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
제대로 이해하기

지난 5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협회는 국회 이용선 의원실과 공동으로 '북한 생활산업과 경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웹진 '이음' 편집실이 북한 일상용품의 광고문구, 디자인, 브랜드 등 산업미술요소를 통해서 북한 경제와 시장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서해 5도로 떠밀려온 생활쓰레기를 통해 북한의 상품을 분석한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와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등재된 북한 상표로 북한의 마케팅을 연구하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전병국 사무국장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북한 일용상품의 현황과 특징

서해5도 지역에서 수거한
북한 제품 포장지 분석을 중심으로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

남북 간 인적, 물적 교역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 상품 입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해 5도 지역에서 북한으로부터 떠밀려온 생활쓰레기를 분석하였다. 북한 생활쓰레기 포장지를 통해 관련 제품의 정보를 파악하여, 산업미술 측면에서 상품의 브랜드, 상표와 함께 북한 지역별 생산공장, 제품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제품은 당과, 약품, 빵, 음료, 유제품 등 다양하였다. 생활쓰레기 포장지를 통해서 본 북한 상품의 포장 디자인은 상품별 고유한 상표와 도안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직관적 형태의 ‘우리식 캐릭터’를 통해 북한 당국이 현재 자력갱생과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며, 북한의 사상과 정서를 담은 고유한 글씨체를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제품의 생산 또는 유통과 관련된 특징은 수출용과 내수용 제품이 포장 재질이나 서체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으며, 알루미늄 제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주의경쟁열풍에 따른 카피 제품도 많으며, 제품의 주요 생산지가 대부분 평양으로 경공업 제품의 생산 공장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다양한 제품 생산과 유통은 자본주의 상업 관점에서 해석하기 보다는 인민생활향상과 통치구조라는 관점에서 보는 게 타당하다.

북한에 부는 마케팅 바람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전병길 사무국장

이전보다 많은 소비재 상품 생산, 온라인쇼핑몰 및 디지털 결제서비스 도입 등으로 인해 북한 내에 마케팅의 중요성이 강화되어 가고 있다. 2014년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 이후 북한은 상품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며,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상표 등록 수가 증가되고 있다. 2022년 2월 기준 북한이 출원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출원했거나 등록을 대기중인 상표는 105건이다. 등록된 상표들은 식료품, 생활용품 등이 있다.

북한은 초기 한국, 일본, 중국 등 디자인 모방에서 점차 자체 발전 상품으로 변모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브랜드에 정치사상과 역사성을 강조하는 사회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대성산’ 체육용품과 ‘매봉산’ 구두의 경우 두 제품 생산공장의 실제지명과는 관계없이 북한이 중요시 여기는 혁명지역의 이름을 차용하였다. 또한 북한에서 평양은 혁명의 성지로 평양의 상징성을 딴 상표가 많이 출원되었다.

북한의 브랜드 활용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며, 지속되는 대북제재와 경제난, 코로나 등으로 인해 브랜드에 관심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속적으로 품질향상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남북관계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끊임없는 브랜드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