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남북관계 전망은?

우리협회는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남북관계 분야 저명 인사들을 모시고 신년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본 행사는 지난 2021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올해 전망에 대한 고견을 듣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우리협회 강영식 회장을 좌장으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이기범회장과 시민평화포럼 이승환 대표(前, 민주평통 사무처장),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부총장을 모셨습니다. 올해 남북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러 가보실까요?

신년 좌담회에 참석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북 교류협력 분야의 대표적 인사 세 분을 모시고 남북관계에 대한 작년 평가 및 올해 전망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2021년 남북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양문수 부총장님부터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2021년은 남북대화 자체가 없었던 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화 제안과 함께 임기 전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북한 당국은 내부 문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이 2년 동안 지속되면서 국경 봉쇄를 통한 외부 세계와의 차단으로 대외관계에 적극적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21년에는 남북 통신선 복원이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영향에서 독립적이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인센티브 없는 대화 제안이 문제해결을 위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미국, 북한간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힘들어 교류협력이 어려웠지만, 추가적인 북한의 핵실험과 큰 군사적 충돌이 없었기 때문에 안정적 상황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지난해 남북관계는 평가할 만한 내용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장기 단절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북한 내부의 사정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북한은 외부물자 반입 금지를 포함한 완전 봉쇄로 코로나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하노이 회담 실패로 외부 지원이 어려워지자 자력갱생 및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상황은 경제에 대한 내각 통제 강화 및 당 간부들의 사상통제 등 하노이 노딜로 인한 내부 불안을 정비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내부 정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제한적 개방의 움직임은 다시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그간 북한이 내부정비와 자력갱생에 힘을 써왔기 때문에 한국의 백신 지원 등 인도협력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어느 정도 내부 정비가 진전되었다는 판단을 내고 있어, 코로나 상황이 개선된다면 남북관계도 좋아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2020년과 2021년을 함께 두고 본다면, ’21년에는 남북을 비롯해서 주변국이 대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아 북한과 주변국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종전선언’이 가지는 그 의미에 대한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화두 자체가 대화의 지렛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2021년은 김정은 취임 10주년과 바이든 정부의 취임 첫 해이며, 2022년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관련 국가들이 대화를 진전시켜보려 하였으나, 결정적 조치의 부재로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2021년 평가에 대해서 잘 들었습니다. 세 분에게 각각 부가적인 질문을 하나씩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양문수 부총장님 2021년 평가에서 ‘상황 관리’ 가 잘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현재 우리와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소위 선결과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남·북·미 간의 입장을 좁히기 위한 핵심적 과제가 무엇일까요?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 북핵문제는 미중관계, 코로나, 미국 내 중산층 복원 문제 등과 비교하여 우선순위가 낮으며, 추가 제재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북한 역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2022년에도 변화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간극은 시간이 누구의 편인지를 해석하는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은 제재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북한의 고통이 더 커질 것이고 따라서 북한이 타협적 태도로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반면에, 북한은 제재만 버티면 핵과 미사일 능력의 향상으로 자신들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해야만 인식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협상의 여지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당장은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승환 대표님은 올 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리라 말씀해주셨습니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가지 부정적 요인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전망이 좋지 않아보여서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 것입니다.(웃음)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 미중전략경쟁이 계속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코로나19와 함께 한반도의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또 전작권 반환과 연계된 한미군사훈련이나 군비증강 움직임 등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2022년 3월의 대선과 여름의 한미군사훈련이 남북관계의 중요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다만 지난해 남북교류가 제로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북한 내부 원인이 큽니다. 북한이 내부정비에 주력하면서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 차원의 인도협력도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남북관계에 공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나 종전선언을 통해 안보 변수를 최소화하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재 문제는 스냅백 조건을 적극 활용하여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기범 회장님께서는 2021년 민간교류가 전혀 진행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현 남북관계 상황에서 어떤 것을 중점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북교류 관련 통계는 협회가 제일 잘 아시겠지만, 수치를 보면 2018년 왕래를 통해 방북 및 물품반출입이 증가한 것 빼고는 거의 최저 수준입니다. 북한이 국내, 국제 관계를 조정하는 것처럼 남한과 개발협력을 조정하는 시기로 보입니다. 남한과는 정치, 군사, 문화 등 대등한 교류를 하고 개발협력과 인도지원은 다른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이원화된 구조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이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부침을 겪으면서 최저점을 찍었을 때, 당국이 먼저 나서면 민간이 따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민간이 관계 전환의 주체인적도 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음성적이지는 않지만 공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교류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바라볼지 등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한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도 북한은 봉쇄로 코로나를 막고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상황에서 교류가 시작되었을 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북민협에서 미국 국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나요? 또한, 일각에서는 민간단체가 북한에는 관대하고 한국정부에게는 엄격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역할도 민간의 역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 국무장관에게는 한국대사관을 통해서 북한에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아직 답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북한에 태도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방어적 태도로 나오는 것을 바꾸어야 하는데, 국제사회도 함께해야 합니다. 대북제재를 계속 강화하기만 하고 풀고자 하는 노력이 없습니다. 대북제재가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목적이 되는 현 상황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전환에 노력하고자 합니다.

양문수 부총장님, 문재인 정부에서 종전선언을 임기 내에 진행하겠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좋은 결과를 위해 정상회담 등 실질적으로 진행해야하는 것이 있을까요?

현재 한국은 3월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 요인 때문에 대북정책을 우선순위로 두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종전 선언에 대해 여야의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국내적 합의를 모으는 동력이 떨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미국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내어 미국을 설득해 나가며, 국내에서는 우호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022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를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 유지와 역진(逆進)의 방지입니다. 대북정책의 진폭을 줄이려면, 국민의 마음을 모아 나가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요구와 우려를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충분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사회적 대화 노력은 그 지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새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그간의 노력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나야 할 것입니다.

2022년 협회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서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남북협회는 항상 남북관계의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가정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남북보건협력, ASF와 구제역 등 공동방역 문제, 기후변화 및 산림협력 등은 북한이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한 것과 상관없이 적극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남북관계 단절이 민간의 교류를 기형화시키는 상황일수록, 교류에 대한 민간의 자체 모니터링 등 교류협력 주체로서의 책임성을 높여야 하며, 거기에 남북협회가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 대한 한반도적 대응을 위해 협회가 민간, 정부와 함께 공동의 대응태세와 지침을 만드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보수, 진보, 종교단체가 함께 만든 통일협약과 같은 활동을 지속해나가며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국회를 활용한 남북교류의 제도화 노력을 병행했으면 합니다.

우선, 인도개발과 남북경협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이 남북협회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의 협력, 민간과 지자체 간 협동 등 다양한 주체들이 북한에서 사업할 수 있는 여러 모델들을 제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산림협력에서는 향후 가능성 있는 모델의 유형을 정리해서 민간이 어떤 부분에서 협력할 수 있는지를 공유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협회에서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서 정부에 전달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부차원의 협의를 통해 유엔으로부터 직접 제재 면제 승인 권한을 가져오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제재가 미치는 영향을 환기시키는 협회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는 남북교류에서 거버넌스 구축을 어떻게 할지 협회 중심으로 논의의 장이 열렸으면 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협회가 정부와 민간의 가교역할을 해야 합니다. 과거 남북경협을 했던 분들, 향후 남북경협을 할 잠재력이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모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남북관계를 돌파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장을 열어 주고, 그들의 존재를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 주는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바쁜 세분을 한자리에 모시고 너무 짧게 부분적 영역에서만 의견을 여쯥게 돼서 죄송합니다. 오랫동안 중단되어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간 교류협력이 올 해에는 이른시일내에 재개 될 수 있도록 세 분 모두 더욱 힘을 쏟아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협회도 주어진 과제들을 잘 챙기면서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