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의미와
평화적 이용의 필요성
2023년에 '이음' 독자분들과 함께할 시리즈는 '평화를 위한, 한반도 DMZ'입니다. DMZ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로 휴전 이후에도 여전히 군사적 긴장감이 높은 곳입니다. 1월호 부터 DMZ의 평화적 이용을 모색하기 위한 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전 세계에는 어떤 DMZ가 있는지, 왜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통일연구원 황수환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파주에서 바라본 DMZ
고성전망대에서 바라본 DMZ
DMZ의 의미와
평화적 이용 필요성
비무장지대(DMZ)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만들어진 특수한 지역으로 남북 간 단절을 상징하는 경계 중 하나다. DMZ의 주변 지역을 접경지역이라 부른다. 접경지역은 정전협정에 따라 형성된 DMZ와 그 인접지역을 의미한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에서 규정한 접경지역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민간인통제선 이남 25km에 이르는 지역이다. 접경지역 중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이 각각 2km씩 군대를 후퇴시켜 비무장지역으로 만든 것이 DMZ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무장지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1953년 정전협정에도 불구하고 DMZ나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은 꾸준히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밀집도가 높고, 중무기로 무장되어 군사적 긴장이 높은 비무장지대를 말과 의미 그대로 정상적인 비무장지대로 복원하여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DMZ의 해외 사례
독일 그뤼네스 반트, 출처 : www.bund.net
DMZ는 한반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도 군사적 충돌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접경지역에 DMZ를 조성한 사례가 존재한다. 우리와 같이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그뤼네스반트(Grunes Band)가 대표적이다. 그뤼네스반트는 과거 동서독의 국경지역에 만들어진 '철의 장막'으로 영어로는 그린벨트(green belt)라 할 수 있다. 1990년 독일통일 직후에 접경지역 일대를 그뤼네스반트로 지정하고 생태환경보존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평화적 이용을 추진했다. 물론 독일통일 이전부터 그뤼네스반트 일대에서 자원 공동활용 및 상호교류협력을 추진했었고, 희귀동식물 보전을 위한 정기적인 생태계 조사 및 복원과 관리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그뤼네스반트 지역에 있는 대결과 냉전의 역사적 유물을 보존하여 역사,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와 러시아 사이의 접경지역에 있는 프렌드쉽 공원(Friendship Park)과 트윈 공원(Twin Parks)도 DMZ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핀란드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대립 관계에 있으면서, 냉전 시기에는 약 1,250km에 달하는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통행을 통제하기도 했다. 탈냉전 이후 현재는 생태보전을 위해 접경을 따라 핀란드에 14개, 러시아에 6개의 보호지역을 지정하였고, 3개 지역에 공원을 설립하여 평화롭게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독일의 그린벨트 지대를 핀란드-러시아 접경지역으로 연결하여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지역뿐만 아니라 남미 지역에도 DMZ의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에콰도르-페루 접경의 콘도르산맥 평화공원이 대표적이다. 에콰도르와 페루는 아마존강 연결지역을 둘러싸고 20세기 초 지속적으로 분쟁을 겪었다. 1999년 콘도르산맥 접경지역에 평화공원을 조성하여 양국 간 영토분쟁을 해소하고 화해 및 평화정착을 달성했다. 콘도르산맥을 중심으로 에콰도르 지역에 엘콘도르 국립공원을, 페루에는 산티아고-코마이나 보존지역과 생태보호지구 등을 지정했다.
중동지역의 요르단-이스라엘 홍해 해양 평화공원(Red Sea Marine Peace Park)도 양국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조성한 사례로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홍해 해양 평화공원은 요르단과 이스라엘 양국 간 해양 및 연안의 분쟁지역을 중립적이고 완충적인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공원을 조성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는 해양·연안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해양 평화공원이라 할 수 있다. 홍해 해양 평화공원이 조정된 뒤 요르단과 이스라엘 양국 간 지역경제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호초 보호 등 생태계 자원에 대한 협력도 추진되고 있다.
DMZ의 평화적 이용과
관리를 위한 노력
남북 간 DMZ 평화적 이용과 관리를 위해 합의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 기준으로 육상과 해상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비무장지대 GP를 시범 철수했으며, 정전협정 이후 최초로 비무장지대 내에서 유해발굴을 시작하기도 했다. 남북 간 DMZ 평화지대화에 관한 합의를 통해 군사적 충돌 위험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당시 남북이 최초로 군비통제를 통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을 실천하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NLL 완충구역 내 방사포 사격 등으로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파기를 시도하면서 DMZ 내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DMZ 내에는 생물 다양성이 높아 생태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DMZ 내 수많은 지뢰와 비밀리 설치한 무기들로 인해 환경파괴와 오염의 우려가 높다. 각종 군사무기들로 인해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추진하면서 DMZ를 진정한 비무장지역으로 조성하여 누구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말 그대로 DMZ, 즉 비무장지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DMZ를 남북 간 단절과 대립, 갈등과 대치의 공간이 아니라 소통과 협력, 화해와 평화의 공간으로의 전환시키는 창의적인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