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남북교류협력
평가와 과제
교류협력 대전환의 새해 기대하며
IBK기업은행 부행장·경제연구소장 조봉현
2021년, 남북교류협력 평가
올해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코로나로 시작하여 코로나로 끝나는 2021년이 될듯하다. 코로나 팬데믹 늪에 빠져 우리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취약 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With-코로나, 즉, 일상으로 회복하는 길을 걷고 있지만, 코로나 19는 돌파변이로 인해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남북관계를 살펴봐도, 코로나 팬데믹처럼 어려운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특히 교류협력과 남북경협에서는 여전히 차가운 국면이 지속됐다. 남북회담의 경우만 하더라도 열리지 않은 가장 긴 시간이었다. 2018년 36차례 남북회담이 개최 됐지만, 2019~2021년 남북 회담이 아예 한 번도 열리지 안했다. 남북간 회담 없이 이렇게 장시간 흘러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21년 남북교역 시계도 사실상 멈춘 채로 한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다시 불어오도록 인내심을 갖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 신년인사회에서 "여건이 허용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신년사 및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북미 및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으며,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하며,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9.21)에서는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각국 정상 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남북이 다시금 대화 채널이 복원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올 7월에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 남북한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되었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바로 이어서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잠정 보류되었던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승인을 재개할 것”이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이 연이어 승인됐다.
올 8월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우리 정부의 일관된 대북 메시지로 큰 고비 없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분단 극복을 통한 대륙연결, 보건 방역 등 동아시아 생명공동체, 한반도 평화를 공고화하는 제도화 등을 언급하며 평화번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2021년은 지자체 대북교류의 새로운 전환기를 이루는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는데 의미 또한 크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남북협력사업의 주체로 명시된 데 이어 지난 9월 통일부 규정 개정으로 별도의 신청 없이 지자체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일괄 지정됨에 따라 보다 능동적인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려운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작은 진전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2022년에는 남북 교류 및 경제협력이 재개되고, 진전되는 대전환의 길을 열어 가야 할 것이다.
대북재제 국면에서 대규모 경제협력 추진은 어렵지만, 북한 민생 목적의 작은 교류협력은 가능하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대외 신뢰를 회복하게 되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등 중단된 경제협력의 문이 열릴 수 있는 희망도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북한은 교류협력의 장으로 나올까?
그런데, 우리의 의도대로 북한은 과연 대화 및 교류협력의 장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2022년에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2월), 한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5월), 미국의 내년도 11월 중간선거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내년 상반기가 대외관계 개선의 적기로 판단 할 것이다.
비핵화를 비롯한 정치 군사적 개선 여건이 어느 정도 진전된다면 북한은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나설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으로서는 경제난을 해결할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2017년부터 강화된 대북제재와 2020년 이후 코로나 국경봉쇄로 북한 경제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20년에 마이너스 4.5%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올해도 최소한 마이너스 5%를 넘어서면서 경제는 더 악화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97년(-6.5%) 이래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이다. 대북제재 영향에다 코로나 상황으로 국경 봉쇄는 계속 이어졌으며, 기상재해로 인한 곡물생산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성장률(%)>
자료 : 한국은행
북한의 대외무역 동향을 보면, 지난해 8.6억 달러로 2019년(32.5억달러) 비해 무려 73.4%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와서도 대외무역 악화는 여전하다.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2021. 1~9월 북중무역은 1억 8,500만달러로, 작년 동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북중 접경 지역 중심으로 교류 재개 준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최악의 북한 경제사정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북한의 對중국 무역 추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떠한가. 만성적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고, 특히 올해는 작년 수해의 여파가 이어지는 데다 추수철 직전에 강풍과 폭우 등 기상 악재가 겹쳐 농업 생산량이 크게 줄어 들었다. 비료 및 농자재 부족과 외부 지원이 막힌 상황은 여전하다. 북한이 얼마 전 유엔에 제출한 VNR, 즉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수치도 적시됐다. 2018년 곡물생산량이 495만톤으로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고, 작년에도 552만톤에 그쳤다고 밝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올해 110만t의 곡물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20만 5천 톤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결국 86만 톤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6월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언급했고 식량난과 관련해 "살얼음 걷는 심정이고,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에서 의욕을 갖고 2016년부터 추진해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로 끝나면서 2021년부터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을 내세웠다. 또다시 경제발전 전략을 실패를 끝낼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 생활 개선을 비롯한 경제성과를 보여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022년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어려운 주민 생활 경제를 어느 정도 개선하면서 경제 회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 경제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도 대외 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라도 이끌어 내야하고, 남북교류협력에서도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향후 대북전략은?
우리는 어떻게 대북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까.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지적‧대응하되, 또 한편으로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긴밀하게 공조하여 북한을 대화 및 교류협력의 길로 나설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 주민의 생명과 안전 관련을 인도적 차원의 대북 교류협력 사업은 지속 추진돼야 한다. 우리는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북한 주민 3000만명 분량의 미국산 코로나 백신 공급 계획과 주민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규모 식량 지원 계획도 수립해서 북한과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비공개로 진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백신 및 식량 공급뿐 아니라 보관, 수송 등의 지원 프로그램도 동반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북한 민생 목적의 개발협력 사업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유엔에 보고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이행을 위한 남북 및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좋은 모멘텀이 될 것이다. 2022년에는 종전 선언으로 평화협정이 구체화되고, 남북교류협력으로 한반도 大전환의 시기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2021년 대북인도지원·남북
민간교류 현황 및 평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이주성
대북지원 활동가가 북한에 방문하지 못한 2021년
올해도 작년에 이어 북한을 방문한 대북지원 현장 활동가가 한 명도 없는 해로 기록될 것이 자명하다. 북한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국경을 봉쇄한 조치의 결과다. 하지만 국경 봉쇄조치가 아니었어도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의 방북 가능성은 희박했다. 작년 8월, 김정은 위원장은 수해복구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개최된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에서 "세계적인 악성비루스(코로나19) 전파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큰물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면서도 외부의 도움을 단호히 거부하고 자력갱생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부터 현재까지 남한 정부와 민간단체와의 관계 정상화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의 장기화가 이를 더욱 고착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올해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은 2016년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제지표들이 악화되었고, 연이은 수해 등의 자연재해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엄혹한 상황에 직면했다. 북한의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대외무역은 80% 이상 감소했고, 식량 등을 비롯한 ‘인민경제’도 실패했음을 스스로 자인할 만큼 고난의 행군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 지난 7월 30일 한국은행은 북한의 2020년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고 추정, 2020년은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1997년의 6.6% 감소에 이어 큰 폭으로 역성장
북한의 식량 사정 악화
혹자는 이를 근거로 제 2의 '고난의 행군'을 우려하기도 한다. 식량문제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기구(WFP)에서 지난 7월에 발간한 ‘긴급 식량 불안정 조기경보 : 2021년 8월~11월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연간 곡물 부족량이 86만 톤에 달하며, 이는 북한이 2~3개월 동안 소비하는 양이라고 추산했다. 이 보고서는 식량난의 주요 원인으로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에 의한 외부의 인도적 접근 제한과 무역 차질을 꼽았다.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는 유엔 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상황보고서’에서 식량 접근이 보장되지 않은 가장 취약한 아동과 노인들은 기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며, 유엔 안보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포함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북 제재 해제의 검토를 권고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및 대북지원 평가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상생의 기반을 조성할 절호의 기회를 상실했다.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8천만 겨레 앞에 약속한 한반도 평화와 상생은 공허한 메아리로 허공을 맴돌 위기에 처했다. 임기 말기에 종전선언의 불씨를 살리려 국제사회를 오가며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늦은 감이 있어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한반도 전쟁의 위기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성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이후 대북인도적 지원 등 남북교류협력은 멈춰선 상태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합의 불이행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부족한 것에 기인한다. 함부로 약속해서도 안되지만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민간의 경험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합의의 선의와 이행의지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가 녹록치 않다는 전제로 선의와 더불어 냉철함과 주도면밀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관협력의 틀 안에서 남북교류협력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문재인 정부는 정부주도의 교류협력을 우선했다. 관주도의 사업 구상은 민간의 동력을 상실케 했다. 남북관계가 부침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민간 채널은 교류협력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남북 간 대화의 메신저 역할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21년 대북지원단체의 현실과 노력
2021년은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인류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며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위해 노력해왔던 대북인도지원단체는 두 손 놓고 지켜만 봐야하는 현실 앞에 무기력했다. 한반도 내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남북교류협력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대북지원단체들은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개선과 남북협력 정상화를 위한 환경 조성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북한 백신지원을 위한 이해와 협력을 촉구하는 옹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국경이 없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남한도 안전하지 않다. ‘한반도 위드코로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반도 위드코로나를 선언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북한에 충분한 양의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
2022년 대북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역할
2022년을 준비하는 대북인도지원 민간단체는 과거 협력의 경험에 매몰되지 않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한 협력, 감염병 대응 등에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 대북협력의 현장에 청년세대를 비롯하여 다양한 계층과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도록 하고 다자간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민관협력을 제도화하고 민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여 지속적인 남북협력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 간 교류협력이 한반도 평화의 핵심이며 해법이라는 지난 시기의 교훈에 기반하여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