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구조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제24기 남북경협
실무아카데미 참여 후기

한국외국어대학교 한반도연구학회장 김건주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7일까지 4주 동안 남북협회에서 개최한 「제24기 남북경협실무아카데미」를 수료했습니다. 남북경협실무아카데미는 오래전부터 수강하고 싶었지만 학기 중이라 신청하지 못했던 강의였는데, 휴학 중이라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남북협회에서 주최하는 아카데미는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대북실무에 관해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여름에는 「북한개발협력아카데미」를 수료했는데, 올해 하반기 남북협회 아카데미들을 수료하면서 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한 과정이었습니다.

실무아카데미 다운
대북사업에 관한 실무이야기

매주 목요일마다 시청역 소재지에서 진행된 아카데미 수업을 참여할 때마다 오늘은 강사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지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뛰어갔습니다. 이번 아카데미는 특히 협회에서 오랫동안 대북업무를 담당하신 전문가분들과 실제로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하여 북한과 협의를 이뤄낸 분들의 생생한 실무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북한 지하자원 부존현황과 전망' 강의에서 박충환 남북협회 부장님의 발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2018년, 남북, 북미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에서는 단천에 있는 광물을 실제로 보러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재는 회담전으로 돌아간 듯해 보인다."며, "이제 와서 보면 정상 간의 합의도 잘 지켜지지 않는 현재 남북 간 평화는 정상 간의 합의가 아니라 평화를 구조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화를 구조화 하는 방법은 서로 먹고 사는 문제가 얽힐 때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는 내용이었는데, 남북 주민이 서로 생계가 얽힌 사업이 많아질 때, 북한 역시 전쟁과 평화를 선택할 때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모든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협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구나는 점을 느꼈습니다.

남북출입사무소부터
오두산 전망대까지,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북한 전경

이번 아카데미는 파주 DMZ 지역을 직접 탐방할 수 있는 시간까지 있어 더욱 특별했습니다. 저의 경우, 초등학생 때 교육청 행사로 북한을 방문한 이후 쭉 남북교류협력의 실무자가 되는 것을 목표 삼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의 10여년 만에 남측 남북출입사무소에 다시 방문했을 때, 북측 출입사무소에서 울렸던 "반갑습니다" 노래와 함께 금강산의 전경이 떠올라 감회가 색달랐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남북 관계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지금의 군사적 긴장감이 어서 해소되고 다시 남한 주민들이 북한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통일연구원이 주관한 '통일의식조사 2021'에 따르면, 2030 청년 74%가 북한에 관심없다고 답했습니다. 분단 이전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청년(MZ)세대는 분단된 지금의 상태를 정상 상태로 인식하며, 통일에 가장 무관심한 세대로 불리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초등학생 때 직접 북한 땅을 밟으며, 북한 사람들과 대화한 경험 덕분에 '북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구나'라는 인식하고 북한관련 진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전쟁하는 곳에서의 난민에는 관심이 많지만 북한주민의 삶, 통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분단과 통일의 과업이 정말 나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청년 사이에서 공감대와 적극적인 관심도를 이끌기 위해서는 아카데미 일정 중 이번 DMZ 현장방문과 같은 프로그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두산 전망대에 올라 XR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두눈으로 보며 '저 지역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가던 개성공단 지역이구나' 느끼고, 이산가족 특별 사진전에 전시된 편지들을 보면서 '반세기를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절절한 감정'에 공감하는 이러한 경험들이 청년들에게 진짜 '내가 경험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세대들은 감성과 스토리에 집중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투자하곤 합니다.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이라는 브랜드에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자원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있어야 하며, 그 스토리가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되는 경험의 장이 필요합니다.

남북 경협에 실제로 종사하신 분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전문지식을 쌓고, DMZ 지역 땅을 밟으며 '이 지역에 평화가 온다면 어떠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어떠한 사업들을 함으로써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라며 통일에 대한 자신만의 청사진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이번 아카데미는 저 뿐만 아니라 참여한 많은 청년들의 가슴에 울림이 있었던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남북교류협력에 있어서 평화를 구조화하는 방법은 남북 주민의 생계가 얽히는 실질적인 사업들이 확산되고, 그 미래의 주역이 될 청년들의 마음 속 '평화가 왜 필요한가' 당위성에 공감하는 지지층이 단단해지는 것이라는 답을 내릴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