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의 현주소와
남북교류협력의 방향성 모색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북한 경제의 3중고로 인한 어려움

북한경제 상황이 어렵다. 북한경제에 대해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심지어는 무덤 속에 들어가 있던 붕괴론까지 다시 꺼내드는 사람조차 나오고 있다. 반면 아직 위기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더욱이 '제 2의 고난의 행군'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어려움의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북한 스스로도 현재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지나간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2016~20년)에 대해 평가하면서 "5개년전략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5년 전 7차 당대회에서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며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할 때의 분위기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 위원장은 목표 미달의 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즉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감행한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지난해에 발생한 세계적인 보건위기의 장기화," △"해마다 들이닥친 혹심한 자연재해"였다. 즉 대북제재, 코로나 19, 수해로서 우리가 현재 북한경제의 어려움의 최대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3중고이다. 외부세계의 인식과 북한 스스로의 인식이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북·중 무역

무엇보다도 코로나 19에 따른 국경봉쇄조치로 지난해부터 북중무역이 큰 폭으로 줄었다. 북중무역은 지난해 1,2월에 급감한 뒤 3~6월에는 다소 회복되었으나 7~9월에는 다시 격감했고, 급기야 지난해 10월부터는 지금까지 6개월 넘게 아예 중단된 상태이다. 이는 코로나에 대한 북한의 방역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위기가 시작되자 지난해 1월말, 코로나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과 연결되는 모든 문을 닫으면서 빗장을 꽁꽁 걸어 잠궜다. 그러다가 3월부터 6월까지 방역체계를 약간 완화해 방역·경제 병행 모드로 갔고, 이에 따라 국경차단 상태도 약간 완화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7월부터 코로나의 재확산 위기감이 고조되어 최대비상방역체제로 전환했고, 이에 따라 국경차단도 다시 강화하였으며, 나아가 10월부터는 국경을 완전 봉쇄해 대외무역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북중무역은 지난해 한 해 동안 5억 3,906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80.7%의 감소율을 나타냈다(중국해관통계). 이 중 북한의 대중 수출은 4,800만 달러로 전년대비 77.7% 감소했고, 대중 수입은 4억 9,106만 달러로 전년대비 80.9%의 감소를 나타냈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 1~2월의 북중무역은 327만 달러로 전년대비 98.4%라는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의 대중수입 추세이다. 북한의 대중수출은 2017년부터 본격화된 고강도 대북 제재의 직격탄을 맞아 2017년에는 전년대비 32.1%, 2018년에는 87.6%라는 놀라운 감소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북한의 대중수입은 2017년에는 오히려 전년대비 17.6% 증가했고, 2018년에는 33.4% 감소했으며, 2019년에는 다시 16.1%의 증가세를 기록해 외부세계의 관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처럼 고강도 제재국면에서도 소폭 감소에 그쳤던 북한의 대중수입이 코로나 19에 따른 국경봉쇄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수입의 규모로 따지면 2016년에 28억 달러 정도 하던 것이 2020년에는 약 5억 달러 수준으로 격감한 것이다.

북한경제회복 선순환 구조의
손상 요인

사실 코로나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코로나가 한국경제, 나아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생각해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한국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방역체계가 취약한 상태에서 지난해 1월말부터 전격적으로 취해져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국경봉쇄 자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고강도 제재 국면이라는 조건하에서 국경봉쇄 조치가 취해진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즉 제재의 충격이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추가적 충격을 주면서 충격 자체가 증폭· 확산된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의 발생으로 인해, 더욱이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북한의 국가운영의 우선순위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경제보다 방역을 우선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의 국내 유입 및 확산을 막기 위해 일종의 셀프 국경봉쇄를 실시해 왔다. 더욱이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철저하게 더욱이 장기간, 그것도 극단적인 국경봉쇄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구조적 문제로서, 기존의 경제 회복 메커니즘의 작동 불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경제의 3중고는 엄밀히 따지면, 현재의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핵심적인 ‘외부 요인’ 3가지이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구조적 문제로서, 기존의 경제 회복 메커니즘의 작동 불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경제는 1990년대 초 경제난 발생 이후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제재 직전의 2016년까지, 짧게 보아서는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5년간 상대적 회복세를 보여 왔고, 여기에는 일종의 경제성장의 3대축이 작용했다. 즉 △시장화의 진전, △북중무역 확대, △대중 중간재·자본재 수입 확대 및 시장화 진전을 배경으로 한 국영 제조업의 부분적 회복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성장의 3대 동력이 무너지면서 경제회복의 선순환적 구조가 크게 손상되었다.

사실 이러한 3중고는 북한정부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국내 경제의 작동 구조에 장애를 초래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5년)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현 단계에서 당의 경제전략의 목적"으로서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 세우는 것"을 설정하고 이를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에 따르면 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부터 북한은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6년 3.9% 성장에서 2017년 △3.5%, 2018년 △4.1% 성장을 나타냈다. 그러다가 2019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4%를 보였다. 하지만 2020년에는 2017, 2018년보다 더 큰 폭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로운 국가경제5개년 계획
성공 가능한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도 수세적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2월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올해의 목표를 약간 상향조정했지만 전반적으로 목표는 다소 낮은 수준으로 설정했고,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키워드는 정비전략, 보강전략, 자력갱생, 자급자족으로 정해졌다.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재의 대북제재를 상수로 놓고 일종의 최소 목표치 계획을 수립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목표 달성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올해는 코로나가 종식될 수 있는지 여부, 종식된다고 해도 언제 종식될 것이냐 하는 것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경제를 옥죄고 있는 국경봉쇄가 언제 어느 정도로 완화· 해제될 것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경봉쇄가 완화ㆍ해제된다고 하면 대중무역,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일부 필수 원부자재 및 소비재의 수입이 재개되면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물론 무역이 재개된다고 해도 제재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간재· 자본재 수입, 더욱이 대부분의 수출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

북한경제의 회복에는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지원, 협력의 정도도 중요한 변수이다. 이와 관련, 올 4월경부터는 현재의 극단적인 국경봉쇄조치를 다소 완화해 부분적으로 북중무역을 재개하려는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갈등 속에서 양국관계 강화를 강조한 구두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을 북한 매체가 지난 3월 23일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이 구두친서에서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해 주목을 받았다. 이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 어느 정도 규모일 것이냐 하는 문제도 주요한 변수이다. 전통적으로 보면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은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은 북한정부의 고민으로 남는다.

인도적지원, 보건의료협력을 통한
남북 당사자간 문제 해결 모색

현재 봄날과 같았던 2018년의 남북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남북간에는 북풍한설만 몰아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남한에 대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미국 눈치 보느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게는 남북관계 복원, 나아가 한반도평화를 위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적 지원과 보건의료협력이다. 현재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의 하나인 코로나에 대한 북한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대북 협력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보건의료협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즉 △코로나에 대한 대응 및 초국경적 방역협력이 전 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이에 따라 보건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대북 제재의 예외를 허용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에 주목해 북한과의 새로운 협력 공간 창출 가능성에 노력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미중 갈등 격화 국면에서 북중간 밀착은 종전보다 심화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양국간 구두친서가 단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은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럽다.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 때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관한 북한 내부문건에 북한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의존을 줄이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기했을 정도이다. 남북한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