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묻고,
정낙근 회장이 답하다

새해 들어서도 남북관계의 경색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추진하고자 합니다만,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정세가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9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제8대 회장에 취임한 정낙근 회장을 '이음' 편집부가 신입사원과 함께 찾아갔습니다. 그럼, 북한학을 전공한 김두영 신입사원과 정낙근 회장이 함께 나눈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회장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후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요. 취임 소회는 어떠신가요?

아직까지 정신이 없네요.(웃음) 밖에서 본 협회와 안에서 보는 협회는 차이가 많아 보입니다. 들어와 보니 협회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밖에서는 다르게 알려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제 회장으로서 한 기관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서니 막중한 사명감과 함께 여러 고민들이 동시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협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인 저는 협회나 회장님에게 궁금한 점이 아주 많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보기 드물게 보수진영에서 남북교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왜 남북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우선, 남북교류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 모두 남북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떻게 잘(제대로)' 하느냐 하는 방법상의 차이가 있었다고 봅니다. 저는 남북교류협력이 "교류협력을 위한 교류협력"이 되어서는 안 되며, 무엇을 위한 교류협력이 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교류협력은 무엇보다도 남북 간의 신뢰를 증진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남북이 지금처럼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자주 대화를 하고 또 교류와 협력을 하게 된다면 서로 간에 이해의 폭을 넓혀 해묵은 적대감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남북교류협력은 남과 북의 호혜발전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특히 경제협력은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을 새로운 경제영토로 해서 우리 경제의 질과 규모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울러 교류협력은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남북관계의 변화를 견인하는 역할 또한 할 것입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남북교류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신입사원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이런 시기에 협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두영 대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협회에 취업했다고 말하면 단번에 우리 협회 이름을 외우던 사람이 있던가요?

아뇨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이름이 길어서 그런지 여러 번 말해도 자꾸 틀리는 것 같아요.(웃음)

그렇죠? 협회가 이름이 긴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협회의 브랜드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은 데 있을 겁니다. 협회의 역할과 임무를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기관'으로 간단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협회는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에는 교류협력과 관련한 사업과 방법 등을 조사·연구하고 관련 법령들을 재정비하면서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류협력이 활발한 때에는 교류협력이 차질없이 잘 진행되도록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교류협력의 과정에서 협회가 무엇보다도 신경 써야 할 일은 헌법정신에도 있듯이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협회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차이가 나는 지점입니다.

회장님 말씀을 들으니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확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혹시 협회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협회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 60%가 40대 이하로 구성원이 젊다는 것입니다. 젊음의 특권은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에는 상당 수준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분석과 보도를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화된 북한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매커니즘을 비롯하여 변화된 문화와 의식 등에 대해 깊이 살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협회 직원들이 변화된 북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전정신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해 줄 것’을 무엇보다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직원들 스스로 공부하고 전문가들의 조력도 받으면서 실력을 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토론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협회가 '대한민국 최고의 남북교류협력 전문기관'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고, 또 여기서 일하는 우리들은 남북교류협력의 현장 감각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회장님은 임기 3년 후 협회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저는 '협회가 정상화'된 모습을 기대합니다. 협회 정상화 방법은 우리협회 정관에 나와 있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관 제2조(목적)에는, 협회가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한 조사·연구 및 분석, 정책 건의, 정부 위탁업무 수행 등을 통해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안 좋은데 협회가 할 일이 뭐가 있냐"는 식의 질타를 받는 현실 속에서 조사·연구 및 분석, 정책 건의 등의 업무 수행이 그동안 상당히 미흡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업무야말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교류협력이 막혀있는 지금 더욱 해야 하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임기가 끝나는 3년 후에 우리협회가 정상화되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것은 남북관계가 상당히 개선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설령 그런 상황이 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협회가 남북교류협력을 재개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갖춰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인터뷰는 '이음'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음 독자분들 나아가 협회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요즘 대내외 정세를 보면 짧은 시간 내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업(up)-다운(down)이 있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경색 상황이 계속되어 공멸로 끝날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시간의 문제일 뿐, 공멸에서 벗어나 공생을 모색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과 북의 교류협력이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아울러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가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역할을 우리협회가 미력이나마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음 독자들께서 우리협회가 정상화되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질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