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북한은
시원한
대동강 맥주
로 날려요!

북한 상품 브랜드를 시리즈로 살펴보는 본 코너에서 화장품, 김치, 휴대폰에 이어 네 번째로 북한의 맥주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많이 찾게 되는 맥주, 북한에서는 봉학맥주, 금강맥주, 룡성맥주 등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 중에 제일 유명한 대동강맥주 브랜드를 중심으로 아주대학교 교양대학 한승호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아주대학교 교양대학 한승호

경쟁력을 갖춘 북한의
맥주브랜드 : 대동강 맥주

올해 여름은 일찍부터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마실 것을 많이 찾게 된다. 특히 시원한 맥주 한 잔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요즘은 맥주를 즐기는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게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북한에서 생산된 맥주만 찾을 수 없다. 물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북한의 4대 맥주라 불리는 대동강 맥주가 수입된 적이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인지 지금은 대동강 맥주의 맛과 향이 기억나질 않는다. 하지만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칼럼만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2012년 다니엘 튜더(이코노미스트 기자)가 쓴 칼럼인데 당시 우리 사회에서 크게 이슈가 됐다. 대동강 맥주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이나 중동 등의 국가에 수출이 될 만큼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맥주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대동강 맥주는 올해로 출시 20년을 맞았다. 대동강맥주공장 이름을 김정일이 직접 작명할 만큼 각별한 관심 속에 설립됐다. 그래서인지 영국과 독일의 양조장 설비와 건조실 설비를 그대로 평양으로 옮겨와 대동강 맥주를 제조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대동강 맥주의 품질 관리 및 개선에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대동강 맥주는 현재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1> 북한의 맥주 광고

<사진 2> 맥주 판매점

출처 : 김금성 외, 『조선상품 2018』
(평양: 외국문출판사, 2018)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대동강 맥주

평양 시내 곳곳에는 대동강 맥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청량음료점과 식당이 있다. 청량음료점에서 맥주를 판매한다는 것이 다소 의아스러울 수 있다. 북한에서 맥주는 술보다는 음료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낯선 풍경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판매되는 맥주는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기엔 비싸다는 점에서 주로 외국인이나 상류층이 소비하지만, 여성들도 즐겨 마실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대동강 맥주는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맛과 향 그리고 알코올 도수를 각기 달리해 총 7종으로 생산된다. 대동강맥주공장에서 매일 출하되는 대동강 맥주는 병맥주와 생맥주로 북한 전역의 청량음료점과 식당에 공급된다.

대동강맥주 1번

원엑스 11%, 알코올 5% 이상

100% 보리길금(맥아)으로 만든 맥주로서 길금향이 짙으며 쓴맛이 적당한 전통적인 맥주의 품격을 가지고 있어 진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맥주이다. 중년의 소비자들속에서 호평이 대단하다.

대동강맥주 2번

원엑스 11%, 알코올 5.5% 이상

보리 70%, 흰쌀 30%를 넣어 만든 맥주로서 맛이 연하고, 깨끗하면서도 상쾌한 감을 준다. 거품성이 좋은 특징이 있으며 기본 품종의 맥주이다.

대동강맥주 3번

원엑스 12%, 알코올 6% 이상

보리 50%, 흰쌀 50%를 넣어 만든 맥주로서 흰쌀의 깨꿋하고, 상쾌한 맛과 길금의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 비교적 무거운 쓴맛이 조화롭게 겸비되어 유럽과 아시아의 맥주 품격을 다같이 느낄 수 있는 맥주이다.

대동강맥주 4번

원엑스 10%, 알코올 4.5% 이상

보리 30%와 흰쌀 70%를 넣어 만든 맥주이다. 맥주 고유의 맛을 가지면서도 흰쌀의 특이한 향미와 상쾌하고, 깨끗한 맛이 잘 어울리는 것으로 하여 주정과 쓴맛이 낮은(덜한)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맥주이다.

대동강맥주 5번

원엑스 10%, 알코올 4.5% 이상

100% 흰쌀로 만든 핵주이다. 색이 현하고 거품성이 좋다. 흰쌀 고유의 향미와 호프맛이 조화롭게 어울린 특이한 맛을 가진 맥주이다. 특히 장년 및 노년 층에서 인기가 많다.

대동강맥주 6번

원엑스 15%, 알코올 6% 이상

맛이 진하고, 풍부하며 강한 커피향과 높은 주정, 비교적 무거운 쓴맛이 나는 맥주이다. 전형적인 흑맥주의 품격을 살린 것으로 하여 주로 겨울철에 소비자들이 즐겨 마시는 맥주이다.

대동강맥주 7번

원엑스 10%, 알코올 4.5% 이상

맛이 연하고, 상쾌하면서도 뚜렷한 초콜렛 향과 부드러운 쓴맛이 나는 맥주이다. 흑맥주로서의 고유한 품격을 갖춘 새로운 품종의 흑맥주이다. 대체로 젊은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출처 : 김성철 외, 『인기있는 대동강맥주』
(평양: 평양출판사, 2016)

북한 맥주애호가들의 핫플레이스

평양 시내의 맥주집 가운데 경흥관 대동강맥주집이 가장 인기가 있다. 경흥관 대동강맥주집은 보통강지구에 있으며 하루 1,500명 까지 수용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청량음료점이나 식당에서는 주로 대동강 맥주 2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대동강 맥주를 다양하게 접할 수가 없다. 그러나 경흥관 대동강맥주집에서는 대동강 맥주 7종 모두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맥주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이다.

독일에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있다면, 북한에도 맥주 축제가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태지만 2016년부터 ‘평양 대동강맥주축전’이 열렸다. 당시 맥주 축제에 참여한 북한 주민들이 맥주 한 잔으로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히는 모습을 보면서 남이나 북이나 삶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철 맥주의 인기는 지금도 한반도 전역에서 상당하다. 내년 서울에서는 대동강 맥주로, 평양에서는 한국 맥주로 여름날의 뜨거운 더위와 답보 상태의 남북관계를 시원하게 날려 보내면 어떨까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