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남북관계 전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황태희

2022년 국제사회는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과 병행한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 국내정치적으로는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여 대북정책 추진 방향 및 남북관계 노선의 변화를 암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담대한 구상 정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위해 무력도발 불용, 호혜적 남북관계와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을 원칙으로 정하고 다음의 5가지 핵심추진과제를 설정했다.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 상호 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분단 고통 해소, 개방과 소통을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 국민·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준비. 한편,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가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하며 북한 경제위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현재까지 수십 회에 달하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 국제 정세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2023년 남북관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적어도 북한이 현재와 같은 공세적 태도를 중지하고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는 이상 2023년 남북한은 올해와 같은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과 같은 군사도발이 이어지거나 도발은 멈춰도 현재 대결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대결 구도 지속의 근거로 국제적 요인과 북한 국내적 요인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현재 국제 정세는 북한의 공격적 대외정책 기조에 호의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고, 미·중 패권 경쟁도 지속되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응하는 유엔 대북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논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기존 제재도 제대로 모니터링되고 실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은 도발 강도를 높이면서 핵능력을 고도화시킬 최적화된 환경을 맞이한 것이다. 둘째, 북한이 올해 보여준 미사일 군사도발은 북한 정치·군사, 경제적 능력의 향상을 증명하고 있다. 정치·군사적으로, 북한 미사일 실험은 도발은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의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s) 능력 완성으로 가는 과정이다. 즉, 최근 도발은 전술핵 투발 수단의 다양성과 맞춤형 타격 능력을 증명하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괌의 군사시설 모두가 직접 타격권에 있음을 보여준다. 제7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한 전술핵무기 완성을 선포할 상징적 이벤트가 될 것이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가질 것이다. 경제적으로, 북한은 올해 단기간이지만 다량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남북 군비경쟁에 뛰어들었고 이를 감당할 정도의 강화된 자금력 보유를 과시했다. 유엔대북제재가 장기간 지속됐음에도 이런 고비용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음은 제재가 통제하지 못하는 분야가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해킹이나 사이버 공간에서 합법적 자금 확보가 이뤄지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2023년 남북관계가 2022년과 비슷한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통일·대북정책은 세 가지 차원의 관리 및 준비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국내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통일·대북 관련 담대한 구상 정책의 필요성을 알리고 정부 정책 지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홍보하며 북한 도발과 강경 대치로 인한 대북 여론 악화를 막아야 한다. 2022년 6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63%는 윤석열 정부 통일·대북 정책 방향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선택했다.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을 필요가 있다. 둘째로 대북 압박정책 기조가 계속되더라도 이와 독립적으로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만들고 대화와 협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압박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5대 핵심 추진과제 중에서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의 우선 수위를 정하여 정기적으로 교류와 협력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대화 채널을 유지 및 추가확보하고 비정치적, 인도주의적 아젠다를 위한 실무 회담을 정례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강대강 대치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현재 교착상태가 끝난 후 남북한 협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대비한 정책과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로 담대한 구상 정책을 보다 전략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태도와 국제 정세에 따라 업무 추진 가능성과 효과성이 영향을 받겠지만, 담대한 구상 정책의 정치·군사 분야를 공개할 최적 시점을 정하는 일 그리고 해당 분야의 내용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 관련 능력을 증강하는 현재와 같은 교착상태에서 담대한 구상의 협상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이 내년 어느 시점에 (전술핵무기 완성을 선포하고 혹은 다른 계기로) 협상테이블로 복귀할 때 포괄적 협력 차원에서 담대한 구상 시즌2를 제시하고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북한 군사력 증강의 단계적 과정에서 현재와 같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제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멈추기 전까지 남북한 강경 대치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좀 더 넓게 보면 모든 대북정책의 추진 가능성과 효과성은 해당 정책 시행 시기의 북한의 태도와 국제 정세에 의해 가변적일 것이다. 2023년 남북관계 전망이 어둡긴 하지만 위의 세 가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인다면 상황이 우호적으로 변할 때 준비된 협상력을 발휘하여 남북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남북관계 및
북한경제 전망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63번의 미사일 발사와 남북관계

진보정부에서 보수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 남북관계는 요동친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이 주도권을 장악했던 남북관계가 대등하게 변화하는 것을 인내하지 못한다. 지난 2008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된 이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평양의 반발 차원에서 이뤄졌다. 2022년 역시 유사한 구도가 형상되었고 북한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북한은 63번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ICBM 발사 현장에는 초유로 둘째 딸 김주애까지 대동하여 미래세대에도 핵과 미사일로 안전을 담보한다고 선전했다.

북한의 수차례 도발 중에서 11월 2일 미사일 발사는 레드라인을 넘었다. 우선 타이밍이다. 이태원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겨있는 있는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도발을 감행했다. 다음은 도발의 목표지역이다. 6·25 전쟁의 정전협정 체결이후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간 연평도 포격 등 해안포와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으나 탄도미사일은 분단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기존 도발 패턴에서 괘도를 이탈하였다.

김일성, 김정일 집권 시대에는 남북 당국 간에 최소한의 금기 사항이 암묵적으로 지켜졌다. 할아버지, 아버지 통치 기간 남한에 수해가 나고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상호 비난과 도발을 멈추고 당국과 민간 차원에서 물자를 주고받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4년 남한에 수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북한의 지원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였다. 그해 9월 평양은 쌀 5만 석(약 7,800톤), 옷감 50만m, 시멘트 10만 톤, 의약품 등을 서울에 보냈다. 전두환 정부는 보답으로 북한 구호품 금액의 100배 가치인 전자제품, 손목시계, 양복지 등등을 채워 넣은 선물 보따리를 북측에게 전달했다.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는 남측 민관이 수백억 원 규모의 긴급구호물자와 성금을 신속하게 북측에 보냈다.

2023년 남북관계는 국제정세의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난 11월 중순 동북아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동남아에서 외교의 큰 장이 섰었다. 국내정치에서 기반을 다진 거물급 지도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G20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3연임에 성공하고 외교무대에 등장한 시주석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억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한 윤 대통령에게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대한 균형적 역할'을 강조했다. 2023년 남북관계가 국제정치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북한 도발 해법에 대한 한중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은 과거보다 훨씬 분명해졌다.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함에 따라 한미의 골칫거리인 평양의 몸값이 상승하고 북·중의 밀월이 강화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더 이상 유엔 대북제재가 가동되지 않는다.

북한의 비이성적 도발 시대에도 중국의 제언대로 남북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평양의 행태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서울은 북한이 '좋은 행동(good behavior)'을 한다면 중국이 훈수 두지 않아도 대화에 나설 것이다. 지금은 대화보다는 평양의 기상천외한 도발에 대응할 시점이다. 70년의 분단 이질화로 평양은 서울보다는 베이징이나 모스크바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졌다. 2023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구체화 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미·일과 긴밀히 협력하는 구도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남북관계의 분수령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될 것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남북관계는 개점휴업이 될 것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카드를 접고 단거리 미사일 도발로만 일관한다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평양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를 상상한다면 성과를 거두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특히 탑다운 방식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협상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상향식 입장을 고수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평양과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심화되는 북한 식량난!

북한경제는 여전히 먹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금년도 생산목표량의 30%가 줄어들었고 미국 농무부는 올해 121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FAO는 지난 9월 말 공개한 '2022년 3분기 작물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5개 국가에 포함했다. 북한 해외공관들은 가을 들어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쌀 수출국에서 식량을 조달하는데 총력전이다. 최근 위성사진에는 남포항에 야적된 외국산 식량 포대들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로 광물 등 물자 수출입이 어렵고 코로나사태로 북중 국경이 통제되는 상황이다. 북한경제는 탄광이 물이 차고 있는 정도로 추락했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는 돈 잔치다. 11월에 발사한 세계 최장 ICBM인 화성-17호는 거의 천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전체 미사일 발사 소요 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사이버 해킹으로 탈취한 돈을 쏟아부어 군사비에 충당하고 있으니 원가 계산이 무의미하다. 인민들의 식의주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자금으로 식량을 조달하지 않고 기상천외한 군사도발을 이어가는 신(新)물망초 전략은 김씨 백두혈통만의 생존전략이다.

담대한 구상에 호응하지 않는 평양

윤석열 대통령은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담대한 구상(Audacious Initiative)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 때부터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보다 구체화하여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단계적으로 안정보장·경제협력 조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방안은 '인프라 구축/민생 개선/경제 발전' 3대 분야에서 5대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 5대 사업은 ①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②항만‧공항 현대화 사업 ③대규모 식량 공급과 농업기술 지원 ④병원‧의료 인프라 현대화 ⑤국제투자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 실시 등이다.

경제의 전 분야에 걸친 종합선물 세트에 가까운 경제협력이다. 예를 들어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Resources - Food Exchange Program(R-FEP))을 추진한다. 제재 대상인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수출을 일정 한도 내에서 허용하고, 동 대금을 활용해 식량‧비료‧의약품 등 생필품을 구입하는 메커니즘이다. 또한 북한 민생개선 시범사업도 가능하다. 보건의료에서는 병원 현대화, 식수 위생을 위해 정‧배수장 설치, 산림녹화를 위해 양묘장 현대화 사업 등 거점지역 중심으로 시범사업 추진 이후 비핵화 단계에 맞추어 사업 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등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안보를 위협받고 있어 핵무기 개발을 통해 전쟁을 억제하고 안전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왔다. 비핵화를 위해선 경제적 보상 이외에 북미관계 정상화나 군사적 신뢰 구축, 군비통제 등 북한의 이른바 '안보 우려'를 해소할 정치·외교·군사적 상응 조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노딜(no deal)로 종료된 당시 상황을 살펴볼 때 북한 비핵화의 조건은 경제나 안보 등으로 단순하지 않다. 전체 핵 중에서 50% 이내라도 북한이 핵을 궁극적으로 보유하려는 야심은 비핵화 협상 자체를 어렵게 한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이 전면에 나서서 대남 비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월 27일 전승절 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선제타격 시도 등을 겨냥해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을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의 버전2 라고 폄하했다. 김정은은 100년을 제재해도 비핵화 협상은 없다며 핵선제 공격을 선언하는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했다. 단기간에 북한이 대화에 나오기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계묘년 토끼는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동물이다. 2023년은 토끼의 스마트함으로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하는 영민함이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