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립 시대의 한국 외교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바이든 행정부 대중(對中) 정책과 한반도 문제의 연관성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체로 트럼프 시대의 정책과 차별화가 현저하지만, 중국에 대한 정책만은 유사성이 더 눈에 띤다. 무역과 기술패권은 물론 가치와 인권, 항행의 자유, 대만, 홍콩, 위구르 문제에 이르기 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계속 각을 세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첫 통화에서부터 장장 2시간에 걸쳐 논란을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로서 향후 미중 관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과 대립은 냉전 시기 미소 대립처럼 우리 모두가 그 속에서 살며 적응해야하는 거시적 대외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 아시아 정책은 중국에 대한 대처에 초점을 맞추어 구축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와 북핵 문제, 남북 관계도 미중 대립 구도라는 큰 그림의 영향을 비켜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실추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복원을 위해 동맹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문제를 두고 동맹인 한국에게 공동보조를 주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바이든의 대중 외교 스타일이 트럼프의 스타일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전방위적으로 대결하기 보다는 협력과 경쟁과 대결을 배합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기후변화, 무역질서, 핵 비확산 등 이슈에 대해서는 상호 협조를 추구할 소지가 있다. 

비핵화를 둘러싼 미중의 입장 차이가 북한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

북핵은 대표적인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고 지역 평화에 대한 위협이므로 바이든 행정부로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자하는 이슈일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비확산 명분을 따르면서도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북한 편을 드는 어정쩡한 처신을 해 왔다. 두 마리 토끼를 쫒으려 한 셈인 데, 결과적으로 비핵화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사실 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북핵 문제에 더 책임 있게 처신해달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란 핵 협상에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6개국이 이란을 상대로 비핵화를 설득하고 압박한 것 같이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을 비롯한 5개국이 설득과 압박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미중 대결 구도가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중국이 기존의 셈법을 바꾸어 미국의 주문에 호응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하고 단계적인 접근을 하되, 가급적 의미 있는 비핵화를 앞당기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재를 중요한 협상 수단으로 간주하므로 이를 쉽게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협상 방식으로는 트럼프 시대의 정상 담판 식 보다 실무차원의 바텀업(Bottom-up)식 협상을 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중국이 기존 셈법을 바꾸지 않는 사정 하에서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에 호응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북한은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에 집착하고 있으므로, 정상 담판과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 식 점진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북한은 실무협상에 대해 회의적이고, 의미 있는 비핵화를 앞당기는 데에도 부정적이다.

더구나 북한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보아야한다. 도발을 하면 제재가 나오고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협상은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소지가 있다. 

미 대중・대북정책이 우리 정부에 던지는 과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대북정책은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남은 임기 중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고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유연한 접근을 고려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미국의 양승(諒承)을 받으려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 한국의 관점을 주입하려는 노력도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미국의 유연 반응을 주문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세심하게 운용하지 않으면 자칫 한미 마찰을 야기하여 실효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 문제,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동맹으로서의 공동보조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인 운신 공간에 소극적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추정컨대 교류협력, 제재완화, 종전선언과 관련된 한국의 독자 행보에 대해 바이든은 트럼프 보다 인내심이 적을 것이다. 바이든은 합리적이지만, 시진핑과의 통화에서 보듯이 할 말은 대놓고 하는 스타일이다.

이렇듯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래 전개되는 동북아와 한반도의 상황은 우리 외교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잘 해야 한반도 비핵 평화 관련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문제를 중심으로 아시아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로서 현 국면을 잘 타고 넘으려면 큰 구도인 미중 대결이라는 환경에 대처할 방도를 먼저 세워야한다. 이 부분에서 미국에게 설득력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그래야 큰 구도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의 호의를 얻을 수 있고, 또 그래야 작은 구도인 북핵 문제나 남북 관계에 대한 대미 설득 공간도 나온다. 

미중 대립의 폭풍 속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들

그런데 그 동안 우리의 역대 정부는 미중 대립이 심화되어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처 방안을 세우지 않고 지내 왔다. 미중 사이에서 사안 별로 대응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사안이 생길 때 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을 다투어 견인하려했고 한국은 점점 더 강한 견인력 앞에서 흔들렸다. 미국은 동맹인 한국의 처신에 불만을 키웠고, 중국은 한국을 지금보다 더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압력을 가중했다. 자칫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힘 앞에서 계속 휘둘리고 표류할 우려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빠져 나오려면, 동맹인 미국과 동반자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설 좌표와 나갈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각인시켜 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의 행보에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

우리의 좌표와 방향을 설정할 때 고려할 것은 첫째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동맹에 미치지 못하는 동반자라는 점이다. 둘째로는 가치 공유 측면에서 미국이 중국 보다 우리에게 크게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 100년간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난 역사적 경험을 했고, 그 기간 중에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치로 받아들여 정치・경제적으로 유사 이래 가장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 반면에 중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와 다른 대안을 선양하려하는 나라다. 우리가 중국에 가까운 좌표와 방향을 설정하면, 우리는 자주, 자유, 민주라는 가치를 타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미국에 좀 더 가까운 좌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 단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상호의존도가 깊은 중국과도 그리 멀지 않은 좌표와 방향을 잡아야한다.

예컨대 미국이 우리를 3시 방향으로 당기려고 하고 중국이 우리를 9시 방향으로 당기려한다면, 동맹인 미국에 가까운 1시 내지 1시 반 방향의 정책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을 선택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갈 방향을 선택하자는 말이다.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유사한 선택을 하고 있다. 호주는 2시 반, 일본은 2시, 인도는 12시 반 정도를 택하고 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나아갈 정책 방향을 정립하고 이에 입각하여 미국과 큰 구도에서의 협의를 안정시키면 나머지 문제를 풀어가는 일이 보다 용이할 것이다. 그런 좌표와 방향 하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 협력 영역을 확대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영역이 비핵화 문제다. 한반도 평화 안정도 좋은 영역이다. 한국이 이렇게 처신할 경우, 한중 관계도 처음에는 기대치를 조정하는 시련기가 불가피하겠으나, 일단 기대치가 조정되고 나면 관계는 지금보다 안정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미중 대결은 심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초점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한국의 좌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고,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한반도 비핵 평화 문제 협의를 진전시켜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가 미중 갈등의 신냉전 구도와 연계될 경우, 남한이 감당해야 할 한반도의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고 북한이 감내해야 할 어려움의 기간도 더욱 길어질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北삼중고 해결의 열쇠가 될 것

한편, 코로나와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와 함께 북한이 고려해야 할 것으로 한반도의 국제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되면서 남북 화해·협력을 남북 당사자가 풀지 못하고, 주변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구조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는 북한이 핵·ICBM·SLBM 개발을 미국 안보와 연계하면서 시작되었고 남한이 국제 공조를 저지하려 하면서 더욱 촉진되었다. 최근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미중 갈등의 신냉전 구도와 연계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7년‘중국 VS 북한 VS 남한-미국’의 3자 구도 하에서 비핵화 협상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미중 갈등과 한반도 문제의 연계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8~19년 5차례 북·중 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 정상회담 이후‘중국-북한 VS 미국-남한’ 양자 구도로 재편되어가면서 한반도 문제와 미중 갈등의 연계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한반도 문제가 미중 갈등의 신냉전 구도와 연계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더욱 장기화할 수밖에 없으며 남한이 감당해야 할 한반도의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고 북한이 감내해야 할 어려움의 기간도 더욱 길어질 것이다.

북한은 국제화된 한반도 문제를 국지화하는 방안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의 코로나 문제와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비핵화 협상을 가속화 할 필요가 있다.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은 남북협력에 대해 ‘인도적 지원과 보건협력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의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무역과 대외협력(해외 노동자 파견)에 이어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 보건 협력까지 중국에 의존할 경우, 북한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협력을 넘어 예속 수준으로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와 비핵화 문제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지금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경우, 북한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북한은 남북 협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며, 그 시작은 인도적 식량 지원과 보건협력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제화된 한반도 문제를 다시 남북문제로 되돌릴 수 있으며, 북한이 감내하고 있는 경제난과 비핵화 협상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물로 보는 미국 대북정책 전망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들어가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 달여가 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을 겪은 국제사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웠던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하여, 바이든 대통령 본인과 그가 임명한 주요 정책 담당자들은 미국의 외교 안보 방향에 대해 충분한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국제사회로의 복귀, 다자주의 외교 중시, 기후변화 협약 및 이란 핵협상 복원 등 주요 과제들을 이야기 한 바 있다. 그와 더불어 바이든 정부는 중국 문제를 외교 안보의 우선순위로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한반도와 관련한 문제를 다룰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아시아 지역 담당인사들이 주된 관심사이다. 이번 글에서는 바이든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 관련 담당 인사들의 면면을 간략히 살펴보고, 그들의 임명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들

트럼프 정부 출범 당시 우리가 당황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트럼프 정부에서 일하게 될 외교안보팀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에서부터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활동한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을 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오바마 정부 당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설계하였던 커트 캠벨(Kurt M. Campbell) 전 국부무 차관보를 신설된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 임명했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정부에서 아시아와 한국과 관련한 직책에 임명된 인사들을 살펴보면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아시아 정책을 담당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진에 한국관련 경험이 많고, 따라서 우리가 잘 아는 인사들을 기용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던 에드 케이건(Ed Kagan) 전 국무부 한국과장이 백악관 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에 발탁됐다. 케이건 국장은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내며 한반도 현안에 매우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향후 커트 캠벨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에게 직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 압박을 강하게 주장해온 로라 로젠버거(Laura Rosenberger) 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고문도 NSC의 중국담당 선임국장으로 임명됐다. 로젠버거 국장도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한국담당관과 NSC 한국·중국담당관을 지낸 인물이다.

토니 블링큰(Antony John Blinken) 국무장관, 웬디 셔먼(Wendy R. Sherman) 국무부 부장관, 그리고, 정 박(Jung H. Pak) 동아태 부차관보에 이르기 까지 국무부의 라인업은 정부간 그리고 민간 교류에서 우리와 수많은 의견 교환의 기회를 가졌던 인물들이다. 아직 국방부는 장관과 부장관을 제외하고 주요인선이 꾸려지지 않았으나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일라이 래트너(Ely Ratner)가 장관의 중국 정책 특별 보좌관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오바마 정부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안보부보좌관을 지낸 그는 앞으로 중국 TF를 이끌 것이라고 보도가 나왔는데, 그가 어떠한 정책을 펼치게 될지는 예측가능성이 높다. 

익숙한 얼굴들의 익숙한 대북정책?

바이든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직에 포진한 인사들이 우리에게 익숙하다는 것은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는 분명히 좋은 일이나, 그들의 정책이 과거 그들이 오바마 정부 시절에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각종 회의나 보고서등을 통해 밝힌 입장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요인들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었고, 또 그 반대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오바마 정부 이후 더 강해진 상황으로 유지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은 북한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트럼프 4년간 북한에 대한 정상회의 위주의 접근은 별다른 결실을 내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 해법을 강하게 비난하였다.

바이든 정부의 대한반도 전략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에 속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의 인식은 토론회 기간 김정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이든 당선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유동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특히, 블링큰의 2018년 뉴욕타임즈 칼럼과 인터뷰는 바이든 정부에서의 대북 접근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접근법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는가 하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대(對) 군축론적 접근

바이든의 대북한 정책은 아직까지 중국에 대한 인식처럼 문서로서 명확하게 정리된 형태는 없다. 민주당의 정강은 외교적인 해법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이야기 할 뿐 구체적인 대북 혹은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 그리고 바이든 정부 내에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군축적 입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졌던 트럼프 행정부나 공화당과는 다른 면이 일단 포착된다.

블링큰이 인터뷰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게리 세모어(Gary Samore)와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을 포함하여 군축론적 관점에서 점진적인 해법을 주장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들의 주장은 트럼프 정부, 혹은 국제사회가 추진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북한이 이미 생산해 놓은 핵무기와 핵물질까지 폐기하는 최종상태에 대한 협상)가 북한의 거부로 합의하기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 북한은 그 시간동안 더욱 많은 핵물질을 생산하게 될 것이고 핵 능력은 고도화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계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인 북한의 핵능력 동결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들의 의견은 타당한 점이 있고,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이 군축론적 관점의 한계를 주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현 상황이 이란과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블링큰이 ‘이란 핵합의를 북한 비핵화 협상의 모델로 삼을 수 있다’라고 말한 점을 들어 소위 ‘스몰딜’을 지향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북한과 달리 핵실험을 했거나, 핵물질을 이미 생산을 해 놓았거나, 핵무기를 생산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란과 국제사회의 합의가 ‘스몰딜’이라고 정의하기가 곤란하다. 이란의 핵개발 상황을 보면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스몰딜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협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와 이미 생산해 놓은 핵물질을 논외로 한 채 미래의 핵 생산능력만을 대상으로 하는 군축론적 관점에서의 협상, 즉 북한 핵능력 중 일부만을 제한하는 스몰딜은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렇게 합의의 결과가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은 미국 정치 상황에서 실제 타결시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둘째, 마찬가지 이유에서 북한이 최종상태에 대한 합의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최종상태에 대한 합의 없이 중간지점을 목표로 하는 합의를 진행하게 될 경우, 중간지점 이후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어렵게 된다. 군축론적 관점에서는 일단 비핵화의 일부라도 진행하게 되면 관성에 따라 계속하여 비핵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주장하나, 이는 북한이 이미 생산해 놓은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한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셋째, 이론적으로 군축론적 관점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합의되기 어렵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동결을 조건으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이다. 군축론을 주장하는 학자들 중에서는 동결의 대가로 한미훈련의 중단을 교환하는, 소위 동결 대 동결 (freeze for freeze)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미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군사 훈련의 중단을 선언한 바 있어 이는 더 이상 북한에게 유효한 제안이 되기 어렵다. 더욱이 군축론을 주장하는 학자 및 전문가들도 현 시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받아줄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동결이 최종 목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진짜 최종 목표인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는 제재의 상당 부분을 계속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경제적 계산을 바꾸려는 제재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북한에 소득이 발생하는, 소위 소득발생 부분에 대한 제재(money generating sanctions)는 완화해 줄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군축론을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검증가능한 동결의 대가는 북한이 돈을 사용해야 하는 제제(money spending sanctions), 즉 사치품 수입 금지라든지, 정제유 수입 제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 내지 해제해 주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이나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후퇴할 경우라면 이러한 협상안에 대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있겠으나, 현 시점에서 그 정도의 대가로 북한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론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게 될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그러나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이 2018년에 쓴 칼럼을 스몰딜에 방점을 둔다는 측면에서 해석하기 보다는 그가 왜 그 시점에 그러한 글을 썼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볼 때, 그의 2018년 글, 즉 ‘군축 접근법’을 강조한 이유는 그가 이야기 한 것처럼 ‘무제한적이고 침투적인(indefinite, and intrusive)’인 검증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블링큰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검증 과정 없는 비핵화에 동의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검증 과정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와 더불어 긴 협상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북한과의 정상간 직접 협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접근은 그것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한미 간 인식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 협상에 나설지, 2018년 초처럼 북한이 우리와 직접 소통할지에 따라 우리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얼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