1960년대를 시작으로 가장 가깝게는 제3차 7개년 계획이 끝난 뒤인 1994~1996년을 비롯해1976~1977년, 1985~1986년 등이 있다. 북한도 스스로 완충기를 1985년 『경제사전』을 통해 “사회주의 건설에서 경제발전의 한 단계 과업이 끝났을 때 이미 달성한 성과를 공고히 하고 다음단계의 새로운 사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역량을 보충, 정비, 재편하는 준비시기”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통적 사회주의 경제의 역사에 대조해보면 북한의 이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경제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완충기적 성격을 가진다고 본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유연하게 대처

이번 북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불확실한 대외환경을 전제로 발표된 것이라고 본다. 즉, 북한이 취할 최소한의 방향성을 설정해놓고 현재와 같은 대외환경 악화가 지속되면 그대로 가고, 만일 환경이 개선된다면 이번에 설정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발목을 잡지 않게 하려고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것이다. 과학적 전략 수립, 목적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 등이 언급됐는데 모두 그럴듯한 수사로 사실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는, 상황변화를 염두에 두고 발표한 전략인 셈이다. 반드시 북한이 수세적으로 위축되어 과거로 후퇴한 전략을 내놓았다고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소재부문의 강조

대외경제 악화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가 바로 소재 부문이다. 그래서 이번 당 대회에서 화학과 금속분야에 대해 강조했다고 본다. 금속의 경우 북한은 선철을 수출하고 중국에서 강철과 강철제품을 수입해 설비투자에 사용해왔다. 그런데 대북제재로 인해 막히니까 제철로나 탄광 개보수 등 모든 상황에 애로가 발생한 것이다.

화학부문은 비록 경제제재의 직접적 영향은 받지 않았어도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봉쇄하며 중간재 수입이 막혔다. 그로 인해 그나마 살아나던 경공업 분야가 중간재가 없어서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화학소재의 공급을 늘리지 않고서는 대외경제 환경이 개선되기 전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우선적 분야로 이번에 제기된 것이며, 이는 지극히 북한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국가계획위원회의 지휘 역할 강화

예전 방식의 계획경제는 아니더라도 국가가 경제를 통일적으로 관장하고 성장을 주도하려는 의지는 국가계획위원회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시장을 억압하거나 분권화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경제 정상화를 추구하려는 것이 기본 입장이며, 이는 중앙정부에서 경제의 각 부문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기인하는 것 같다. 오랜 기간 당, 군, 특권분야의 경제행위가 국가경제 밖에서 일어나고 있어 국가의 관리하에 두기 어려웠는데, 이를 국가계획 안으로 포섭해 일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분석된다.

#계획 달성 가능성은 의문

5년마다 당 대회를 열고 경제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 경제에 대해 전망이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당 대회에서 나온 경제발전 계획의 상당 부분이 달성하기에 녹록지 않아 보인다. 금속이나 화학분야에 중앙 차원에서 재원을 집중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주택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유효 수요가 계속 줄고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평양에 1만 채씩 주택을 건설한다 한들 시장을 통해 판매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경제계획의 달성에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바다.

남북관계와 교류협력 전망

이제 남북관계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공을 우리에게 넘겼다고 평가하셨듯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왔고, 2019년에는 새해 발표를 통해 조건 없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하겠다고 했던 북한이 2021년 올해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조건부 관계 개선을 제안했다. 남한 책임론으로도 보였지만 한편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려면 북한 내부적으로도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보였다.

한편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당의 당면한 과업’ 중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이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기존 통일민주전선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즉, 기존 평화 공세를 통한 통일이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국가 대 국가로서, 우리 식 표현으로 하자면 ‘튼튼한 안보에 꽃피는 평화’와 같은 방식을 택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과연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남북관계와 교류협력의 시사점은 무엇인지 한 말씀씩 부탁드린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억제요인과 도발요인의 역학관계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① 중대한 기로, ②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③ 국방력 강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고 본다. 북한은 대미협상력을 높이면서 대남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극단적 도발까진 없으리라 보는데 대내적으로도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대미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국지적 도발은 가능할 것이다.

결국 대미협상력을 높이려는 측면에서 보면 도발 요인이, 대내 안정을 도모한다는 관점에서는 억제요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억제요인이 강해지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현상 유지는 가능하겠으나, 도발요인이 더 강해지면 2017년 수준의 군사적 긴장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전략적 접근으로 민간의

남북교류협력 추진해야

북한은 한국 정부가 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 정부를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디딤돌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마련에 남한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틀어주길 바라고 있다고 본다.

동시에 경제난과 민생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남한 정부가 통 큰 대북지원이나 경협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북제재에 일정 균열을 내주길 바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대표적 사업이 바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이다. 사회문화교류나 인도적 지원은 그래서 부수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 표면적으로는 소규모 민간 차원의 교류에 잘 응하지 않겠지만 비공식 라인은 네트워크 가동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해가려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현재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위축되어 있으므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백신 보급과 제재 완화라는 두 가지 변수

남북교류협력을 전망하려면 두 가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첫째는 백신의 보급이고, 두 번째는 대북제재 완화 여부다. 백신보급 관련, 집단면역이 생기려면 전 국민의 80% 가량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현재 우리 백신보급 일정을 보아 단기간엔 어려운 일이다. 중국 또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북한이 국경봉쇄를 풀고 교역재개, 더 나아가 관광재개까지 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올해 하반기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다른 변수인 대북제재는 완화되려면 북미대화 재개가 전제되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라인이 6월에서 8월 사이 완비될 것으로 보이며, 그 이후에도 제재를 완화하려면 북미간 상당한 협상 기간도 필요할 것이다. 이란핵합의가 13년 8월 본격 협상을 시작해서 15년에 타결되는데 약 1년 반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이란보다 더 강력한 핵무력을 가진 북한과의 합의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 가지 희망은 잠정합의만 이루어지면 부분적 제재완화도 고려한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므로 부분적으로나마 밑에서부터 위로(buttom-up) 방식 해결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라고 본다.

#한미군사훈련은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가 될 수 없을 것

올해 3월에 한미군사 합동훈련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는 최근 북한에서 개발하는 일련의 군사무기와도 관계가 있다. 사실 한미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혹은 연기, 취소한다고 해도 북한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지난해 8월 한미군사훈련을 축소 시행했는데, 북한은 여기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보단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특별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직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인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에 다 결정된 한미군사훈련을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요구와 관계없이 코로나19 상황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그 때문에라도 축소실시하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이 정말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응할 생각이 있었다면 한미군사훈련의 축소나 연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화 테이블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내치에 중점을 두고 대외 행보를 하는 데 소극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설령 한미군사훈련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딱히 호응을 불러일으킬 카드로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 남한의 첨단무기도입 문제, 대통령 사과 등 다음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더 크다.

#상황관리에 주력할 북한

예정된 정치 일정을 보면, 한국은 9월 11일 대선후보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이 시기에는 북한이 우리 대선 국면을 관망하기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냐에 따라 남한의 대북정책 기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지난 10여년 간 경험했으므로 특별히 도발적 태도를 보이진 않으리라 본다. 계속 비난은 하더라도 실제 물리적 충돌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북한도 결국 상황관리를 하겠다는 태도로, 안타깝지만 북미관계 개선이나 북미대화 전제 없이 남북관계만 단독으로 좋아질 모멘텀은 거의 없다고 본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인내를 가지고 시간을 축적해야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이번 당 대회는 크게 ‘실망스럽다’, ‘기대에 못 미치지만 해볼 만 하다’, ‘생각보다는 괜찮다’ 이렇게 세 반응으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기대에 못 미치지만 해볼 만 하다’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여지는 있다고 본다.

남북교류협력 차원에서 우리가 계속 제안해온 방역 및 인도주의 협력과 개별관광을 북한은 비본질적이라고 규정했는데, 비본질적이라고 북한이 공언한 영역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비롯한 여러 민간 차원의 사업영역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어차피 기본적으로 해야 할 임무들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의 정치 일정이 있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여전하므로 우리 정부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특히 방역 및 인도분야 협력이나 개별관광에 대해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 또한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언론 등 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하지 않을 순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로우키로 추진하면서 남북관계의 신뢰를 복원하는 매우 어려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축적해가는,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범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이 생각하는 본질적인 부분, 첨단장비 도입이나 한미군사합동훈련 같은 정치·군사적 부분, 더 나아가 종전선언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겠으나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해 주어진 과제를 남북협회를 비롯해 민간 차원에서 차근차근 추진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희망은 있다

이번 당 대회에서 군사력이 매우 강조됐지만 정작 무력 충돌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7차 당 대회에서는 평화를 원하나 남한이 시비를 걸어오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정도의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여전히 남북관계에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미국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 정치·외교적으로 압살하겠다고는 해도 군사적인 대응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평화 정착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 위협을 제압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내용은 어느 나라도 채택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

#북한의 새로운 계획을

우리의 구상과 적극적으로 연계

다만 앞으로 민족 간 특수관계의 측면보다는 국가 대 국가 관계에서 평화를 먼저 정착시키려는 생각을 북한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 정착을 강조한 부분은 우리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연계할 여지도 있다.

경제 부분은 북한의 이번 5개년 계획을 고려해서 남북 간 협력전략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지역 측면이 강조되어 산업 측면이 다소 약한 점이 없지 않다. 북한이 금속 및 화학 소재에 재정을 투입하면서 집중하여 육성해 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와 연계해 어떤 협력사업을 끌어낼 수 있을지 구체적 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한국판 뉴딜정책과 북한이 강조한 산업에 유사한 부분이 많다. 북한도 신재생에너지와 재자원화 기술 등을 중시하고 있고 이는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과 연계점이 많다. 수자(숫자)경제는 디지털뉴딜과 엮을 수 있다. 북한이 신경 쓰는 새로운 경제 분야에서 협력의 비전을 꾸준히 제시한다면 북한이 말하는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신속한 대응을 우리가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멈춰진 남북의 시간을 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최근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바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나름 교류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자 애쓰고 있어서, 올해에는 제한적 형태지만 민간급 차원의 교류협력이 재개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시간은 없고 상대방인 북한의 태도도 완강한, 여러모로 어려운 조건이지만 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주인이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인내와 끈기로 나아간다면 다시 한반도의 봄이 오리라고 믿으며 오늘 회의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