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반찬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직접 집에서 담근 김치보다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포장김치가 더 익숙해져 있다. ‘김장전투’라는 용어까지 있을 정도로 북한에서 김치는 매우 중요한 식량과도 같은 음식이다. 또한 2015년 김장담그기 풍습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할 정도로 북한에서 김치는 각별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공장김치라고 불리는 포장김치가 밥상 위에서 올라오는 일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되었다.

인민생활향상이라는 국정목표 아래 김정은 정권에서는 김치의 공업화, 과학화, 표준화 사업이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다. 2017년 1월 20일 평양시에 류경김치공장이 세워지면서 드디어 북한에서도 브랜드를 가진 포장김치 시대의 막이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알려진 류경김치공장은 북한에서 김치공장의 표준이자, 가장 유명한 김치 브랜드이기도 하다.

류경김치공장이 설립된 이후에 전국의 각 도에 김치공장이 차례로 설립되었고 2021년 기준으로 총 11개의 김치공장이 세워져 지역 주민의 식생활 편의를 돕고 있다. 그야말로 북한에서 포장김치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 표: 노동신문 기사를 참고하여 필자 작성

류경김치공장은 통배추김치, 석박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오이김치, 깍두기, 어린이영양김치 등 다양한 김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 있는 제품은 통배추김치이다. 특히 류경김치공장에서 생산하는 통배추김치의 경우는 2018년 10월에 국제적 품질인증인 식품안전관리체계인증(ISO 22000)을 받았고, 2019년 12월에 최우수제품 평가에서 ‘12월15일품질메달’을 받았으며, 1981년 김일성 지시로 생긴 품질우수제품 등록제도인 ‘2월2일제품’에도 등록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9년 12월 26일에 개최된 국가산업미술전시회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류경김치공장의 상표도안을 칭찬하기도 하였다. 이상의 이력은 류경김치의 ‘브랜드파워’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 사진 : 류경김치공장에서 생산되는 포장김치들
(출처 : 조선의 오늘)

북한에서 세계적 기준에 맞는 질 높은 김치 제품을 생산하려는 노력에는 국내 수요 충족뿐만 아니라 수출 상품으로 키우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내나라>(2020.3.11.)에 실린 국가품질감독위원회의 임영식 책임부원의 인터뷰 기사에서 “대외무역을 발전시키는데서 품질인증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며, “국제적으로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세계의 모든 수요자가 인정한 것”으로 “무역거래에서 특혜를 받게 됩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김치 제품에 대한 포부를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진 북한의 김치 브랜드는 많지 않다. 류경김치공장 외에도 전국의 각 도 지역 김치공장에서 생산한 김치 제품 중 알려져 있는 것은 현재 없다. 다만, 북한의 1호 프랜차이즈로 알려져있는 평양의 해당회관 상표를 단 김치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유명식당의 경우 자체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일종의 PB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