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현황과
한반도에 주는 함의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정현 교수

최근 국내외 정세변화

수년 간 이어져 온 강력한 대북제재와 함께 최근 국내외 정세는 한마디로 격동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s) 개발에 대응해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를 지속하고 있다. 무기 및 사치품 금수에서 시작해 원유, 광물, 수산물, 의류, 해외노동자 파견 금지 등 UN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10개 결의 채택을 통해 포괄적 경제제재 및 금융제재를 시행 중이다. 이에 더해 미국은 UN 결의에 기반한 북핵제재는 물론 북한인권제재를 추가하고 있으며, 근래 EU 및 영국도 이러한 인권제재 움직임에 가세하였다. 최근 수년간 수해 및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북한의 엄격한 대응 또한 이러한 제재들과 함께 북한의 최근 경제상황 악화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은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 또한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일단 NATO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자산동결, 여행금지, 전략물자 수출통제, 러시아 항공기 및 선박 취항 불허, SWIFT 결제망 차단, 최혜국대우(MFN)원칙 철회 등 초기부터 나름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를 시행하기도 하였으나,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존재로 UN 차원의 국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은 불가능함을 또한 목도하였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타격은 전반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더 강한 제재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받고 있으며, 러시아와 달리 국제적 경제시스템과 사실상 유리되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금번 러시아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함으로 발사실험을 유예하기로 한 모라토리움 약속을 폐기하였다. 금년 1월부터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수차례 한 데 이어, 2022년 3월 24일에 2017년 이후 4년여 만에 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하고, 5월 25일에도 ICBM을 추가로 발사하였다. 이는 주지하다시피 UN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약속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 선언을 파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안보리 결의에 의거 대북 유류공급량 제한 확대 등 추가적 조치가 가능하였으나, 안보리에서 최종 불발되었다. 물론 이러한 추가 조치가 없어도 UN의 대북제재는 이미 매우 강력하긴 하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3월 24일과 4월 1일에 북한 과 러시아의 개인 및 기관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여 미국 내 자산동결 및 거래금지 등 조치를 취하였고, 일본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UN 안보리에서는 중·러의 반대로 낮은 단계의 대북 언론성명조차 채택되지 못하였다.

현 상황에 대한 평가

이러한 엄중한 국내외 정세 속에 북한은 한편으론 좌절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회 포착을 위한 시도를 모색 중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국제제재 지속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악영향,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미북 협상 교착상태, 코로나 사태에 따른 봉쇄조치 장기화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환경이 악화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선진방역, 인민방역 등 코로나 종식에 대비한 북한의 출구정책 모색, 미국과 한국의 정권교체 후 신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에 대한 기대도 분명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금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더욱 밀착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제대로 서방과 등을 진 러시아와 더욱 긴밀히 협력하여, 제재 국면에서 어차피 돌파구도 안보이는 상황인데 자원부국이자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로부터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다양한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3월 2일과 3월 24일 두 번의 UN 총회 결의 채택 과정에서 5개 반대 국가(러시아,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 북한) 중 하나가 북한이었다. 참고로 중국과 인도는 반대가 아닌 기권을 선택하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기본적으로 UN 제재 결의를 더욱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실제 대북 제재를 얼마나 완벽히 이행하고 있는지, 향후 어느 정도로 유지할 의지가 있는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인 점 또한 인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최근 상황 및 입장을 종합해 보면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관리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3월 ICBM 발사 시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으며, 북한의 ICBM 발사와 모라토리움 폐기 자체가 북한이 당분간 미국 및 한국과 적극적인 대화를 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금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해 북핵 포기가 더 요원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신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코로나백신 및 의약품 등 보건의료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기도 하였지만 북한은 무반응으로 대응하였고, 대신 중국의 백신 지원을 금년 초 일부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대응 방향

우리는 첫째, 비핵화, 인권개선, 국제규범 준수 등 기본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게도, 주변국에게도, 일정한 원칙 하에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기본원칙 견지 하에서도 구체적 방법론에 있어서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 또한 이러한 점에서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WMD 개발금지 및 탄도미사일시험금지와 관련된 UN 안보리 결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별도의 안보리 결의 채택이 필요하다. 가장 주도적이며 강력한 제재를 시행 중인 미국의 독자제재의 경우엔 WMD 외 북한인권을 제재 사유 중 하나로 추가하였을 뿐 아니라 제재 완화 및 해제 요건에도 정치범수용소 등 인권 문제의 실질적 개선을 관련 법률에 명시하고 있어 더욱 엄격하다는 점 또한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 북한의 핵무기 불포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 또한 핵무장 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현 국제적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다.

둘째, 굳건한 한미동맹 토대 하에서 대러 및 대중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UN, EU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및 한미동맹의 견고한 유지를 바탕으로, 일본 등과도 건전한 협력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중러 및 한미일 양 세력 간 대결 국면의 공고화 내지 신냉전 체제의 최전선이 되는 것을 저지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의 상호 협력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러시아 및 중국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목표 재확인 및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대를 위한 외교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러 입장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협력은 꼭 필요할 것이다. 기타 국제규범 등 기본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러와 협력 가능한 부분들을 적절히 발굴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 대화, 협력 국면으로의 전환을 대비한 다면적 준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적절한 호응만 있으면 인도적 지원 차원의 협력은 현 대북제재 체제 내에서도 가능하다. 문제는 북한이 최근에도 정면돌파전 등을 주장하며 인도적 지원은 꾸준히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당장 필요할 수 있는 백신 공급 등 보건협력 분야의 협력방안을 더욱 발전시키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평양심장병원용 의료장비 및 물품에 대해 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대북 반입 승인을 받았던 것처럼 관련 면제 조치를 위한 노력들도 계속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개발협력적 성격이 짙은 지속가능발전(SDGs) 관련 협력방안들의 본격적 추진은 제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지만, 그 전이라도 UN 경제사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과 다양한 관련 대화 및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북제재의 핵심적 사유인 핵무기 등 WMD 개발 포기와 관련해서는 핵 포기의 확실한 반대급부 및 관련 절차 등을 더욱 정교히 미국과 함께 정리하여 북한에 대한 꾸준한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북한인권 문제 또한 특히 미국의 독자제재 해제를 위한 필수요건임을 북미수교를 중시하는 북한에게 주지시키고, 협력적 방법으로 점진적으로라도 북한이 개선할 의지와 계획을 가지게 하는 것이 또한 중요할 것이다.

대북제재 하에서의
남북농업협력 방향 모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용호 연구위원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준 대북제재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 경제는 몇 차례 위기 상황을 겪어왔다. 대북 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 팬데믹 등은 경제위기를 초래한 대표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요인 중 대북 제재는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에 첫 번째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김정은 시대 이전에도 대북 제재는 있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하지만 2016~2017년 사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연이어 감행한 것이 계기가 되어 유엔 안보리와 한국, 미국 등 이해관계 국가들의 경제제재가 대폭 강화되었다. 또한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하면서 경제제재는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었고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2016~2017년 사이 강화된 대북 제재는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한 무역, 금융거래, 경제지원, 특정 개인 및 단체의 활동에 대하여 상당히 큰 제약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취하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은 북한과의 경제교류협력을 전반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포괄적 제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대북 제재는 실제로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2010년대 초 높지는 않아도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던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제재가 강화된 시점 이후에 마이너스 성장률로 전환되었다.

대북제재 이후 북한 농업

경제제재가 북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운데 기초 식량 공급을 담당하는 농업부문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북한 농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농업생산에 요구되는 필수 자본재 공급이 어려워진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대북제재에 기인한 대외경제관계 악화는 농기계 및 에너지는 물론 비료, 농약, 비닐 등 농기자재 수입조차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북한 농업이 처해 있는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농업교류협력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사실상의 해결책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자체적인 해결은 지금까지도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반면 국제사회와의 농업부문 교류협력이 많았던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의 북한 농업부문 성과를 비교해보면 국제사회와 교류협력의 중요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교류협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한 곳으로 편중된 경제관계는 의존성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북한 농업이 외부와의 경제관계를 다시 맺으려고 한다면 남북농업협력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대북제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남북농업협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면, 북한과의 농업교류협력은 인도적인 문제 개선과 밀접하게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제재 저촉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북제재 강화 이후에 추진된 국제사회의 대북 농업교류협력사업들을 살펴보면 북한의 인도적 상황과의 연계를 통해 제재 면제를 어렵지 않게 받아 왔다.

대북제재 하에서 추진 할 수 있는
남북농업교류협력사업

대북제재 저촉보다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농업협력 구상이 더욱 중요하다. 북한의 수용성 측면을 감안한다면 북한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농업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업교류협력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북제재 하 추진가능성이 높은 남북 농업교류협력사업은 다음의 네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필수적인 인도적 물자를 지원하는 유형이다. 식량뿐만 아니라 비료, 농약, 비닐 등 농기자재는 현재 북한 농업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들의 지원사업은 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둘째, 식량작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유형이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종자교류사업, 관개시설 복구사업, 농기계 기술협력사업, 수확 후 저장 협력사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식량작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며, 최근 북한 농정에서도 크게 강조되고 있다.

셋째, 식품 영양적인 측면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유형이다. 기초적인 식량의 양적 충족이 일차적으로 필요하지만 식품 섭취의 질적인 부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북제재를 감안하면 고도화된 사업은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기술지원사업으로 한정하여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채소온실 기술지원사업, 과수분야 기술지원사업, 축산분야 기술지원사업을 구상해 볼 수 있다.

마지막 유형은 앞서 살펴본 사업유형에 속하지 않는 사업들이다. 농업정보교류사업, 자연재해 공동 대응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북한 농업 정보, 특히 농업협력사업 대상지역의 농업정보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최근 북한 농업의 성과는 자연재해 발생 유무와 그 심각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 따라서 자연재해에 대하여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복구하는 측면에서도 남북협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남북 농업교류협력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점이 있다. 북한의 변화된 태도가 그것이다. 농업교류협력 뿐만 아니라 모든 남북교류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도움 요청이 선제적으로 요구되며, 적극적인 의지와 개방적 자세를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북한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난 데 더하여 봄철 가뭄 피해까지 발생하여 인도적인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도 극복되고 농업교류협력도 재개되어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