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 전망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국내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취할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다. 특히, 북한 정권과 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의 회담 자체를 매우 비판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자체에 대해 회의적 태도로 임할 것을 우려했다. 이러한 한국의 우려는 2+2 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미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다시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넣으면서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에게는 다행히도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뒤 다시 ‘한반도의 비핵화’를 사용 하였고,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포함한 과거의 협상에 바탕을 둔 대북 외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의 원칙과 방향은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공은 북한에 넘어가있다’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이 협상에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표현할 뿐, 국내에서 바라는 어떠한 선제적 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본 글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그에 따른 북미 관계를 전망해보기로 한다.

북한 문제를 정치적 성공의 기회로 보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관심을 보이고 양자간 동맹 문제를 거래의 관점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 성공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접근이나 다른 문제보다 우선순위가 높다고 보는 접근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와 북한과의 협상 과정을 돌아본 결과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바이든 정부로 하여금 북한과의 협상이 성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할 수 밖에 없도록 했을 수 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현저히 바뀌지 않는 이상 현재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전임 행정부보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정부 시기와 어떤 면에서 차이를 보일 것인가?

세부적으로는 바이든 정부는 협상의 목적지, 북한과의 협상 방법, 그리고 인권문제 측면에서 전임 행정부와 차별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먼저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될 경우 미국이 그 협상의 목표를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최종적인 북한 비핵화 목표에 양자가 합의한 후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식과 그러한 최종상태에 북한이 동의할 가능성이 없으니 위협감소 (threat reduction) 혹은 위험감소 (risk reduction)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단계적 협상의 방식을 놓고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현 단계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므로 동결이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를 종합해보면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되 단계적 합의를 추진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가 정치적으로 최종 목표로서의 한반도 비핵화, 다시 말해 기존의 핵과 핵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하는 것을 가지고 가되, 그 입구 단계에서 동결을 우선적으로 합의하는 정책은 추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은 북한이 동결의 대가로 요구할 제재 완화를 현 시점에서는 받아줄 수 없을 것이므로 이러한 합의가 가능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 북한은 2019년 10월 스톡홀름 협상 이후 계속해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접근법을 바꿔야지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으므로, 지난 4월 말 보도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장으로 나오게 할 정도의 유인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협상 방법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탑다운(top-down)방식보다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전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중심의 하향식 접근법을 추진했다면, 현 정부는 실무협상 중심의 상향식 접근법을 취할 개연성이 높다. 물론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비핵화 협상의 최종 결정권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는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사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정상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우선 실무협상을 통한 합의 도출을 원칙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의 알래스카 회담에서, 그리고 다른 국가정상과의 회담에서 계속하여 중국의 신장과 홍콩 등에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간다는 가정을 하였을 때, 트럼프 정부 당시처럼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핵문제만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관용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 제재에 대한 주요한 비판 중 하나가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계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에만 고통을 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같은 부분을 비본질적 영역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그리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비핵화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을지는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한미정상의 공동선언문을 보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기는 했으나, 그 수위는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인권 문제를 어느 정도 미국이 대북 협상에서 거론하게 될지 더욱 관심이 가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공개된 대북 정책에 있어 바이든 정부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오지 않는 이상 선제적으로 문턱을 낮춰가면서 협상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표방하면서도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라는 블링컨 장관의 인터뷰처럼 북한이 협상에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변수는 우리 정부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맹과의 결속을 강조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정치적 시간을 북한과의 협상에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이후 어떤 대북 정책을 써야할지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아는 북한은 역시 내년 초까지는 기다리면서 협상을 위한 준비를 하고자 할 수 있다. 2021년 하반기에 대북 정책의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과 남북관계 방향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 청와대

2018-19년 한반도 정상외교 : 절반의 성공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발점으로 남북미 간 한반도 정상외교가 본격화되었다. 2019년 6월 말까지 남북 정상회담 3회, 북미 정상회담 2회, 그리고 판문점 남북미 정상간 회동이 성사되었다. 같은 기간 북중 정상회담 5회와 북러 정상회담 1회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은 재개되지 않고 있으며,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이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도출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1시간 이상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성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대남, 대미공세로 전환했으며 특히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갔다. 금년 3월에는 김여정 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대남 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 국제관광국의 폐지를 언급한 바 있다.

반면 그동안 성과도 적지 않았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은둔에서 벗어나 국제무대에 데뷔했으며,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또한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핵심에 해당하는 영변핵시설의 영구폐기 의사를 2018년 9월 평양 남북공동선언에 명문화했으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직접 제의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영변핵시설은 농축, 재처리, 삼중수소 등 3대 핵물질 생산시설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과 11월의 화성 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북한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남북한 간 체결된 9.19 군사분야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GP 철수 등 일부 사항은 이미 실행에 옮겨졌다. 남북관계 교착국면에도 불구하고 남북 군사분야합의는 전반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실패가 아닌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과
'북한판 전략적 인내'

금년 4월 30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북정책 재검토 종료를 공식화했으며,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해 북미 비핵화협상 준비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정부는 새 대북정책을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둔 ‘조정된 실용적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이라고 밝혔으며, 트럼프 정부의 일괄타결식 접근과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TV토론에서 북한이 핵능력을 축소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했으며, 금년 4월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도 ‘전부 혹은 전무식’의 접근을 지양하고 문제해결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빅딜이 아닌 스몰딜, 그리고 일괄타결이 아닌 북한 핵능력의 단계적 축소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복합성과 장기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북한의 입장과도 일정정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새로운 길과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미국과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략적 도발은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대한 담화도 절제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은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 종료인가’라는 글을 게재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등 한미 공동선언의 민감한 내용이 아닌 미사일지침 종료에 국한된 반응이었으며, 무엇보다 개인필명의 글이라는 점에서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월 15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대남, 대미 비난없이 대화와 대결 모두에 대한 준비와 아울러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언급했다.

현 상황은 ‘북한판 전략적 인내’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대미관계에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공언한 상태이며, 이는 북한이 미국의 반응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먼저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며, 선의의 대화에는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로 북한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자인했을 만큼 북한 내부의 사정은 어렵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없이는 북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과 자력갱생만으로 중장기적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김 위원장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코리아 이니셔티브
(Korea Initiative)' 구현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안정화시키고 핵능력 축소를 통해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싶어하며, 북한 역시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의 관철을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주의권 해체 이후 북한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시기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10여년 간이다. 이 기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이 본격화되었으며, 남북경협이 활발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경제에 남북경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증거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상황악화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양측 모두 먼저 양보를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접촉을 제의하며 공이 북한측에 넘어갔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북한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한국은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다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구현에 나설 때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관여와 남북협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발전을 동시에 견인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북핵 문제의 장기성과 복합성을 고려해 우선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그리고 행동 대 행동원칙에 입각한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비핵화의 불가역적 입구를 형성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제안했던 영변핵시설 폐기와 아울러 추가적으로 모든 핵프로그램을 동결(freezing)할 경우 바이든 정부가 지향하는 핵 능력 축소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대북 적대시 정책 종식을 상징하는 종전선언 또는 연락사무소 설치와 아울러 대북제재의 일부해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남북 간 합의사항인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사업의 재개, 그리고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상응조치로 고려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도 가능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도 시급성을 인정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개해야하며, 코로나19,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의료협력과 식량지원 등 인도협력을 본격화함으로써 남북의 신뢰를 고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공개·비공개 접촉과 아울러 고위급 대북특사 파견이 검토 될 필요가 있으며, 추가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현 정권의 임기 말이라는 한계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도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