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남북경제교류협력을 위한 제안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조동호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라는 학문이 있다. 심리학 분야이지만, 인접한 심리학과는 사뭇 다르다. 명칭부터 차이가 있다. 예컨대, 발달심리학은 발달을, 교육심리학은 교육을 심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은 진화를 연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심리를 진화의 시각에서 연구한다. 우리의 몸이 진화해 왔듯, 마음도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뱀을 예로 들어보자. 인류의 조상들이 뱀을 보고 할 수 있었던 행동은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뱀을 보고 군침을 흘렸을 수도 있었고, 길을 막는 뱀을 보고 화를 내며 싸울 수도 있었다. 뱀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올 수도 있었고, 동정심을 느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조상들은 도망가는 행동을 택했다. 그것이 종족 보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뱀에 대한 공포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적 적응이 되었다.

이처럼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마음이 특정 외부 자극이나 정보를 왜 그런 식으로 처리하도록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500만년이라는 인류의 진화 기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농업은 12월 31일 오전 6시에 시작했다. 산업혁명은 고작 밤 11시 40분에 시작했다. 인류는 1년 중 마지막 365일째 새벽까지도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 조상들이 그 시절부터 다듬어 온 적응기제들의 집합이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직면했던 문제들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방식이 마음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인의 두개골 안에는 석기시대의 마음이 들어있다.” ‘평판’도 마찬가지다. 수백만 년 전,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사냥에 나섰던 우리 조상 갑과 을이 있었다고 하자. 운 좋게 갑이 큰 사슴을 잡았다. 을은 허탕만 쳤다. 갑이 먹고 남은 고기를 을에게 준다고 해서 자신에게 손해는 아니다. 냉장고도 없었고, 어차피 썩어서 버릴 것이었다. 하지만 을에겐 굶어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은혜였다. 다른 날, 운명이 반대가 되었을 때, 을이 갑에게 고기를 주지 않는다면 갑은 다시는 그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을은 그 일대에 사기꾼으로 소문이 날 것이다. 사람들은 그와 관계를 가지지 않기 위해 그를 기억하려 애쓸 것이다. 인류의 초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나를 이용하기만 한 사람을 멀리하려는 심리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져 왔다. 나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보다는 피해를 준 사람들의 얼굴을 더 잘 기억하도록 우리의 마음은 진화되어 온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정말 사기꾼의 얼굴이 더 잘 기억되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가 있다. 참여자들에게 36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었다. 각각의 사진에는 간단한 설명이 달려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A는 음식점 주인이다. 수시로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B는 정원사다. 장미꽃 가꾸기를 좋아한다.” “C는 중고차 딜러다. 종종 문제가 많은 낡은 차를 새 차로 속여서 판다.” 일주일 후, 참여자들에게 지난 주에 보여준 36장의 얼굴 사진과 새로운 얼굴 사진 36장을 섞어서 보여주고선, 지난 주에 본 사진을 선택하라고 기습적으로 과제를 냈다. 참여자들은 사기꾼이라는 설명이 달렸던 사람들의 얼굴을 더 잘 기억했다. 예상대로였다. 이 실험은 ‘평판’도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진화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그만큼 뿌리 깊고, 중요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 약속 파기, 억지, 무성의를 더 잘 기억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남북경제교류협력에 대한 많은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남북경제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제안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북한의 ‘평판’과 관련한 제안은 드물었다. 1988년 ‘7·7 선언’ 이후 지난 35년 동안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경제교류협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근본 이유는 북한의 지극히 낮은 평판 때문이다. 투자환경이 열악한데도 이를 개선하려는 북한당국의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가격도 제멋대로 올렸다. 임금직불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자의적으로 노동자 공급을 조절했다. 계약서에 문서화한 내용도 무시되기 일쑤였다. 북한과의 사업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므로 남북경제교류협력의 지속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북한에게 평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평판과 관련해서 유의해야 할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평판은 남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지 실제 내가 그 특질을 가졌는지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늘 자신들에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고 가르쳐야 한다. 둘째, 나에게 도움을 돌려받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보거나 전해 들은 제삼자를 통해서도 평판은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 경제교류를 하는 주체들의 수를 늘리는 것이 남북경제교류협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개방의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북한과 외부와의 접촉면이 늘어날수록 평판에 대한 북한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의 행태에 관한 정보와 경험을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리는 작업도 중요하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래서 3대 전략 목표의 첫 번째로 남북교류협력 추진기반의 유지·강화를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업 내용을 보면, 직접 당사자에 대한 사업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이 아쉽다. 네트워크는 국내에 머물고 있고, 업무협약 기관도 국내뿐이다. 이젠 시각이 북한으로, 그리고 국제로 뻗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남북경제교류협력의 지속성을 높이는 길일뿐만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설립 목적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일 것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한반도기후공동협력체계
구축필요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충국

전세계 최대의 이슈는 기후변화

한반도는 기후변화의 중심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무분별하게 사용된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 온도상승을 야기했고, 이러한 지구온난화현상은 전 지구적 기상이변 현상과 함께 2100년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위기를 초래하였다.

실제로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온도는 0.85℃상승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동기간 동안 지구 평균 대비 2배 높은 1.7℃, 서울의 경우 약 3배 높은 2.4℃가 상승하였다. 다시 말해 지구평균 기온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기후위기국임에 틀림없다.

이에 전 세계 197개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공조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2021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파리협정체계를 시작하였다. 이에 파리협정에 동참한 193개 국가는 2030년까지의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해야하며, 2050년 즈음을 기점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수행해야한다. 

우리나라는 세계8위의 이산화탄소배출국가

약 2.9억톤의 감축목표 중
해외감축 33.5백만톤 목표수립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우리정부는 작년 12월 UN에 2030년까지 약 연간 2.9억 톤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배출량대비 40%)를 제출하였다. 2.9억 톤은 우리나라 전체 화력발전소를 1년 내내 단 1초도 가동하지 않았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양으로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다만 감축목표를 국내에서 모두 달성할 수 없기에 이 중 33.5백만 톤은 해외에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하였다.

금년 3월 시행되는 탄소중립기본법에서도 국제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내용을 포함하였으며, 현재 국무조정실 총괄로 해외감축목표 달성 계획을 수립 중이다. 우선적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전통적 협력국 1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간 감축협정을 체결하려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등 다양한 부분의 감축투자 협력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민간에서도 쿡스토브 사업 등 연간 수백억 원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기후변화 피해가속화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원요청 요구

북한이 UN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 약 1.9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였지만 이후 자연재해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2000년대 들어 약 66% 감소한 7천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또한 2007년대 이후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과 홍수 등 1,752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였으며, 14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되는 등 기후변화 피해가 가속화 되었다고 한다. 이에 북한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기후변화협약을 비준하는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협약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은 파리협정을 비준하고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하였다. 북한이 UN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보면 무조건적으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16.4%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과 함께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을 경우에는 최대 36%를 감축하겠다는 이원화된 이행목표를 제출하였다. 이를 통해서 북한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무조건 기여 : 2030년까지 BAU 시나리오 대비 16.4% 감축

조건부 기여 : 2030년까지 BAU 시나리오 대비 36% 감축

북한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달성을 위하여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현대화, 수력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제품 보급확대, 바이오가스 생산 및 이용, 대중교통 확대 및 향상, 임농복합경영 등을 핵심적인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NEEDS를 기반한
협력확대 추진필요

북한이 UN에 제출한 보고서 중 국제사회에 대한 요청사항을 살펴보면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역량강화와 재정지원 부문으로 구분하여 각각 세부적 사항을 요청하고 있다.

ㆍ북한의 역량강화 요청

기관역량

① 기관 설립 요청

- 국가기후변화센터(National Climate Change Center)의 설립지원 요청

② 조직 및 시스템 구축 요청

- 환경민족조정위원회(NCCE), 기후변화사무국, 온실가스 인벤토리 및 데이터 관리 기관,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관계 기관

조직역량

① 정책 개발

- 북한 법, 규정, 지침 등에서 기후변화 부문 강화 및 국가 기후변화 정책 개발 요청

- 온실가스 인벤토리 전략 개발

- 국가 기후변화 적응계획 수립

② 프로그램 개발

- CDM 전략 프로그램 및 실행계획 개발

- 기후정보 서비스 및 기상 관측망 개선

- 대중 인식 프로그램 개발

개인역량

① 전문인력 양성

- 북한 제3차 보고서 작성 전문가

- 국제기구와의 소통 전문가

- CDM 사업 전문가

- 기후 변화 적응 전문가

- 역량강화 시스템 개발 및 이행 전문가

ㆍ북한의 재정지원 요청

종합부문

① 국가기후변화센터 설립

- 북한의 '국가기후변화센터'는 국내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역활 및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추정

- '국가기후변화센터'는 북한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온실가스 감축기술 연구 등의 역활을 수행하는 국책연구소 특징을 가질 것으로 전망

온실가스 인벤토리

① 인벤토리 전략 수립

- 북한은 인벤토리 구축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것으로 추정

② 제3차 보고서 준비

- 제3차 보고서 작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전문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

온실가스 감축

① CDM 사업활동 촉진

-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및 인증 실적의 판매로 인한 수익을 얻기 위함

② 에너지효율 표준 및 인증제도 수립

- 국내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또는 '최적효율기준' 등

③ 기후변화 기술 및 역량강화

역량강화부문에는 국가기후변화센터 설립지원과 온실가스 인벤토리 및 감축사업프로그램 등의 전문가양성을 위한 역량강화를 요청하고 있으며, 재정지원으로는 에너지효율 인증제도지원, 인벤토리 구축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4가지 분야로 구분하고 22개의 사업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하였으며, 총 22건의 사업 시행에 약 139.45백만 달러 수준의 비용이 소요됨을 제시하고 있다. 

분류 사업명

Cross-
cutting

1.국가기후변화센터 설립 및 역량강화

온실가스
인벤토리

2. 온실가스 인벤토리 전략의 수립 및 역량강화

3. 북한 제3차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준비

온실가스
감축

4. 북한지역 CDM 사업활동의 촉진

5. 에너지합리화센터의 역량강화

6. 청정생산 및 에너지 효율 향상

7. 북한 에너지효율 표준 및 인증제도 수립

8. 북한 기후변화 기술요구 평가

9. 청천강 소수력 발전사업

10. CFs/LEDs에 의한 백열등의 대체

11. 지속가능 산림경령 역량 강화

12. 지자체 고형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 연로, 비료의 생산

13. 고형폐기물의 통합관리 역량강화

기후변화
적응

14. 북한 기후정보서비스의 개선

15. 북한 기상관측망의 개선

16. 대동강 유역 통합 수자원관리를 위한 역량 강화

17. 주거지역의 벌채관리 및 산림황폐화 회복

18. 해안지역 통합관리 역량강화

19. 기후변화 관련 선진 농업기술의 보급 및 개발의 촉진

20. 기후변화에 의한 산림 병충해 관리 및 통합 산림 병충해 관리

21. 서해안지역 보존체계의 개선

22. 지역사회중심 질병관리체계의 개선을 위한 역량 강화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은 전세계 최고수준

북한과 협력을 통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달성 필요

우리나라와 북한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하나의 영향권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의 기후변화대응이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우리나라에 연계되어 발생될 수밖에 없는 기후공동체이다. 기후변화 가속화에 따른 북한의 산림황폐화와 병해충, 아프리카돼지열병, 홍수 등은 결국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에 따라 많은 예산을 들여 대응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공조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국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 해외국가에 수천억 원의 사업을 진행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과의 온실가스 감축 협력을 통한 기후변화의 공동대응은 우리에게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협력을 통해서 우리나라는 해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북한은 효율적 기후변화 대응체계를 구축함으로서 한반도 기후변화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제출한 보고서 상의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고려하여 북한과 공동의 기후변화 협력 대응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기후공동체로서의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