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선에서 차기 정부에게 기대하는 MZ세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현재 일선에서 통일·북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MZ세대는 차기 정부에 어떤 의견을 전달하고 싶을까요? 실무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통일·북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청년사업가, 사회문화교류, 인도지원, 남북경협, 역사문화교류 분야까지 5명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파우스튜디오 김예림 대표

이념과 사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의 통로가 열리길

저는 남과 북이 하나 된 온전한 한반도 지도와 국적과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진 장면들을 시각적인 작업물로 디자인하는 사업을 5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통일이라는 주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제가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던 계기는, 북에서 온 또래와 친구가 되면서부터 입니다. 이전에는 그저 통일이라는 주제가 정치적인 문제에 불과했지만, 그 친구를 통해 통일·북한·평화 문제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내 친구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불안정한 취업 현실과 진로에 대한 고민, 경제적 독립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찬 이 시대 청년들에게는 통일·북한·평화 라는 단어가 당연히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직접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고 경험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차기 정부에서 다뤄지는 통일·북한·평화 문제들은 조금 더 인간적이며,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경험하는 형태가 되길,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만나고 교제하며 통일·북한·평화 라는 딱딱한 단어를 벗어나, 내 친구의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이를 위해서, 현재 남한에 온 북한출신 친구들이 적극 참여하며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통해 이념과 사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의 장이 열려 MZ세대가 흥미를 갖고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 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릴 날을 기대합니다.

더불어 북에서 온 이들에게 금전적인 차원으로 지원하는 ‘단순 지원’을 멈추고, 그들의 마음과 정서를 헤아리고 공감하는 사업이 다채롭게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설 수 있게, 그들을 아끼는 친구된 마음으로, 가까운 이웃의 마음으로 돕는 차기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홍보팀 김태우 과장

직접 보고 느끼고 만나는
통일교육을 추진해야

11년만의 만남이었습니다. 2018년 11월 금강산에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가 열렸습니다. 첫 직장인 민화협에 입사한지 반년도 되지 않아 방문한 금강산은, 북한학을 전공한 제겐 학생 때 경험하지 못한 현장실습이자 고된 업무를 극복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20대 청년이 주축이 된 민화협 1020통일공감기자단 10명도 함께 방북했는데, 지금도 모였다하면 금강산을 회상하곤 합니다. 버스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때 긴장되면서도 차창 너머 단풍이 든 금강산을 보고 설레던 순간 그리고 북측 인사와 안부를 묻고 함께 삼일포를 거닐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7년 학창시절 금강산관광을 다녀온 친구는 “금강산에 다시 오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네”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다시 얼어붙은 한반도이지만 그 청년들은 금강산에서의 추억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2030을 일컫는 MZ세대는 남북교류 현장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2010년 5·24조치로 교류가 단절된 이후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한반도 평화의 순간을 잠깐 체험했습니다. 오히려 단절된 시기 남북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어 북한과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갔습니다. 그때 우리 정부는 통일교육을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확대·강조했지만, 교실에서 글과 사진영상 자료로 보는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차기 정부는 미래세대가 한반도 평화의 현장을 체험하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 교류를 재개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간접적으로나마 그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접경지역 답사, VR 북한 유적지 탐방, 예술작품을 매개로 한 북한 문화 체험 등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미래세대에게 최소한 분단 현실과 평화 현장을 체험하며 자신만의 ‘통일’을 그려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경험이 최고의 가르침”이란 옛말처럼.

(사)평화삼천 대북사업팀
신상선 팀장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공동체로 가길

<긴긴밤>이라는 책에는 코끼리들과 함께 살게 된 코뿔소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 때문에 슬퍼하는 코뿔소 ‘노든’에게 지혜로운 할머니 코끼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남북 민간교류가 활발하던 2000년대 초,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과 그 뜻에 동참하는 시민들 역시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다름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식량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를 돕는 것, 자연재해나 폭발사고 등의 재난 상황에 처한 이웃의 회복을 돕는 일, 남과 북을 오가고 만나며 함께 잘 사는 법을 고민하는 것은 ‘순리’라 부르듯 당연한 일이었으니까요. 민간은 이러한 바탕을 가지고 남북관계의 부침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인도지원과 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 주도 하에 진행되던 현 정부의 남북관계는 결국 완전한 단절상태가 되었습니다. 정치·군사와 관계없이 이어져오던 민간 교류도 완전히 끊어지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지혜를 나눌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은 생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합니다. 서로의 약함을 보완하며 함께 걸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순리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름을 공존으로 만들어가는 지혜를 민간과 함께 고민하고,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진심을 다하여 북과 국제사회를 설득해나가는 차기 정부가 되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현대아산 남주성 매니저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그러나 가장 필요한 3통 문제

대북 업무를 해봤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항상 “3통(①통행, ②통신, ③통관)”이라는 3가지 애로사항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이 또한 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북 업무를 진행할 때 가장 아쉬운 것은 돌발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해 담당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내일 당장 북한을 방문해야 하는데, 복잡한 통행 절차와 승인 시스템으로 인해 즉각적인 대처가 불가능합니다.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에 대한 간략한 출입 시스템 구축을 통한 상시통행과 탄력적인 출입경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통신문제입니다. 남측에서는 현장 사진과 업무 관련 내용을 공유할 때,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신속한 업무와 소통이 가능하지만 북한에서 업무를 할 때는 팩스나 이동식 디스크를 통해 인편으로 전달을 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효율적인 업무 진행과 소통을 위한 자유로운 통신 시스템 체계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은 간소화된 통관입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물자가 이동하는 경우 일반 해외로 수출입을 할 때보다 더욱 엄격한 보고와 승인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북한으로 물자 반출입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 준비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장에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있어도 여러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에 물자를 공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북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해당 “3통(通)”의 내용이 보안과 안전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지만, 효율적인 대북 업무를 위해서는 위 3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보라 연구원

과거를 살펴 신중한 정책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를 바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떤 정책을 펼치게 될지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관심을 가집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기대했던 것만큼 정부의 정책이 진행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관심이 점점 없어지기도 하며, 그 정책에 대해 반발하거나 의문을 계속 가지게 됩니다. 또한, 모든 사람을 만족하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서는 교류협력을 원하거나 도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더 깊이 다뤄주기를 원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현재 북한과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여러 남북협력사업들이 중단된 상태에다가 전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로 몇 년째 북한으로 통하는 길은 막혀있습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들어서게 될 새 정부는 시작부터 악조건이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다른 측면으로는 우려 속에서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남과 북은 단절되었던 시간보다 긴 시간을 함께해왔습니다. 역사·문학·예술·체육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협력,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과 북은 함께했고 그 경험은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펼쳐질 많은 정책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계승되는 형태로 많은 경험이 기억 속에 사장되는 형식을 피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단절되었다가 다시 시작되는 일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것이 있겠지만 이전에 이루어진 여러 경험을 토대로 시행착오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하며 신중한 행보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