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결과와 향후 남북관계 전망


천해성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
(통일부 前차관)

(출처 : 청와대)

바이든 정부와
첫 한미정상회담 개최 의의

지난 5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 방문이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정상회담 과정을 통해 한미 양 정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편안한 모습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랄프 퍼켓 예비역대령의 명예 훈장 수여식에 함께 참여하고 이어 단독 회담 및 오찬, 소인수 및 확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등의 일정을 함께 하였다.

한미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 한미 파트너쉽 설명서(Factsheet)라는 공식 문건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기존 군사안보 위주의 동맹에서 반도체, 배터리로 상징되는 첨단기술과 경제, 코로나19 백신 등 보건의료,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협력하는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동맹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중 하나는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두 정상 간에 깊은 신뢰관계를 쌓은 것이 아닌가 싶다. 백악관에서 여러 일정을 진행하는 모습에서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환대와 성의, 그리고 기자회견과정에서 보여준 양 정상의 케미와 신뢰는 앞으로 한미 간 여러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인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다. 그 결과 2017년의 위기 국면을 극적으로 전환시켜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반도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 교착상태에 놓여 있으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고, 미중간 전략적 갈등이 격화되는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였다 한편 북한은 1월초 8차 당대회를 열고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표방하는 가운데 대외정책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의 합의 내용과 성과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은 회담이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우선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포괄적인 동맹 발전 방향을 제시하면서 여러 구체적 내용에 합의하였다.

먼저, 그동안 멈춰 섰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한미 공동의 목표로 명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외교와 대화의 출발점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으로 명기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기존의 남북간, 그리고 북미간 합의를 토대로 하여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표명 역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조치로 공동기자회견중 성김 대사를 미국의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사실을 밝힌 것은 북한에 대해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를 제안하는 실질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지침을 종료한 것은 방위비 협정 타결과 함께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 실질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미사일주권 확보를 통해 자주국방의 큰 획을 그은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발사체를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려 보낼 수 있게 되어 명실 공히 우주산업 발전의 토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주산업의 발전은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 첨단 미래 산업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미간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도 매우 의미있는 성과이다. 당면한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첨단의료 및 보건 분야에서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생산능력과 미국의 첨단 기술력이 합쳐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 강화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하여 글로벌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고, 부품, 소재산업 분야의 중소, 중견기업들이 함께 진출하게 되면 한국 경제의 한 차원 높은 도약과 우리 국민의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출처:청와대)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의 과제

이제 이러한 정상회담의 결과를 얼마나 구체적 성과로 만들 수 있는지가 숙제로 남아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과 관련 북한의 반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거듭 강조하면서, “공은 북한코트에 있다”면서 북한의 호응과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를 강조하였다.

북한은 한동안 직접적인 반응 없이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5.31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첫 반응으로 <조선중앙통신> 개인명의 논평을 통해 미사일지침 해제 조치를 “미국의 고의적 적대행위”라고 하면서 “실용적 접근법, 최대유연성 등 대북정책 기조들이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고, 동시에 우리측에 대해서도 비속어를 쓰며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첫 반응으로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아직 북한의 공식반응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외매체를 통한 개인 논평 형식으로 나름대로 발표의 형식과 내용을 조절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북한의 공식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북한이 명시적으로 요구해 온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는 않았다. 향후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협의가 진행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속조치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한미 당국의 노력에 대해 이제 북한도 상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제는 지난 2년간의 교착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첫 발을 떼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한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우리와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좋은 계기가 마련되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단순히 대화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사 파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단절된 남북 당국간 연락 채널을 복원하고 남북관계를 다시 정상화시켜야 한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여건과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연합군사훈련의 조정 또는 조건부 중단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지원,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 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협력 역시 추진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빠른 백신접종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위기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우리나 국제사회와는 달리 북한은 여전히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미, 대남 접촉과 교류에 안심하고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이 더욱 시급하게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과 함께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정책 관련 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형성하는 노력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의 성과를 알리고 초당적 대응을 위해 청와대에서도 여야 대표를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관부처, 관계 기관에서도 이를 계기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관계나 통일문제 등에 대해 비교적 관심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 2030 세대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포함한 민간기관과 단체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