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 북한 상품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시리즈를 새롭게 마련하였습니다. 북한도 브랜드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한 가운데, 경제총력전을 선언하면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경쟁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넓히고 있습니다. 브랜드 개발과 디자인은 북한 경제에서 강조하는 ‘다종화’, ‘다양화’, ‘다색화’와 맞물려, 생산체계의 과학화를 지향하는 북한 경제 운영 방향을 보여줍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높은 수준의 상품은 ‘사회주의 문명’ 시대를 사는 인민이 누려야 할 권리라고 하면서, 높아진 인민의 눈높이에 맞는 질 높은 생활용품의 생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북한도 브랜드 시대이고, 품질경쟁을 브랜드로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첫 순서로 건국대학교 전영선 교수님에게 화장품 브랜드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볼까요?

건국대학교 전영선 교수

북한에서 화장품이란

북한의 브랜드 중에서 주목되는 분야는 화장품이다. 북한에서 화장품은 오랫동안 선물이었다. 매대에서 구매하는 상품이기보다는 당에서 인민에게 공급하는 지도자의 사랑이 담긴 선물을 의미했다. 시인들은 3월 8일 ‘3.8국제부녀절’이 되면 당의 은덕이자 인민을 향한 최고지도자의 더없는 사랑이 담긴 선물을 받은 감격에 대해 시로 노래했다.

- 과학영화 <젊음을 주는 로화방지화장품>

그렇게 당의 은혜를 상징하였던 화장품이 이제는 취향에 따라서 구입하는 상품이 되었다. 이런 제품 저런 상품이 나오면서, 기능과 특성에 맞추어 백화점이나 매대에서 구매하는 상품이자 중국, 러시아, 이란 등으로 수출하는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이 소비품이자 수출품이 된 이유는 경제정책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에서는 경제 총력전을 선언하면서 중공업 중심 기조를 전환하여 소비재 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화장품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전략인 ‘원료, 재료의 국산화’, ‘현대화, 정보화’의 지침에 적당한 품목이다. 화장품은 기술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최첨단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적당한 정도의 기술에 적당한 가격으로 경쟁할 수도 있다.

북한 화장품 브랜드 넘버 원 '봄향기'

북한 화장품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봄향기’이다.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만든다. 한자로 표기하면 춘향(春香)이다. ‘봄향기’는 오랫동안 독점적인 위상을 누리는 대표 브랜드이다.

화장품이라고 하면 곧 ‘봄향기’를 떠올릴 정도로 ‘넘사벽’의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다른 브랜드는 몰라도 ‘봄향기’는 모를 수 없는 것이 3.8국제부녀절날 인민에게 공급하였던 화장품도 바로 ‘봄향기’였다.

봄향기 화장품의 인지도나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다. 하지만 그 위세는 한풀 꺾였다고나 할까? ‘봄향기’가 독점하다시피 하였던 화장품 시장에 ‘은하수’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면서 양강 체제가 구축되었다. 그리고 기능성을 앞세우면서 저마다 특색을 강조한 새로운 브랜드 화장품이 속속 등장했다.

- 과학영화 <젊음을 주는 로화방지화장품>에서
랑콤과 봄향기 비교

북한 화장품 시장에서도 여러 제품이 나오고, 경쟁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고 제품은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이다. 봄향기 화장품은 미백, 보습, 자외선방지 효과를 내는 살결물, 물크림, 영양물, 영양제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봄향기 화장품의 주성분은 장생불로의 명약으로 알려진 개성고려인삼과 불로초이다. 봄향기 제품 중에서 최근에 주력하는 제품은 노화 방지기능을 특화한 ‘불로초화장품’이다. ‘불로초화장품’은 화장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한 화장품이다.

'봄향기' 아성에 도전하는 '은하수'

‘봄향기’의 아성에 도전하는 대표 브랜드는 ‘은하수’이다. ‘은하수’는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화장품 브랜드이다. 평양화장품공장은 ‘은하수’ 화장품을 포함하여, 비누와 샴푸 등을 생산하는 종합화장품공장이다. 산하에 치약분공장을 두고 인삼치약, 청류예방치약, 금은화치담치약, 백산차치약 등을 생산한다.

평양화장품공장은 1957년 화학생산협동조합으로 출발하여 1962년 4월에 화장품공장으로 출범한 오랜 역사의 화장품공장이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의주화장품공장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던 평양화장품공장이 새로이 주목받은 것은 김정은 체제 이후이다.

- 협회에서 2007년 경공업원자재를 제공하여
생산한 은하수 비누

‘봄향기’와 ‘은하수’의 경쟁을 부추긴 것은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은 2014년부터 평양화장품공장을 현지시찰하였다. 2015년 2월 5일에는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사람마다 화장품에 대한 기호와 요구가 서로 다른 것만큼 여러 가지 기능과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잘 만들며, 천연적이고 저자극적이며, 기능적인 화장품들을 개발 생산”할 것을 지시하였다.

김정은은 이후에도 평양화장품공장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낡은 시설을 버리고 첨단 시설로의 개선을 주문했고, 해외에서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여 공장의 일신을 개선하였다. 그리고 평양화장품공장을 ‘인민경제의 현대화, 정보화’를 잘 실천한 본보기 공장으로 내세웠다. 2017년 평양화장품공장은 인민경제 계획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모범적인 단위들에 선군봉화상쟁취를 위한 사회주의경쟁공동순회우승기’를 받았다.

김정은의 후원과 관심 속에 평양화장품공장은 소량다품종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일반화장품에서부터 기능성 화장품, 치료용 화장품을 속속 개발하면서, 신의주화장품공장의 아성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첨단 시설로 은하수 브랜드가 주목을 받으면서, ‘봄향기’와 ‘은하수’의 라이벌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신생브랜드
[금강산], [미래], [아침이슬], [선녀]

봄향기, 은하수 말고 또 어떤 화장품이 있을까? 신생화장품 브랜드로는 ‘금강산’, ‘미래’, ‘아침이슬’, ‘선녀’ 등의 화장품이 있다. ‘금강산’은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분사하여 설립한 금강산합작회사가 생산하는 화장품 브랜드이고, ‘미래’는 묘향천호합작회사, ‘아침이슬’은 년로자건강교류사, ‘선녀’는 경공업성 산하의 식료일용연구원 경공업제품시험공장에서 생산하는 화장품 브랜드이다.

후발 업체들은 기능성으로 승부한다. ‘금강산’은 노화 방지와 주름살 제거 등의 기능성 화장품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화장품은 “래일의 아름다움을 약속해주는 미래화장품”이라는 카피를 내세우면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원색의 파격적인 색채와 고급이미지를 강조한다. 년로자건강교류사의 ‘아침이슬’은 중년여성을 겨냥한 고급이미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금강산화장품

- 미래화장품 5종세트

- 미래화장품 중에서 녹차화장품

‘선녀’ 화장품은 천연기능성화장품으로 미백, 주름개선, 색소침착 제거, 피부 탄성과 광택 유지, 콜라겐 단백질의 생성 촉진, 손상된 피부수복(회복) 효과 등의 기능을 강조한 미백화장품, 노화방지화장품, 인삼화장품, 알로에화장품, 색소침착화장품, 여드름방지화장품, 보습광택화장품, 꽃정유화장품, 영양크림, 세수크림 등의 라인업을 갖춘 브랜드이다.

북한 화장품은 건강과 기능에 초점을 둔 제품으로 개성고려인삼을 주원료로 한 제품이 가장 많다. 이 외에도 금강산화장품의 장미화장품, 알로에화장품, 사과를 이용한 제품, 녹차를 이용한 제품으로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