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과자 브랜드,
모방을 넘어 창조로

북한의 브랜드 시리즈 여덟 번째,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분야는 '과자 브랜드' 입니다. 북한주민들에게는 어떤 과자가 인기있을까요? 통일과나눔 전병길 사무국장과 함께 재미있는 과자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통일과 나눔 전병길 사무국장

'금컵'의 새우맛 튀기과자

2015년 북한의 '금컵체육인식료공장'은 북한판 새우깡인 '새우맛 튀기과자'를 출시했다. '새우맛 튀기과자'는 한국의 새우깡과 크기와 모양이 매우 흡사하다. '새우맛 튀기과자'의 무게는 60g으로 주원료는 각종 알곡류, 농마, 새우가루, 기름, 닭알, 정제소금, 조미료가 들어가 있다. 보관기간은 6개월, 보관조건은 18℃ 이하이다. 포장 뒷면에 '이 제품은 습기를 받기 쉬운 제품이므로 개봉 후 인차(이내의 북한어) 소비하여 주십시오'와 '제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진공포장을 하였습니다'라는 표기가 되어있다.

한국의 새우깡과 북한의 새우맛 튀기과자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과자의 맛도 맛이지만 제품 패키지(포장)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패키지는 제품의 첫 인상이다. 또한 구매자의 손이 닿는, 제품과 직접적인 접촉이 발생하는 유일한 접촉 채널이기도하다. 소비자와 제품의 첫 대면이 이뤄지는 제품 패키지는 소비자에게 브랜드 또는 제품의 좋은 이미지, 호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제품 패키지에 대한 호감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제품에 갖게 되는 좋은 감정이다. 이러한 호감은 소비자들의 만족스러운 제품 사용 경험으로 이어져 제품의 선호도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형성한다. 기업들이 타이포그래피, 색감을 활용해 패키지 디자인을 고급화하는 등 패키지에 투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북한 과자의 맛과 패키지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다. 그 이전까지는 중국산 과자와 비교해 딱딱하고 단맛이 부족해 '벽돌과자'라는 놀림을 받았다. 과자 패키지 디자인도 상당히 단조로웠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중국산·한국산 식료품들이 암암리에 유통되었다. 또한 북한 내부에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식품과 식문화가 간접적으로 홍보되었다.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북한산 과자와 수입 과자들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품질과 패키지면에서 북한산 제품들은 수입 제품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2014년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하면서 경공업 제품 질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대동강맥주공장에서 만든 '대동강맥주',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 생산한 각종 식품들이 나름의 성과를 낸 것으로 자평한다. '새우맛 튀기과자'를 제조하는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은 평양 만경대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공장의 이름인 '금컵'은 '금색으로 된 우승컵'을 말한다. 스포츠대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의 우승컵이 곧 공장이름이다. 체육인은 말 그대로 스포츠선수를 말한다.

2011년 오픈한 이 공장은 원래 체육선수들에게 위한 빵, 과자, 음료등을 위한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사업 범위를 확대하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 제조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금컵체육인종합식료장은 2015년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기술자들을 해외로 파견하여 선진기술을 배우게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제품들 중 하나가 '새우맛 튀기 과자'이다.

한국제품을 모방한 다양한 북한과자

2016년 4월 25일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리정호 사장은 일본 조총련계 언론인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의 우수 제품을 벤치마킹해서 그것을 북한에 맞는 제품으로 재가공하는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2016년 리정호 사장 인터뷰에 즈음해서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을 비롯해 선흥식료공장, 송도원종합식료공장, 운하대성식료공장등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창작한 제품도 있었지만 외국 제품을 벤치마킹한 모방 상품도 많았다. 특히 한국제과 제품을 많이 모방했다. '새우깡'을 모방한 '새우맛 튀기과자'뿐 아니라 '초코레트 단설기'는 한국의 '초코파이'를 모방했다. '설기'는 카스텔라의 북한식 표현이다. '양파맛 튀기과자'는 한국 '양파링'을 모방했다. '밀쌀튀기'는 '조리퐁'과 봉지는 물론 내용물도 유사하다. '낙지맛튀기'는 문어맛 과자 '자갈치'가 떠오른다. '매운닭고기볶음맛과자'도 있는데 한국의 불닭볶음면 소스 맛이다. 북한은 겹과자, 튀기, 백합과자, 단묵 등으로 과자를 분류한다. 겹과자는 한국에서 '샌드'로 불리는 과자다. 백합과자는 '웨하스'다. '강냉이단묵' '스피룰니나단묵' '팥단묵'의 단묵은 한국의 '양갱'이다. '감자편튀기'는 포테이토칩이다. 막대형 아이스크림은 '에스키모'라고 칭한다.

글로벌 대북매체인 NKNews는 2018년 6월 22일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 북한 패키징의 변화된 모습" ("Delicious anytime, anywhere": the changing face of North Korean packaging) 이라 제목으로 북한 브랜드 패키징 관련 보도를 했다. 이 기사에서 북한 과자류의 벤치마킹 대상인 한국의 식품회사의 한 관계자는 "북한측과는 교류가 없으며 북한의 '새우맛 튀기과자'와 '양파 맛 튀기과자'의 포장에 각각 새우깡, 양파링과 같은 색감을 사용한 것 같다"며 "비슷하게 생겼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일본의 유사 제품들도 한국 제품과 같은 색의 조합을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수시로 금컵체육인식료공장이 자체 개발한 '고구마떡'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남한 상품을 모방한 제품 노출과 보도는 줄어들고 있고 '고구마떡' 같이 자체 개발한 상품의 보도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서 시장경제교육을 하고 있는 조선익스체인지도 홈페이지에 금컵체육인식료공장을 소개하며 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떡(Ttok)' 제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북한은 분명 모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과자 과자 및 식품 브랜드의 발전을 위해 북한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