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핸드폰 브랜드,
어디까지인가?
북한 상품 브랜드를 시리즈로 살펴보는 본 코너에서 김치에 이어 세 번째로 북한의 휴대전화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전화를 북한에서는 어떤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지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
'당원증'이 아닌
'휴대전화'의 일상에서 파워
현대인에게 휴대전화는 일상의 일부가 될 정도로 필수품이 되었다. 고가지만 그 이상 누릴 수 있는 편익이 크기 때문에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보급되었다. 이는 비단 선진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국에서 오히려 이러한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일수록 휴대전화는 장사에서 금융에 이르기까지 개인 소득 향상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초기 이집트의 오라스콤 통신회사가 북한에 진출하고자 했을 때 낮은 국민소득으로 인해 통신사업의 성공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러나 진출한 지 약 10년이 경과한 지금 과연 상황은 어떠한가? 1인당 GDP 약 1,400달러의 최빈국 북한에서 기기 1대당 150달러에서 700달러에 이르는 고가의 재화를 인구 약 2,500만 명 중 약 700만 명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휴대전화는 주민 일상의 곳곳을 바꿔 놓았다. 이른바 혁신을 불러왔다.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타지 않고도 먼 친척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젊은 연인들은 휴대전화로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각종 게임도 한다. 외국어 공부도 할 수 있고 서구 고전을 읽으며 교양도 쌓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앉은 자리에서 전화 한 통이면 택배도 보낼 수 있고 돈도 보낼 수 있다. 심지어 ‘전화돈’이라는 전화통화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어 소액금융거래에도 활용된다. 휴대전화가 사람, 돈, 물건을 서로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시켰다. 그러니 휴대전화는 현재 당원증이 주는 효용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북한 사람도 휴대전화가 없던 과거로 돌아가라면 어려울 것이다.
2020년 '평양 스마트폰 2426’
2017년 출시 '평양 2423'
휴대전화의 브랜드,
어디까지인가?
북한 휴대전화는 여전히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통해 자체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평양'과 '아리랑' 정도였으나 뒤를 이어 '푸른 하늘', '진달래' 등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브랜드로 새로운 폰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에 기능을 추가해서 업그레이드판을 선보이는 이유는 잠재적 수요를 더 자극하여 더 많은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북한도 새로운 폰 출시에 경쟁이다. 젊은 층일수록, 유행에 민감한 계층일수록 기기를 자주 변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브랜드별로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최신폰의 여부에 따라 선호나 가격이 달랐다. 굳이 브랜드 명칭에 대한 선호를 말하자면 아무래도 '평양'과 '아리랑'은 초기에 출시된 만큼 인지도가 높다. 즉, 선발주자로서의 우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평양'은 수도에 대한 선망, 그리고 '아리랑'은 왠지 민족성을 상징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반면에 '푸른 하늘'이나 '진달래'는 북한 혁명역사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정치적 색깔을 띄고 있어 선호도는 떨어졌다.
한편, 출시된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성능의 추이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단순 '막대기 폰'에서 접이식 '폴더폰', 그리고 '터치폰(스마트폰)', '양면 터치폰(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순이다. 현재는 북한도 스마트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연장자나 여유가 없는 계층일수록 여전히 막대기 폰이나 폴더폰을 사용한다.
'평양' 막대기
'진달래' 폴더폰
'아리랑' 스마트폰
다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스마트폰이 우리와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막대기폰이나 폴더폰은 문자 또는 통화의 기능에 불과하였으나 스마트폰은 각종 앱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즉, 스마트폰에는 각종 사전이나 전자 서적을 비롯해서 취미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요리백과사전 앱외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 체계로 바뀌면서 모든 앱이 유료화되었다. 즉, 앱을 개인 휴대전화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교류소'를 찾아가 한 건 당 만원에서 2만원(약 쌀 2kg~4kg에 상당)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들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지식의 습득에서 각종 취미와 오락을 즐길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환율과 물가를 알아보는 장사의 매개체와 같은 생계 수단에서 개인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오락 매개체가 된 것이다. 이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명확해진다. 남한과 같이 북한도 각 가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편, 스마트폰, 그중에서도 이제 막 출시된 최신 기종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부와 권력을 상징한다. 모서리가 각이 진 투박한 구형 폴더폰보다는 카메라도 이왕이면 렌즈가 2개 달리고 각도 매끄럽고 더 얇고 더 가볍고 디자인이 세련된 스마트폰으로 길거리에서 통화하는 젊은이를 본다면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신비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1960년대 재일 북송교포들이 처음 북한 땅에 닿았을 때 손에는 생전 처음 보는 세이코 시계를 차고 알록달록한 비옷을 입고 화려한 색의 장화를 신고 푸른색 우산을 받쳐 든 모습을 보며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