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 번식을 위해 현재 머물고 있는 이곳에서 나의 이름은 저어새다. 주걱이라는 것과 닮은 넓적한 부리로 내가 물속을 이리저리 저어가며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는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사람들은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나보다. 계절을 따라 풀숲이나 갯벌, 바다를 누비다보면, 내게는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 장소와 풍경인데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명칭으로 그곳을 부르곤 한다. 인천시 강화군, 조금만 날면 황해남도 연안군 이런 식이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렇게 정해둔 이름을 실재하는 경계처럼 여기고 그 너머를 오가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옛적에는 그렇지 않았다는데 한 70년쯤 전 이 곳에 큰 난리가 있은 뒤부터 사람들의 행동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이번 여름이 지나면 나는 내 아이들과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더 따뜻한 지역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이듬해 봄 이곳으로 다시 찾아올 때면 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지낼 수 있는 곳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