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이하여 ‘내친소’에서 만나볼 네 번째 기관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아래 ‘사업회’)입니다. 남북 공동의 겨레말을 편찬하여 민족어 보존과 발전에 힘쓰는 사업회는 단순한 어휘의 통합을 넘어 민족문화 공동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며 통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업회의 윤석정 부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한글날을 맞이하여 겨레말을 위해 일하는 사업회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업회와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에 대해 소개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업회 기획홍보부 윤석정 부장입니다. 2004년 3월 15일 중국 연길에서 남측의 통일맞이(당시 사무처장 정도상)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당시 사무소장 리창덕)가 ‘남북공동 《겨레말큰사전》 편찬의향서’를 쓰면서 남북 공동 편찬사업(아래 ‘편찬사업’)의 대장정이 시작됐습니다. 2006년 편찬사업을 전담하기 위한 기구로 사업회가 출범하여, 민족의 언어유산을 집대성하고 남북의 언어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편찬사업 관련 모든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남측편찬위원회 운영 △남북공동편찬회의(아래 ‘공동회의’) 운영 △《겨레말큰사전》 발간 및 개정·증보 △남북 및 해외에서 사용하는 우리말의 조사·채집·연구·보존·전산화 △편찬사업 성과를 활용한 홍보와 간행물 제작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
[출처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공동으로 편찬하기로 합의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입니다. 우리 민족은 세종의 한글 창제 이래 단 한 번도 남북 공동의 국어사전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분단 이후 남측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북측은 《조선말대사전》을 각각 펴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이 함께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을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라고 했습니다. 편찬사업은 남과 북으로 갈라진 겨레말뿐만 아니라 해외 지역에 흩어져 있는 겨레말을 한데 모으고, 남북이 함께 사전 편찬 역량을 총체적으로 집약해 추진하고 있는 범국가적 사업입니다.

남북의 언어 차이 떄문에 편찬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언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편찬 추진 과정이나 절차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남북한의 언어 차이는 오랜 분단과 어문규범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지역마다 다른 우리의 언어(지역어)들도 자주 접하지 못하면 뜻을 알 수 없는 낯선 말이 되지 않습니까? 특히 새로 생긴 말, 언어 순화(말다듬기) 정책 등도 남북의 언어 차이를 더 크게 만듭니다. 그러니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북의 말은 날이 갈수록 우리에게 더 생경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편찬사업의 모든 과정은 남북의 공동 작업, 공동 심의, 합의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것은 남북 언어의 통합을 지향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05년 12월 금강산에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아래 ‘공동편찬위원회’)를 결성하면서 남과 북은 각각 편찬위원회를 두고 사전 편찬작업을 추진해왔으며, 공동편찬위원회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과정에서 제기된 주요한 안건을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동안 사업회는 서울, 평양, 개성, 베이징, 대련 등지에서 25차례 공동회의를 진행했으며, 공동편찬위원회는 사전에 등재할 올림말(표제어), 사전 원고 집필지침, 사전에 적용할 어문규범 등을 합의했습니다. 남북의 사전 편찬원들은 공동편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들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올림말 30만 7천 개를 분담해 집필했습니다. 남북이 분담 집필한 원고는 여러 차례의 교차 검토 과정을 거친 다음, 공동회의에서 남북 편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총 12만 5천 개의 원고를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개성에서 제13차 공동편찬회의
[출처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편찬사업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나요? 언제쯤 우리 국민들이 사전을 직접 만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듯 사전의 올림말 수는 30만 7천 개입니다. 남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의 《조선말대사전》에 실린 어휘 가운데 1900년 이후 쓰인 23만 개 기존어휘와 남북이 각종 문헌이나 남북 지역어 및 중국, 중앙아시아 등 해외 지역어를 직접 조사하고 채집한 7만 7천 개 새어휘를 합한 수가 올림말로 선정됐습니다. 지금까지 남북은 올림말 30만 7천 개 원고를 집필했고 그중 12만 5천 개 원고를 합의했습니다. 또한 사전의 자모 배열순서 및 이름, 맞춤법,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문장부호 등을 남과 북이 합의했는데 어문규범 중 두음법칙, 사이시옷,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등은 여전히 합의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사업회는 하루빨리 《겨레말큰사전》이 완간되어 국민들에게 사전을 보여드리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전이 완성될 날조차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함께 편찬하기로 약속한 사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16년간 남북이 함께 준비한 편찬사업을 응원해주시고 사전 완간을 기다려주신다면 멋진 결실을 만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북측 협의용 겨레말큰사전
[출처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편찬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남북 공동사업은 우리의 내부보다 외부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남북 공동사업의 핵심은 북이 호응을 해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2016년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공동회의를 개최하지 못했습니다. 편찬사업은 남북이 각각 분담한 원고 작업의 결과물을 협의하고 사전에 반영해야 하는데 남과 북이 만나지 못하면 서로의 작업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무척 답답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회는 공동회의 재개를 제안하는 서신을 꾸준히 보내며, 지난 3월에 북측 협의용 《겨레말큰사전》 가제본을 제작했습니다. 가제본은 30만 7천 개 올림말을 수록한 10권(1질) 약 1만 8천 쪽 분량으로 다시 공동회의가 열리면 이 가제본을 바탕으로 미합의 원고, 어문규범 등 남아 있는 과제를 해결할 예정입니다. 그 후 합의된 원고를 교열하고 교정하면 《겨레말큰사전》을 완간할 수 있습니다.

사업회가 편찬사업 외에도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알려주세요.

아직 《겨레말큰사전》이 세상에 나오지 않아 사업회는 편찬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많은 국민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업회는 초·중·고 교과서 24종에 편찬사업이 수록돼 청소년 평화·통일 교육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남북의 생활용어 자료를 바탕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남북 생활용어』, 『남북한 어린이 말모이』 등 도서를 출간과 함께 남북 생활용어들은 도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어플 ‘남녘말 북녘말’과 홈페이지 웹서비스(dic.gyeoremal.or.kr)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시민청에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을 설치했고 이어 온라인 3D 홍보관(www.gyeoremal.or.kr/WebGL)을 제작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020년 2월 말부터 임시휴관을 했다가 아쉽게도 지난 9월 8일에 철거했습니다. 또한 겨레말TV(유튜브), 웹진, 소식지, 카드뉴스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해 편찬사업을 널리 알리고 국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노력하며, 특히 유네스코와 함께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국제학술포럼은 편찬사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토착어 보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토착어 10년(2022-2023)’에도 동참한다는 데 의의가 있답니다. 올해 2월 제1회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했고, 오는 11월 25일과 26일 온·오프라인으로 제2회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합니다.

국제학술포럼 [출처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편찬사업과 다양한 활동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계획과 사업 방향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업회는 종이사전 완간을 준비하고 사전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남북 간 대화를 시도하고 성사하는 일이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종이사전을 완간한 이후에는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접속하고 열람할 수 있는 ‘전자 겨레말큰사전’을 구축하고 남북의 전문 분야를 통합시키고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남북 전문용어 사전’ 편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 합의 사업인 만큼 향후 북측편찬위원회와 협의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저희 사업회의 활동과 편찬사업에 더 많은 관심과 따뜻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겨레말큰사전 홍보관
[출처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