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茶, 은정차

북한 상품 브랜드, 벌써 여섯 번째 시리즈입니다. 본 코너에서 화장품, 김치, 휴대폰, 맥주, 학용품에 이어 북한의 차(茶)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북한에서는 어떤 차를 즐겨 마실까요? 남북차문화교류협의회 곽미숙 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사)남북차문화교류협의회 곽미숙 회장

북한의 대표적 茶브랜드 ‘은정차’의 유래

1982년 9월 중국 산동성을 방문한 김일성은 이곳에서 자라는 차나무를 같은 위도 상에 있는 황해남도 강령군과 강원도 고성군에서 재배하도록 지시하고 다음해 초 260그루의 차나무들을 들여와 연구, 재배사업을 시작하였다. 김정일은 2000년 2월 김일성의 은정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차의 이름을 '은정차'라고 명명하고 재배대책을 세운 뒤 2008년 12월 차나무를 대대적으로 심을 것을 지시했다.

이에 2009년 황해남도 강령군에 강령은정차재배원과 금동은정차재배원이, 강원도 고성군에 고성은정차재배원이 세워졌고 김정은은 몇 차례 이곳을 찾아 찻잎 생산 증산과 함께 평양 창전거리 등에 찻집을 세우도록 했다. 김정은은 2012년 창전거리 은정찻집 개업을 앞두고 이곳을 찾아 은정차에 어린 김일성과 김정일의 '애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강령은정차재배원에 차례로 보내진 김일성(좌), 김정일(중), 김정은(우)의 차나무모 [출처: 조희승(2014). 차문화의 력사]

은정차의 재배와 생산 및 종류

‘노동신문’에 의하면 영하19도에서도 겨울나기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차 품종 선발과 강령은정차재배원에 10여만 그루의 방풍림을 심고, 차나무 재배 기술과 번식 방법을 연구하여, 강령은정차재배원의 차나무가 2009년에는 수십만 그루로 늘어났으며, 2017년에는 30정보, 2020년 10정보, 2022년 30정보의 면적이 늘어난 한편 금동은정차재배원에서는 2020년 30정보, 2022년 15정보의 차밭 면적을 늘렸다고 한다.

찻잎 가공 방법에 대한 연구 사업도 진전을 이루어 2009년 녹차 생산을 시작으로 홍차와 오룡차도 생산하면서 ‘은정차’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은정차는 강령군에서 재배하는 강령녹차와 강령홍차, 그리고 강원도 고성군에서 재배하는 고성녹차와 고성홍차 등 4종류와 은정차음료공장에서 생산하는 녹차, 홍차, 철관음차의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은정차는 크게 가정이나 사무실, 전문찻집이나 식당 등에서 직접 끓여 마시는 은정차와 은정차음료공장에서 생산된 음료상품으로써의 은정차로 구분할 수 있다.

김일성 시대에는 육종개발과 연구, 김정일 시대에는 야생에서 차재배 성공과 은정차의 생산 및 판매, 김정은 시대에는 ‘은정차’를 대표적인 차브랜드로 ‘은정차음료공장’을 세우고 녹차와 홍차, 철관음차 등의 은정차를 생산하고 있다.

황해남도 금동은정차재배원의 전경과 찻잎 수확과 차생산 [캡쳐사진-로동신문 2020.09.22.]

‘은정차’의 로고 : 글씨와 상징

김정은은 차나무재배면적을 연차별로 늘리고 찻잎의 생산 목표를 높이도록 제시하면서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마실 수 있게 차음료공장을 건설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2020년 평양시 낙랑구역 남사리지구에 은정차음료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하여 2021년 2월에 완공하였다. 차음료공장건설의 목적은 인민생활의 향상과 차문화의 발전에 적극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은정차음료공장에서 생산되기 이전의 상품에는 ‘은정차’ 글씨만 새겨져 있었지만,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에는 ‘은정차’ 글씨와 함께 찻잔과 찻잎을 형상화한 그림도 사용하였다. 이는 김정은 체제 이후 소비자들에게 상표가 인정되면 기업에 대한 신용이 높아져 판매량이 늘어나고 가치가 높아져 경쟁력의 제고와 수익창출로 이어진다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은정차글씨의 로고만 있는 은정차제품들

[출처: SPN서울평양뉴스 2021.08.25. 사진=내나라]

찻잔과 차잎 로고가 새겨진 은정차음료공장의 제품들
왼쪽부터 철관음차, 홍차, 녹차

[출처: SPN서울평양뉴스 2021.03.31. 사진=조선신보]

‘우리식 음료제품’의 은정차생산과
차문화공간의 확장

2012년 7월에 개업한 창전거리의 은정차집을 시작으로 영광거리, 창광거리 등 평양시내에 은정찻집들과 식당들, 거리매대, 양각도 국제호텔과 연풍 과학자휴양소에서도 봉사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리 식 차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창전거리의 은정차집 봉사자들이 함흥시 성천강구역, 사포구역, 정평군, 단천시 등에 새로 꾸려진 찻집들을 찾아가 차문화를 보급했다는 보도를 통해 차문화공간의 확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직접 끓여 마신다는 보도를 통해 개인적 취미생활 차원에서 차를 마시는 차애호가들이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른 차문화보급사업의 진행을 살펴보면, 은정차집의 봉사자들은 ‘은정차에 깃든 당의 령도업적을 소개 선전하는 사업’과 함께 ‘여러 가지 차문화 보급에 필요한 상식과 기능수준을 가르치는 한편, 봉사단위에서 찾아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차음료가공과 봉사와 관련한 기술전습 및 보여주기 사업에 참가하는 과정을 통해 차문화 이해의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직접 끓여 마시는 은정차의 차문화공간의 확장에 관한 것이다.

2021년 은정차음료공장에서 차음료제품의 생산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은정차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공장에서 차음료상점을 차려놓고 차음료제품 봉사를 하고 있다. 공장에서 차음료제품의 생산은 “세계 3대 기호음료의 하나로 되고 있는 차를 ‘우리 식의 음료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이 새롭게 연구 개발되여 영양성분은 물론 맛과 향기, 색깔이 독특한 록차, 홍차, 철관음차음료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은정차음료에 대한 수요자들은 직접 끓이거나 식당에서 마시는 차와 마찬가지로 은정차의 고유한 맛과 향기가 살아있어 좋다고 호평하였다고 한다.

차문화의 역사와
차문화에 대한 인식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차마시는 풍습을 장려해 왔으며, 삼국시기로부터 고구려시기 무덤의 벽화에서도 차마시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고, 고려시대에는 차나무를 많이 재배하고 흥성하게 차문화를 누렸다고 한다. 조선봉건왕조시기에도 차문화는 끊이지 않고 현재 북한의 노동당시대에 계속 이어져 차문화가 꽃피어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민족의 자랑인 차문화를 발전시키고 차향기가 온 나라에 차가 넘치도록 하여 언제 어디서나 차음료를 마실 수 있게 하였다고 선전하였다.

차문화에 대한 인식은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므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차 마시는 풍습을 발전시켜나갈 때 생활의 향기와 정서를 더해주며, 생활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남북의 차문화교류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때도 북한은 이 차를 직접 판문점으로 가져와 공식 만찬 자리에 내놓았던 일과 그 해 9월18일부터 2박3일 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공식 음료로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재배한 강령녹차를 제공했던 것을 보면 은정차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노동신문 등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볼 때 북한은 차문화를 우리 민족문화유산으로 인식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차로써 상당한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은 남북한 간 차문화교류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씨름을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재했던 것처럼 민족문화유산 차문화도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남북한 간 차문화역사에 대한 공동의 연구와 차문화 유물·유적의 공동 발굴 및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차문화콘텐츠의 개발과 교류·협력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