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회 창립 16주년 맞이
2030직원 간담회

오늘의 남북교류,
앞으로의 남북교류

5월 18일은 남북협회의 창립기념일이다. 남북협회가 딛고 서 있는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고가는 요즘. 교류협력의 가치를 주장하고, 플랫폼을 지향하는 기관으로서 협회의 역할과 전망에 대해, 그리고 남북교류협력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미래의 주역인 20~30대 직원들이 고민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직급도 연차도 다 떼고(!) 솔직한 생각을 나누고자 익명 채팅방을 열었고, 채팅방에 입장한 7명의 직원들은 정말, 굉장히,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참고로 매우 길다.)


01. 교류협력의 의미와 의의

안녕하세요 여러분! 생소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늘의 간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편하게, 그리고 솔직한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익명 채팅방을 열었어요. 익명의 힘을 빌려 오늘 시간만큼은 남북교류협력이라는 담론과 우리가 일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라는 기관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교류협력부터 시작할게요. 최근 남북교류협력의 의의나 가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교류협력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0점 ‘전혀 없다’부터 3점 ‘보통이다’, 5점 ‘정말 중요하다’는 기준이 있을 때 점수를 매겨 보자면요?

3점이요. 남북교류협력은 진보 또는 보수를 떠나 중립적으로 가치가 있고, 동시에 수단이자 방법으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지금 상황에서는 저도 3점이에요. 남북교류의 한계를 생각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북한이라는 교류 상대의 특수성 때문에 교류협력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 등이 원래 사업 의도와는 다른 분야로 쓰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교류협력이 의미가 없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분단으로 인한 영토적 한계를 보면, 북한과 교류하는 건 우리 경제가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지리적 이점이 분명히 있잖아요.

저는 5점이요. 정말 중요한데 아쉽게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교류협력에 대한 온도차가 심해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5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통일이라면, 남북 간 경제나 문화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 교류협력은 필수적이니까요. 만일 현재 분단 정도의 상황을 유지하고자 하더라도 인권, 자연재해 등 공통과제에 대응하려면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점. 교류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시작할 수 있으니, 접점을 늘리고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류협력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저는 5점이요. 비록 지금 상황은 여의치 않지만요. 언제까지 서로 적대하면서 지낼 순 없잖아요. 꼭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다른 국가들처럼 정상적으로 교류하는 상태 정도는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전 5점이요. (고양이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럼 남북교류협력이 한반도의 분단을 해소한다거나, 평화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세요? 각자가 생각하는 교류협력의 의의가 궁금해요. 이미 답을 정해놓고 질문한건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남북교류협력은 상대를 이해하는 계기

제대로 만나보지도 않은 상대와 서로 분쟁을 해소한다거나 평화롭게 지내자고 외칠 수 없으니 그런 면에서는 교류협력이 분명히 기여할 거예요. 다만, 교류협력의 내용, 즉 어떤 문제를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여할 수 있어요. 이론적으로는요. 한국처럼 저성장국면에 접어든 국가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저렴한 인건비인데, 그런 부분에서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압도적인 이점이 있으니 남북 간 협력의 규모가 커질수록 물리적 충돌이 예방되는 등 안보적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요.

다만 교류협력이 있었음에도 북한 당국이 군사력 고도화 등의 행태를 지금까지 해왔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교류협력의 실효성 부분은 의문을 강하게 갖고 있어요.

충분히 기여할 수 있어요. 지리적으로 같은 한반도라고 해도 교류가 없으면 생각이나 이해의 간극이 더 커질 테니까요. 다만 꾸준히 교류가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같아요. 개인적으로 교류협력은 정치와 별개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데 현실은 어렵죠.

저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통일에서 방송 교류가 큰 역할을 한 선례 등도 있고요. 남북교류를 통해 상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거든요.

교류협력은 분단을 해소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군사적 요인에 좌우되는
교류협력의 한계

전 좀 다르게 생각해요. 분단 해소나 평화 달성 같은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봐요. 정치나 군사적 이유로 이렇게 쉽게 멈추는데 과연 교류를 통해 평화를 달성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에요. 교류협력이라고 해도 남북한이 함께하는 개념이라기 보단, 결국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돕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요.

토끼님께 공감해요. 근데 오히려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남북관계가 쉽게 경색되기 때문에, 교류협력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볼 수 있진 않을까요?

대화하시는 거 보니 두 가지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네요. 첫째로 교류협력이 생각의 장을 열고 서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 좋은 경험이 초반에 생기면 심리학의 초두효과처럼 교류협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강화될 수도 있겠다는 점이고요. 둘째로는, 교류협력은 사실 쌍방이 각자의 필요 때문에 하는 건데, 우리만의 필요에 따라 북한을 대상화하는 측면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02. 추진환경 평가

그럼 추진환경 평가로 넘어가볼게요. 요새 남북교류협력 사업 환경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쉽지 않다 아니면 원래 오르락내리락 했지 뭐 하고 생각하시나요?

흔히들 ‘파리 신드롬’이라고 하잖아요.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한껏 고조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었어요. 이 분위기가 남북교류에 있어서 더 크고 지배적인 감정으로 정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입니다.

그러게요. 실망의 경험이 자꾸 쌓이면 희망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동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아요.

실망의 경험이 어두운 전망으로

원래 왔다 갔다 하긴 했어요. 정부에 따라 중점을 두는 곳이 다르고,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하긴 해요. 

안타깝게도 해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봐요. 일단 국제 대북제재로 인해 교류협력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지금으로선 별로 없어요. 특히 2017년에 잇따른 대북제재는 교류협력 환경에는 큰 난관을 조성했어요. 교류협력에 적극적이던 지난 정부도 대북제재로 인해 쉽지 않았죠.

국제대북제재로 인한 구조적 한계 존재

국제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고서는 교류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환경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에 공감해요. 국내 정치상황이 교류협력이 잘 되기 위한 주요한 변수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요. 대북제재의 원인인 북한 핵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제재 해제는 어려울 텐데, 북한의 지도층이 핵을 포기할 리가 없다고 봐요. 제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도 포기 못할 것 같거든요.

맞아요. 국제 대북제재는 우리정부의 의지만으로도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독자적으로 남북교류협력에 영향력을 발휘하긴 어려운 구조에요.

저성장, 신냉전 등
교류협력 환경의 변화

개인적으로는 요즘 국제정세나 국내 경제여건도 얼어붙고 있다 보니 점점 더 한정된 자원을 왜 먼 미래 얘기인 통일 같은, 심지어 쉽지도 않은 일에 써야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희박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해요.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는데, 지금 국내 곳간이 비어가서 미래 이야기, 그것도 남북관계나 통일 같은 이야기가 더 어려운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교류협력이 2000년대 초중반을 제외하면 좋았던 적이 있을까 싶어요. 5.24조치로 남북교류가 많이 막혔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부터 주변 환경이 계속 내리막이었다고 봐요. 어떤 이들은 ‘현 정부 들어서 더 안 좋아졌다’라고도 하지만 사실 그 전 정부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교류협력을 둘러싼 환경, 즉 시대가 이미 바뀐 지도 모르죠.

그럼 토끼님은 남북교류협력의 전망은 우리 밖의 문제이고 예전부터 내리막 추세라 우리정부와는 관계없이 앞으로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신 거죠?

네, 맞아요.

저도 그 점을 지난 정부 때 확인하게 돼서 더욱 힘이 빠진 것도 사실이에요. 결국 남북관계라는 게 순전히 남한과 북한 두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니구나 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앞으로 어두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교류는 역대 정부의 입장에 따라 왔다 갔다 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예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남북교류에 긍정적이었던 지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교류협력에 대한 좌절감이 이제는 지배적이라고 봐요. 아예 하나도 안됐으면 차라리 실망하지 않았을 거 같거든요. 앞으로 이전과 같은 교류협력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그다지 성과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아무리 우리가 애써도 시대의 큰 흐름은 못 바꾸지 않아요? 사실 동의는 되는데 좀 슬퍼지네요. 녹아 없어지고 있는 거대한 빙하 위에 선 작은 펭귄이 된 기분이에요.

국제 대북제재는 말씀하신 대로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영역이라 우리 힘만으로는 어려운 점도 많죠.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대내적으로 꼭 필요한 교류협력 모델이나 비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고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교류협력이 관심을 받은 때도 있었지만, 그 결과물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체험되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게 이뤄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어서요.

교류협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미흡

국민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사자님 말에 동의해요. 근데 남북교류협력이라고 하면 뭔가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이 있어요. 원체 이 분야 종사자 수가 전체 산업분야에 비해 적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교류협력이 좀 더 길고 폭넓게 진전됐더라면 더 많은 기업이나 인원들이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소위 ‘밥 벌어 먹고 살 기회’가 늘어나서 국민 공감대 형성도 잘 되지 않았을까 해요.

펭귄님 말씀하신 그들만의 리그에 공감해요. 솔직히 남북관계는 북한에 사명 같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이제 흥미 있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먹고 살기 팍팍하니 보통은 관심이 없고, 여기에 세금과 같은 공적 자금이 사용되는 걸 아까워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남북교류협력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죠. 제재도 많고 위험성도 높아요.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추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03. 앞으로의 교류협력

이제 앞으로의 남북교류협력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은데요? 일단 교류협력 주체에 대해 의견을 나눠볼게요.

정부나 대기업과 같은 큰 규모의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주체가 나서줘야 뭐라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작은 기업이나 민간단체들이 아무리 모여도 큰 영향력이 없다고 봐서요.

대기업이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하려고 할까요? 수익성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확실하지도 않은 데다 리스크 관리가 본인들 손을 벗어나잖아요.

그래서 국내기업들은 대북투자에 큰 관심이 없어요. 당장 돈이 되지 않는데 정치 군사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만 높으니 유인 요인이 적으니까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하지만 대북투자는 많은 경우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High risk low return), 심지어 때로는 노 리턴(no return)이었다고 하니 슬프네요.

정부는 교류협력의 적극적 당사자?
추진 환경의 조성자?

정부 차원에서는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중소규모의 기업이나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른데, 국가 주도 혹은 대기업 주도로 남북교류협력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은 게 아닐까 해서요. 타국과의 교류협력에 있어 대기업의 자금이나 정부의 자원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긴 할 거에요. 하지만 건강한 시민단체들과 거기에 투입되는 자금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잖아요.

저도 작은 기업이나 비영리 시민단체들의 교류가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녜요. 다만 대북사업이 규모의 경제 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대규모 자원은 정부나 대기업이 아니면 못 하는 현실이니까요.

호랑이님 말씀도 맞긴 해요. 금강산관광 사업도 현대아산이라는 기업이라 가능했고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지금은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만. 자금이 부족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이미 다 철수하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죠.

하긴 북한 입장에서도 100억 있는 1개 대기업을 상대하는 게, 10억씩 있는 10개 중소기업과 사업하는 것보다 수월하고 더 좋을 것 같긴 하네요.

소규모 민간단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방향은요? 시장논리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는 정치·군사적 리스크 제거의 역할에 집중하고요.

공감해요. 그래서 자유롭게 접촉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판단을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거든요. 필요하거나 중요한 부분은 자율적으로 신고하되 위법행위는 분명히 처벌하고요. 그러면 우리 기업이나 국민들이 대북사업에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을 것 같아요.

아까 사자님이 시민사회 이야기하셨는데,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권에서는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큰데 국내는 대표적인 몇몇 단체만 빼고는 경상운영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는 곳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우리의 시민사회의 빈약한 생태계가 민간에서의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얘기네요.

저도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고민인데, 결국 우리 국민들이 ‘남북교류협력이 필요하다’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시민단체들 재원 문제도 조금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교류협력 주체가 정부 또는 대기업, 아니면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민간주체여야 한다는 데 각자 의견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네요. 그럼 앞으로 교류협력 사업의 추진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교류협력에서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봐요. 북한이 과도한 요구나 자기들 편의대로 사업을 좌우하는 것 등이요. 

교류협력 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근데 먼저 제안이나 급부가 없는데 북한이 사업에 응하려고 할까요? 아, 그렇게 되면 그냥 소위 손절하는 걸로?

그러게요. 안 주고서는 아예 시작이 안 되지 않나요?

그럼 미련 없이 협상 테이블 떠나야죠. 그러면 안 하는 게 손해를 덜 보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북한과 사업하지 않는, 즉 교류하지 않는 결과로 가지 않나요? 물론 북한이랑 우리가 반드시 교류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닌데,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혹은 정권)와 관계가 나쁜 것도 여러모로 우리 사회의 리스크잖아요.

하지만 북한이 국제적 상거래 규범과 동떨어진 상거래 관행을 강요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니까요. 일방적으로 단가를 인상한다거나 계약 사항을 불이행한다거나 하는 부당한 요구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특히 우리 한정으로 보이는 부당한 거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04. 남북협회 미래 사업

지금부터는 남북협회 파트로 넘어가서 앞으로 협회의 역할에 대해 한번 얘기해볼게요.

아까 우리 교류협력 주체에 대해 얘기했었잖아요. 고양이님이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는 정치적 리스크를 제거하는 역할 정도면 어떻겠냐 하셨는데 그 부분에서 협회의 방향성을 생각해봤어요. 잘 운영되면 좋겠지만 자체적인 역량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정부지원에만 기대 대북사업에 나서는 소규모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들도 왕왕 있어요. 소중한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협회가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하면 좋겠어요.

맞아요. 규모가 작고 영세할수록 투명하게 단체를 관리하는 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남북협력기금 집행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 민간주체 모니터링
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

그럼 협회가 민간주체들의 투명성을 모니터링 하는 역할?

네, 동시에 정부 지원금과 같은 공적 재원을 정부 정책에 맞게 적절한 민간 주체에게 배분하는 역할도 하면 좋겠어요. 

나아가 협회가 민간주체의 투명성을 담보 또는 보증할 수 있을 정도의 공신력을 가진 기관이 되면 좋겠어요.

근데 투명성은 어떤 투명성을 의미하는 거예요?

저는 민간주체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재원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의미했어요.

단체가 회계 부정을 저지른다거나, 대북 사업에 있어 편법이나 위법적인 방법을 쓴다거나 하는 것들일까요? 재무적 투명성과 준법성 같은 차원이려나요.

중간에서 모니터링 하는 역할 정도로 이해돼요. 근데 그게 가능하려면 일단 통일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개별 단체의 재무 투명성까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을지, 혹은 그게 가능한지는 좀 의문이에요.

제가 얘기한 투명성은 일단 중간 모니터링의 성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정부 기금이 투입된 대북인도지원이나 그 외 교류협력 사업이 진행되는 절차와 과정에서 각 단체들의 투명성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면, 새로운 사업 계획 단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 매뉴얼과 같은 노하우가 생겨서 협회가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에요. 당연히 민간단체가 대북사업만 하지도 않는 데 단체의 전반적 재무상황을 저희가 모니터링 하는 건 월권이고 불가능한 얘기죠.

음, 그렇긴 하겠네요. 그럼 제한적으로 대북사업을 하려는 민간의 주체가 정부 재원을 지원받는 경우, 재무제표 같은 운영 관련 서류를 제출하게 해서 자료를 축적하는 방식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결국 기금사업 시 연동해서 해야겠네요?

지금도 민간주체의 대북인도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되는 경우에는 기금감사 받고 부적절한 집행이 있으면 환수 조치도 하는데 단체지원과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게 어떻게 양립될 수 있을지? 감이 잘 안와요.

민간주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전제되어야

그럼 기금지원 때 단체의 재무건전성이나 투명성을 평가하는 항목을 넣는 것은 어때요? 현재는 기금지원 사업 선정 심사할 때는 단체가 자부담 비율을 실제 감당할 수 있을지 정도만 보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물론 협회가 민간주체에게 뭔가 혜택을 줄 수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긴 해요. 지금 우리협회에는 사용할만한 마땅한 인센티브가 없다고 보거든요.

재무관련 평가 항목을 넣는다고 하면 당장 기금지원 사업에 공모하는 단체들의 반발은 있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재원이 제대로 쓰인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으려면 다소 쓴 부분도 약이 될 수 있다 생각하고 삼켜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그리고 펭귄님이 얘기한 인센티브가 있으려면 남북협력기금을 협회가 운용할 때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요. 

(육성으로) 그건 정말 쉽지 않겠네요.

민간주체의 단체 운영 분야
역량강화 사업 전개 필요

회계 투명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기업 회계 운영 부분에서 특히 비영리단체 대상 역량강화 사업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 소상공인이나 NPO(비영리조직)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주로 회계, 세무, 법률 관련 역량강화 교육을 많이들 하더라고요.

네, 저도 봤어요. 다른 공공기관들은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더라고요. 외부 전문가도 초빙하고 커리큘럼도 만들고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05. 협회에 대해 아쉬운 점

그럼 동물 여러분이 협회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뭐에요?

다른 기관이나 사람들에게 우리 기관을 한 마디로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는 거?

맞아요. 우리 기관명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요.

일단 이름이 너무 길죠. 외우기도 힘들고 명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안 떠오르니 설명하기도 어려워요.

외우기 어려운 기관명,
포지셔닝의 모호함에서 기인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민간의 영역에 있긴 하지만 공공기관인데. 심지어 주무부처에서 저희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저도 역시 기관의 정체성,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죠. 기관명이 ‘협회’인게 영향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남북교류협력진흥원이나 남북교류원 같이 하면 좀 더 직관적이었을까요?

네, 협회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다른 형태의 조직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더라고요. 협회는 보통 회원사들이 있는 일종의 이익단체잖아요. 근데 우리는 회원사도 없고 회원도 없으니까요. 뭐 사실 한국무역협회처럼 업무만 명확하면 사실 조직 명칭은 크게 상관없을 것 같긴 합니다. 

결국 이름은 부차적인 거고, 협회의 주요사업이 부재한 데에 따른 문제가 더 크다는 얘기네요

당연하죠. 주요사업이 명확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기억할거에요.

맞아요. 공공기관 중에 협회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3~4군데 정도 있던데, 사실 협회라는 명칭보다는 우리의 주요 업무에 대해 충분히 어필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교류협력이 곧 교류협력지원협회가 아니잖아요. 교류협력이라는 큰 분야 속에서 우리 조직이 뭘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봐요. 

이런 고민들이 우리협회의 오랜 숙원인 법정법인화, 즉 재단화 문제에도 연결된다고 봐요. 정부에서 재원을 출연하면서까지 재단을 설립해 교류협력을 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우리 스스로 고민이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어쩌면 남북교류협력 분야에 재단이 생기더라도 그게 지금 남북협회의 재단화는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현재 남북협회는 사단법인이며 설립 근거법은 민법이다. 일반적인 공공기관은 별도의 법률(특별법)이 제정되거나, 기존 법률에 설립근거에 대한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2022년 기준 전체 공공기관 중 25개(7%)만이 민법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중 사단법인 형태는 남북협회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재단법인)


06. 앞으로 협회

그럼 주요사업으로 협회가 뭘 좀 내세우면 좋을까요? 업무하면서 ‘이건 우리만 할 수 있다’고 느낀 업무가 있을까요?

일단은 현재에 충실해야

새로운 ‘우리만의 사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통일부 위탁사업에 따른 업무부터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항상 생각해요.

공감합니다. 위탁자인 정부가 원하는 것부터 일단 제대로 잘 지원해 주는 거요.

일하다 보면 처음부터 업무 방향에 대한 결정권을 주무부처에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우리가 결정방향을 고민해서 먼저 몇 개의 안을 마련해서 부처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의견을 물어보고 조율해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주도성을 발휘해야죠.

케이스에 따라 조금씩 달라야겠지만 토끼님 말씀하신 방향 자체는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본적으로 수탁사무를 잘하면서 사업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고민을 병행해야 된다고 봐요. 어쩌면 위수탁계약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겠죠. 

네, 그러려면 지금 수탁사무를 잘 수행해서 주무부처의 신뢰를 얻어야 자체사업이든 계약범위 확대든 시도할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교류협력이 재개되면 수탁 범위는 자동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럼 과연 그때 지금의 남북협회가 독점적인 지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주무부처가 그에 동의할까요? 그렇게 만들려면 현재 주어진 업무부터 잘 수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정부는 순환보직을 하고 조직도 훨씬 크니까 실무를 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업무 연속성을 가져가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담당 공무원 간 인수인계시 ‘협회에 물어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만큼 협회가 현 수탁사무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건 아무래도 협회가 최소 재단이 되어서 위수탁 업무 외에도 정관 목적상 사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먼저 마련되어야 본격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남북교류협력의
가치를 지켜내는 기관

외부의 니즈가 많든 적든 계속 남북교류협력 관련한 정보 축적 업무는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협회에서 남북교역 통계, 북중접경지역 무역동향, 북한 광산물 수출입 동향, 대북지원 관련 국내 단체 현황조사 등과 같은 정보 축적을 하잖아요? 당장 찾는 사람이 적어지니 업무를 하는 직원 입장에서 동기부여는 잘 안되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건 공공기관인 협회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맞아요. 특히 경공업 협력사업의 경우 당장 니즈는 거의 없지만, 남북 간 서로 도움이 되는 요소를 서로 교환하는 협력 모델로서 여전히 의미가 있잖아요. 북한의 지하자원 분야는 더욱 앞으로의 남북 협력에 있어 유망한 분야기도 하죠. 교류협력 사업의 명맥을 이어가는 건 협회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동감합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사업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처럼 협회도 교류협력 사업의 가치를 보존하는 역할로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차피 교류협력이 본격화되고 활발해져서 이득이 되면 기업이든 기관이든 진출하려고 할 거에요. 그때까지 교류협력의 불씨가 아예 꺼지지 않게 하는 역할로서 협회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른 민간주체와의
차별성 있는 사업이 필요

현대아산 등과 같은 기업과 우리협회가 차별화 되는 지점은, 교류협력 재개 시 우리 국내 교류주체들이 어떤 절차에 따라 교류협력 사업 분야에 진입할지 등에 대한 룰 세팅(rule setting)의 역할을 공공기관으로서 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궁극적으로 이건 정부의 역할이기도 해요. 협회는 정부의 정책 설정과 민간의 사업 수행 사이에 위치한 반관반민(半官半民)으로서 중간자적인 포지셔닝이긴 하네요.

대북인도지원 분야에서는 협회가 일종의 룰 세터로서 역할한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이 인도지원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 협회에 많이 의견을 물어보신다고 알고 있거든요.

근데 그건 대북제재 국면에서 인도지원 사업만 유일하게 추진 가능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교역이나 사회문화 사업은 아예 추진이 어려우니까 문의를 할 일도 그만큼 적잖아요.

펭귄님 말씀하신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대북 인도지원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협회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타 단체 또는 기관이 많아요. 이들과 독보적인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무수히 많은 타 기관들이 아카데미나 세미나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우리는 그 중 하나에요. 우리만 고유하게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거나 한다면 경쟁 속에서 우리협회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사의 차별성을 두든, 커리큘럼의 차별성을 두든 이런 다른 점들이 누적되면 협회만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북협회는 공공기관이잖아요? 공공기관은 원래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공공사무 중 일부를 공공기관이 맡아서 하는 거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근데 민간 주체들과 경쟁해야하는 현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져요. 재단화에 대한 근거가 약한 것도 우리협회의 정체성이 다른 민간단체와 구분이 어려운 현실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오늘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의견과 평가부터 남북협회에 대한 진단, 평가까지 굉장히 폭넓고 어려운 주제에 대해 여러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마침 협회의 창립 16주년이 다가오네요. 오늘 우리가 임의로 남북협회의 새로운 미션과 성과, 그리고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실천과제 등을 한번 정해보면 어떨까요? OKR 프레임워크*로 한 번 표현해 볼까 합니다.

* OKR프레임워크

목표(Objective)와 핵심결과(Key result)로 이루어진 목표 달성 기법.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가 조직의 정량적 사업성과를 추적하는 성과평가 방법론인데 비해, OKR은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정성적, 정량적으로 혼합한 목표관리 방법론이다. OKR은 1980년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Andrew Grove)에 의해 조직 관리를 위한 방법론으로 등장해 미국의 저명한 벤처 투자자인 존 도어(John Doerr)에 의해 발전되었다. 구글, 유튜브, 어도비 등 다양한 국제적 기업부터 비영리재단, 사회운동단체에 이르기까지 차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댄다.)

네, 다음과 같이 OKR 방식으로 남북협회 2030 직원들이 새롭게 구상해본 우리협회의 목표와 실천전략이 나왔습니다!

구분 항목 설명적용

Objective(목표)

최종적이고 궁극적 목표

남북교류협력의 가치 수호

Key Result 1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성과지표로,
목표에 대한 성취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이며,
통제 불가능한 성과결과(Outcome)

남북협력기금 외 1개 예산 신규 수주

Key Result 2

차별화된 참여 프로그램으로
참여자 전년 대비 5% 향상

Initiative 1

OKR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으로,
조직이 통제할 수 있는 투입(Input) 또는
투입으로 인한 1차 결과인 산출(Output)을 의미

힘들어도 그만두지 않기

Initiative 2

고객 참여 프로그램의 강사진 풀 재구성,
커리큘럼 또는 프로그램 개편

Initiative 3

외부 공모 또는 입찰 등 시도

Initiative 4

기관명 변경

오늘 이렇게 새로운 방식의 간담회에 참석해서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을 나눠주신 협회 직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하니까요, 우리가 가진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류협력의 가치를 수호하는 협회를 만들어가는 데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