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 청년들이 말하는
평화이야기

지난 12월 1일 독일에서 온 청년들과 한국에서 대북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이 만나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거 분단을 경험했고, 현재 경험하고 있는 두 나라 청년들은 평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통일독일세대인 나스타샤 암링과 미케 크룹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 청년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함께 들어 볼까요?

나스타샤 암링과 미케 크룹이 말해주는
독일 통일과 교류 이야기

우리 세대는 통일 독일에서 자란 "통일세대"이며, 분단의 이야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시대 이야기입니다. 분단된 독일은 우리에게 낯설고, 그 시기는 역사책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우리에게는 지난 역사가 되었지만 이 자리에서 분단 당시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통일독일 이전 독서독은 '동서독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 1972)' 체결을 통해 협력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UN동시 가입, 통행규제 완화, 이산가족의 재결합, 우편물 교환 확대 등을 합의했습니다. 동서독 간 제한적인 교류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일관성 있게 추진했습니다. 서독은 동독에 생필품 지원을 지속함과 동시에 가족방문 등 친인척 간 교류를 허용 했습니다. 의약품, 초콜릿, 스타킹, 장난감, 매거진 등의 물품을 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검열은 있었지만요.

나스타샤는 네덜란드 국경과 가까운 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부모님 세대도 동서독 교류에 대한 경험이 없지만 미케 가족의 경우에는 동서독으로 나누어진 당시 이산가족으로서 교류의 경험이 있습니다. 동독에 거주하는 아버지를 위해 서독에 사는 고모가 잡지책을 보내주기도 하고, 서독에 있는 친척의 생일 파티에 동독 가족을 초대하기도 했었는데, 이러한 경험이 한반도의 상황과는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한국 청년들이 나누는
평화와 통일 이야기

두 분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듯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두 나라 청년들은 평화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평화를 느끼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평화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외부로 부터 개입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는 부정적 또는 긍정적 의미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느끼는 평화가 모두 다르겠지만 연대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청년들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지 않나요? 한국은 평화로운가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민방위 훈련 사이렌 소리를 듣고 당황해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한국 사람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놀라지 않습니다. 평화롭지 않은 상황을 평화롭다고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친구가 되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동서독 통일 이후 동독과 서독 출신이 서로 놀리거나 차별하진 않나요?

저는 국경 지대에서 동독, 서독 출신 친구들이 함께 하는 학교에 다녔습니다. 지역에 따라 억양이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독지역에서는 '1시 45분'이라고 말을 한다면 서독지역에서는 '2시 15분전'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차이로 어렸을 때는 서로를 놀리기도 했지만 크로아티아나 터키 출신으로 이민 온 친구들의 억양 역시 각각 달랐기 때문에 일반적인 친구들 사이에 놀림 정도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여름엔 동독 혹은 서독 지역의 어느 곳으로 놀러가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다들 잘 어울려 지냈습니다.

통일 이후 30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분단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전 통일 이후 갈등이 더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회적 시스템의 작동 덕분에 통합의 갈등이 작은 걸까요?

통일세대인 저는 분단과 통일을 하나의 이벤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해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어떤 과정을 통해 통일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역사로 배우기는 하지만 실제로 체감 하지 못했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빠른 통합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한국과는 다른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경우는 분단시기에도 완전히 단절되진 않았고, 가족들과의 교류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통일 세대가 통일을 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통일을 하면 막연하게 사회적 갈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갈등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순리대로 풀어 간다면 우리의 '통일 세대'도 분단이란 역사 속 이야기며, 통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스타냐와 미케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물론 통일 직후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대감 속에서 평화롭게 문제를 풀어나가면 저와 같은 통일 세대는 자연스럽게 통합된 사회 속에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통일된 나라에서 태어난 저는 특권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분들이 분단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젊은 청년 세대가 분단, 통일을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오늘의 제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