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이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 '에디터의 사심'입니다. 이음 에디터는 평소 궁금한 것이 많은 호기심 덩어리라고 하는데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에디터의 권력(?)을 발휘, 과감히 웹진의 한 꼭지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이제 이 코너는 제껍니다.)

에디터의 사심은 이렇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1. 특정 아이템을 정합니다. 왜 정했는지 그 이유도 밝힙니다. (근데 아마 이유는 대부분 사소할 것 같은..)

2. 해당 아이템과 다음 3가지 키워드를 연결해 자유롭게 질문을 생각해봅니다.

     키워드 : #북한 #남북교류 #남북협력

3.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경험과 노하우, 지식이 풍부하고 출중한 사람들을 찾아 질문합니다.

4. 충족된 에디터의 호기심을 1문1답 형식으로 소중한 이음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평소 궁금하신 아이템이 있었다면 아래 독자의견을 통해 자유롭게 알려주세요.
'에디터의 사심'을 통해 함께 해소해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거기다 푸짐한 선물은 덤)

날씨가 부쩍 더워지는 것을 보니 곧 여름이 올 것 같은데요, 독자님들은 지난 해 여름하면 어떤 게 먼저 기억나세요? 저는 엄청난 집중호우로 도심 곳곳이 침수됐던 일이 떠올라요. (아찔)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밟고 다니는 길이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다면 침수피해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역시나, 우리가 매일 걷는 보도에 있는 보도블록 중 바로 빗물을 투과시키는 구조로 제작된 '투수블록'이라는 보도블록이 있더라고요. (기술의 눈부심이란!) 그래서 첫 사심템으로 선정한 투수블록! 과연 투수블록 속에 숨어있는 남북교류의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근데, 투수블록이 정확히 뭐지???

투수블록(또는 투수성 포장블록)은 물이 쉽게 빠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최대한 많은 우수(雨水)를 땅으로 환원시켜 우수관이 넘치는 것을 방지해요. 표면이 잘 젖지 않고 미끄럽지 않아 보행자에게도 안전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해요. 특히 도시화가 진전되어 대다수의 노면이 포장되어 있는, 어려운 말로는 '불투수층이 급증한' 도심의 침수 피해를 줄이는 기능성 보도블록입니다.

투수블럭 / 출처: 한국스톤 블로그
(https://blog.naver.com/daejae/150144314943)

오, 기특한 녀석이군. 투수블록에 대해 검색하다보니 규사(SiO2)로 만든 규사투수블록이라는 게 있네? 근데 규사가 뭐지? 지하자원 전문가, 박충환 전문위원님 알려주세요!

규사(硅砂)는 광물학적으로는 규석 또는 석영이라고 합니다. 화학적으로는 이산화규소(SiO2)로 이루어져 있죠. 규사, 석영, 규석 다 비슷하게 들릴 텐데 입자의 크기로 이해하면 더 쉬울 것 같아요. 주로 석영이라는 광물질로 이루어진 규석(硅石)이라는 암석이 더 잘게 부수어진 것이 규사입니다. 그러다보니 화학적으로 셋은 같은 성분(SiO2)입니다. 규사는 크게 자연에서 규석이 풍화되어 생긴 '천연규사', 인위적으로 규석을 분쇄한 '인조규사'로 나뉩니다.

규사는 규석이 잘게 부수어진 모래라고 이해돼요.

네, 잘 이해하셨네요. 모래는 일반적으로 0.06~2mm 사이 크기인 알갱이를 지칭하는 용어로 특정 광물을 가리키지 않아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에는 석영, 장석, 운모 등의 광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데요, 석영은 단단하고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풍화될 때 규사, 즉 모래라고 부를 수 있는 입자 크기로 주로 남지만 다른 광물들은 더 작게 부서져 실트(Silt)가 되거나 점토로 변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모래에서 규사 성분이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다만, 주변 암석에 따라 중광물(Heavy minerals)이나 탄산칼슘(CaCO3)을 포함하는 모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규사는 모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모래가 규사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규석 원석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해됐어요! 그럼 투수블록에 규사를 쓰는 이유는 뭘까요? 뭔가 장점이 있으니까 그럴 것 같은데요.

네, 방금 전 석영이 단단하고 안정적인 광물질이라고 했는데요, 그래서 규사도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튼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보도블록에 적합하겠죠? 무엇보다 모래 입자 크기인 규사로 투수블록을 만들면 미세한 구멍(공극)이 많아져 물의 배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또 굉장히 흔한 광물이기 때문에 수급하기도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규사투수블록 (출처 : ㈜동양블록 홈페이지)

어, 근데 예전에 북한에 있는 모래를 채취해 남한으로 반입하는 모래교역사업도 진행됐던 걸로 기억해요. 남북교역 전문가, 양재석 전문위원님 알려주세요!

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경까지 우리 기업들은 북한의 풍부한 모래를 채취해 국내로 반입하는 모래교역 사업을 많이 했습니다. 서해에 위치한 황해남도 해주시에 있는 바다모래나, 개성공단 아래로 군사분계선을 따라 흐르는 사천강 지역의 강모래, 그리고 동해 고성·통천 지역 바다모래 등이 대표적이었죠. 그중에 해주 바다모래가 북한모래 반입량의 95% 가량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이었는데, 서해에 위치한 해주는 모래가 매우 풍부한 지역이기 때문이었죠.

* 편집주: 관련 기업들로는 유진레미콘, 삼한강, CS글로벌, 아천글로벌 등이 있다.

그렇군요! 그럼 북한에서 채취한 모래는 어떻게 가져왔나요?

바다모래는 배로 이동합니다. 우리 기업이 모래를 채취할 수 있는 펌프나 이동에 필요한 배를 제공하고, 북한에 있는 모래를 채취해 바지선에 싣고 가져오는 것입니다. 해상으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운송할 수 있고, 우리 국내 수요처에 따라 인천항, 평택항, 울산항, 동해항 등으로 수송할 수 있어 물류비가 절감된다는 강점이 있죠.

사천강모래는 우리 수도권과 인접한 내륙지역인 개성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덤프트럭으로 육로 운송했습니다. 남북 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앞 야적장에 쌓아두었다가 소비처로 필요시마다 수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출처 : 국정브리핑

북한에서 가져온 모래는 주로 어디에 사용되었나요?

대부분 우리 국내 내수용으로 활용됐습니다. 일부는 일본 등으로 수출되기도 했어요. 건설현장에서 모래는 필수죠. 수도권 개발사업 현장에 많이 공급되었고, 그 외에 항만 매립이나 방파제 등을 쌓는 데도 사용됐습니다.

엄청 유용했겠어요. 그만큼 많이 공급됐다면 북한산 모래가 경제성이 있다는 얘기 같아요.

물론입니다. 국내 모래는 아무래도 단가가 더 비쌉니다. 일찍이 도시화가 진전된 우리나라에서는 건설현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바다모래 채취도 장기간 진행되었기 때문에, 바다모래의 과도한 채취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규제도 강합니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수요는 많죠. 북한산 모래는 이러한 부족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북한에는 모래가 아주 풍부하게 있고, 품질도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았고요. 또 운송거리도 주 수요처인 수도권에 가깝죠. 해주에서 인천항까지 운반하는 거리는 태안반도에서 오는 것과 비슷한 거리인 정도이니 가격 면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국내로 반입한 해주 모래(약 2,000만톤)를 다 쌓으면서울 남산정도는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죠.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교역을 할 수 있게 되면, 북한산 모래를 반입하는 사업이 꽤 경쟁력 있을 것 같아요.

물론입니다. 모래는 산업에서는 필수적인 재료기 때문이죠. 우리 기업들도 실제 모래사업에 여전히 큰 관심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천연모래의 경우 호주나 일본 등에서 수입하기도 하고, 또 규석 같은 암석을 분쇄한 인조모래를 쓰기도 합니다. 또 최근에는 폐콘크리트 등을 분쇄, 가공한 재활용 골재를 많이 쓰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품질면에서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북한에서도 건설을 많이 하던데, 그러면 북한 내부에서 그만큼 모래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만약 북한의 경제발전이 본격화 된다면 북한 내부의 모래 수요가 많아질 테고 그러면 예전처럼 북한 천연모래를 반입하는 사업이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천연모래 양이나 규석 매장량 등을 고려하면 북한의 경제발전을 감안하더라도 모래교역 사업을 진행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앗, 그런데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잖아요. 모래는 UN 대북제재에 해당되나요? UN 대북제재 전문가 한명기 차장님? 어떻게 되는 거죠?

네, 대북제재에 해당합니다. UN 대북제재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그 품목의 HS코드에 따라 1차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데요, 모래, 특히 천연 모래는 HS코드상 제25류에 해당(UN대북제재결의안 2397호)하고, 이 천연모래에 규사가 포함됩니다. 

아쉽네요. 당장은 북한에서 모래를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북한의 모래로 만든 규사투수블록이 깔린 보도가 우리동네 침수 피해를 줄이는 든든한 역할을 해줄 날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